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문정원과 신연경 빛나지 않아도 팀에 꼭 필요한 보석들

입력 2019-02-11 13: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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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 문정원. 스포츠동아DB

도로공사 문정원. 스포츠동아DB

배구는 상대팀보다 점수를 많이 뽑아야 이긴다. 그렇다보니 팬과 매스컴의 시선은 득점하는 선수에 쏠리지만 감독의 입장에서는 다르다. 받고 연결하고 때리는 3박자 가운데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믿는 대부분 감독들은 수비 잘하는 선수를 높게 평가한다. 여자부 도로공사 문정원, 흥국생명 신연경이 그런 면에서 감독들이 가장 애지중지하는 숨겨진 보석들이다.

이들은 서브리시브와 디그를 담당한다. 가끔씩 공격도 가담하지만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배구의 특성을 잘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황당한 지적도 받는다. 골을 넣은 공격수와 수비수의 역할이 나뉘는 축구처럼 현대배구도 득점을 주로 하는 선수와 공격수를 빛나게 도와주는 역할의 수비수가 엄연히 구분된다.

“경기를 이기는 것은 득점이지만 우승을 만드는 것은 수비”라는 축구격언처럼 배구도 공격수 뒤에서 버텨주고 설거지 해주는 수비가 있어야 우승한다.

● 문정원의 생존에 필요한 수비와 리시브

10일 도로공사는 IBK기업은행과의 5라운드 맞대결에서 3-0 완승을 거두고 3위로 올라섰다.

이번 시즌 봄 배구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경기를 쉽게 이긴 것은 박정아~듀크~배유나가 공격에서 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걸음 깊게 파고들면 문정원의 탄탄한 리시브가 만들어준 놀이판에서 베테랑 세터 이효희가 마음껏 재주를 부렸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이번 시즌 팀 기록 가운데 도로공사는 리시브와 디그에서 상대팀을 압도한다. 팀 리시브효율은 46.25%로 1위다. 디그 성공률도 86.3%로 가장 높다. 문정원은 시즌 1040개의 서브폭탄을 상대로 50.87%의 높은 리시브효율을 기록했다. 점유율(56.99%)도 리베로 임명옥보다 많았다. 도로공사는 유일하게 2명의 리시버체제를 가동하는데 그만큼 문정원과 임명옥이 책임져야 할 공간이 넓다. 이런 상황에서도 다른 팀보다 탄탄한 리시브를 해준 덕분에 이효희도 편안하게 미들블로커를 활용하는 환상의 분배를 할 수 있다.

입단 이후 3년간 코트에서 뛸 기회가 없었던 문정원은 생존을 위한 길을 스스로 찾아냈다. 2014~2015시즌 27연속경기 서브에이스 성공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자신의 장점과 가치를 확인시켰지만 주전자리를 준 것은 수비와 리시브였다. 배구선수로서는 작은 174cm의 신장에 왼손잡이라는 특징 때문에 장신과 외국인선수와의 경쟁이 쉽지 않다고 보고 선택한 것이 리시브와 수비였다. 수비가 되자 주전자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덕분에 강력한 서브를 넣을 기회도 생겼다. 2015~2016시즌을 앞두고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당했지만 잘 딛고 일어섰다. 이후 그의 몸 상태에 따라 도로공사의 성적도 들쭉날쭉했다. 이번 시즌도 부상 후유증을 딛고 차츰 안정된 리시브를 하며 도로공사의 봄 배구를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흥국생명 신연경. 스포츠동아DB

흥국생명 신연경. 스포츠동아DB


● 십자인대 부상을 이겨낸 신연경

선명여고시절 이미 전국 최고의 선수 가운데 한명이었던 신연경은 입단 첫해인 2012~2013시즌 IBK기업은행 소속으로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이정철 감독은 배구센스를 높게 평가했다. 2시즌 동안 윤혜숙~채선아에 밀려 날개공격수 한자리를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박정아가 후위에 나올 때마다 대신 들어가서 리시브와 디그 등 중요한 순간에는 큰 역할을 해준 선수였다.

아쉽게도 IBK기업은행과의 인연은 짧았다. 2014년 흥국생명이 FA미계약선수 김사니를 넘겨주면서 보상선수로 신연경을 지명했다. 이정철 감독은 떠나는 신연경에게 “언젠가는 꼭 다시 데려온다”고 약속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적가능성 여부를 알아봤지만 흥국생명에서 놓아주지 않았다.

그만큼 박미희 감독의 기대가 큰 신연경이다. 아쉽게도 그는 2014년 안산에서 벌어진 KOVO컵 때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회복에만 1년이 넘게 걸렸다. 다시 코트로 복귀했지만 무릎은 계속 선수생활에 지장을 주고 있다. 지금도 코칭스태프는 몸 상태에 따라 훈련을 조정해줄 정도로 신연경은 특별관리 대상이다. 부상당하기 전의 완벽한 몸은 아니지만 빼어난 배구센스로 팀의 궂은일은 온갖 도맡아 한다.

무엇보다 수비 센스가 뛰어나고 리시브도 안정적이다. 흥국생명은 FA선수로 김미연을 영입했지만 후위 자리 때 수비는 신연경에게 맡길 정도로 박미희 감독의 신임이 두텁다. 공이 있는 곳에 항상 먼저 가서 자리를 잡는 센스가 놀랍다. 십자인대 부상 선수는 점프할 때마다 부상부위에 통증이 오기 때문에 힘들지만 그런 몸으로도 시즌 리시브효율 47.12%. 팀의 리시브 점유율 5.96%를 기록하고 있다. 드러나지 않지만 팀에는 꼭 필요한 존재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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