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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최근 취재진과 만날 때마다 “지친 선수단에게 미안할 뿐이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그 전까지만 버텨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박 감독의 말처럼 대한항공 선수단 중에는 정상 컨디션인 선수가 사실상 없다.
노쇠화로 시즌 내내 고전 중인 ‘주포’ 미챠 가스파리니는 차치하더라도, 세터 한선수와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곽승석까지 3라운드 중반부터 잔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10일 현대캐피탈에게 패하며 1위를 내준데 이어 14일 OK저축은행에도 덜미를 잡혔다. 이제 선두 현대캐피탈과 승점 차는 4에 달한다.
물론 모든 팀이 동일선상에서 겨루는 V리그 일정을 감안하면, 4라운드 접어드는 시점에서 체력 문제는 모두의 고민거리다. 그러나 주전 의존도가 높은 대한항공은 그 여파가 남들보다 몇 배 클 수밖에 없다. 박기원 감독은 “제 컨디션으로 경기한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4라운드까지 오면서 정상 컨디션인 선수가 없다는 것은 감독 운영이 미숙했기 때문이다”며 “ 문제점을 알고 있으니 올스타 브레이크 때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의 ‘데자뷔’다.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4라운드까지 승점 35로 4위에 머물렀다. 봄 배구조차 장담하지 못했다. 그러나 5~6라운드 9승3패로 반등하며 3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랐고, 결국 챔피언결정전 ‘업셋’ 우승까지 성공했다.
올 시즌 목표는 정규리그 포함 통합우승이었다. 하지만 점차 현대캐피탈과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박기원 감독도 “직행이 최선이겠지만, 모로 가도 챔피언결정전까지만 오른다면 해볼 만하지 않겠나”라며 플랜B에 대한 고민을 언급했다. 지난 시즌 업셋의 경험에서 나오는 자신감이다. 4라운드까지 결과만 놓고 보면 4위였던 지난 시즌보다 2위인 올 시즌이 낫다. 여전히 선두 추격을 포기할 상황은 아니다. 결국 플랜A와 B 사이의 고민은 5라운드 초반 대한항공이 얼마나 회복됐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