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부상으로 일찍 시즌 접은 황연주의 고백과 성숙

입력 2019-02-20 09: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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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황연주. 스포츠동아DB

현대건설 황연주. 스포츠동아DB

현대건설 황연주는 지난 15일 왼손 약지의 수술을 받았다. 인대파열을 봉합하고 그동안의 무리로 약간 휘었던 뼈를 바르게 펴서 핀으로 고정하는 수술까지 함께 했다. 항생제 치료 때문에 19일에야 구단 지정병원에서 퇴원했다.

25일 상태가 어떤지 최종검진을 받기 전까지 당분간 병원과 선수단숙소 및 집을 오갈 예정이다. 손가락의 상태에 따라 재활 일정이 결정되기에 아직은 훈련스케줄 등 모든 일정은 유동적이다.

지난해 12월 훈련도중 공에 맞아서 다친 부위였다. 그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다음날 경기가 있어서 쉴 형편도 아니었다. 통증은 차츰 사라지는 듯 했지만 시도 때도 없이 자주 찾아왔다. 훈련도중 공에 맞거나 다른 충격을 받으면 못 견딜 정도로 아팠다. 직업 운동선수라 몸 여기저기가 아파도 참고 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참으면 되는 줄 알았다.

2달이 넘도록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앞으로도 계속 생활해야 할 왼손이어서 결국 이도희 감독에게 “검사를 받아보고 싶다”고 했다. 정밀진단에서 인대파열을 알았다. 황연주는 “모든 배구선수들에게 흔히 있는 직업병이라고 생각해 뒤늦게 얘기한 내 잘못”이라고 했다. 결국 그 수술로 황연주의 2018~2019시즌 V리그는 끝났다. 일반인의 경우 손가락에 핀을 박으면 재활까지 4~8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회복이 빠른 운동선수라고 해도 이번시즌 그는 코트를 밟을 수 없다.

20경기 54세트에 출장해 160득점(공격성공률 33.57%), 6서브에이스, 14블로킹이 이번 시즌 거둔 성적이다. 2005년 V리그 원년에 데뷔해 15시즌동안 해마다 수확했던 기록 가운데 최악이다. 2013~2014시즌 30경기 104세트에서 275득점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300득점 이상 많게는 500득점을 넘었던 황연주였다. 하필이면 이번 시즌을 끝으로 현대건설과 FA계약이 끝나는 때에 부상을 당했다. 올해 33세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다음시즌을 장밋빛으로 바라볼 수 없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그래도 황연주는 “차라리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으로 수술을 했다”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여러모로 아쉬운 것이 많았지만 잃은 것만큼 배운 것도 많았다. “내게는 새로운 시즌이었다. 웜업존에서 경기를 보면서 그 곳에 있는 선수들의 마음도 이해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프로입단 이후 단 한번도 웜업존에서 지내본 적이 없었던 스타였기에 처음으로 그곳에서 주전자리를 바라보며 희망을 키워가는 어린 선수들의 열망을 봤다. 단 한번이라고 코트를 밟아보려고 애쓰는 비주전 선수들의 어려움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 그들과의 공감은 앞으로 지도자로 생활하거나 배구를 떠난 뒤의 긴 인생을 살아가는데도 도움이 될만한 경험이었다.

팀 사정상 때로는 서브리시브에 가담해야 하는 역할이 필요했던 황연주는 스스로 변화를 말했다. “웜업존에서 경기를 보니 나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뒤에서 보니 배구가 새롭게 보였고 더 잘 보였다”고 했다.

그는 “내가 코트에서 경기를 할 때보다 뒤에서 보니 더 냉정하게 보게 됐다. 코트에 들어가면 경기를 하느라 바빠서 나만 생각하면 됐지만 뒤에서는 다른 사람도 생각하게 됐다. 새로운 깨달음이었다”고 했다. 그동안 오직 자신을 중심으로 바라봤던 시야가 이번 시즌 부진과 부상을 겪으면서 더 넓어지고 인간적으로 성숙해졌음을 알 수 있다.

아픈 경험을 통해 모든 것을 내려놓은 황연주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해온 것보다 앞으로 해나갈 날이 많지 않지만 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건 할 생각이다. 지금 여기서 흐지부지 하기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V리그 공격부분 통산기록에서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역사를 만들어온 황연주는 여전히 보여줄 것이 많이 남았다.

다음 시즌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 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인간으로도 선수로서도 황연주는 성숙해진 것 같다. 누구나 살면서 좌절을 겪는다. 그 것을 어떻게 견디고 어둠 속에서 귀중한 무엇을 찾아내느냐는 전적으로 자기 몫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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