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김해란. 스포츠동아DB
그런 김해란이 고마웠던지 박미희 감독은 “5라운드 MVP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대놓고 응원했다. 5라운드 MVP는 결국 도로공사 문정원이 받았지만 김해란에게 줬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베테랑은 잘했다. 그는 “선수들 마음속의 MVP로도 충분하다”고 최근 인터뷰에서 조용조용하게 말했다.
● 세월을 거슬러가는 김해란의 비결은
이런 김해란을 곁에서 지켜본 박미희 감독은 “김세영과 함께 우리 팀에서 가장 훈련이 많다.
훈련을 쉬었으면 쉬었지 일단 훈련을 하면 허투루 하지 않는다. 일찍 훈련이 끝나면 코치에게 수비보강을 위해 따로 공을 때려달라고 한다. 훈련 때도 실전처럼 100% 전력을 다하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감독은 혹시라도 경기에 영향을 줄까봐 최대한 훈련 때 배려를 해준다. 이런 배려가 자칫 베테랑을 게으르게 만들 수도 있지만 김해란은 스스로를 다그치며 실전 이상의 훈련을 통해 순발력과 판단력이 녹슬지 않게 만든다.
● 시즌 뒤 찾아올 김해란의 선택은
이런 꾸준한 노력 덕분에 1월27일 V리그 최초로 통산 9000디그를 달성했다. 이런 추세라면 통산 1만 디그도 멀지 않다. 아직 챔피언결정전 우승반지가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이번 시즌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3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그는 도로공사 선수로 2005년 V리그 초대 챔피언결정전부터 시작해 2번 챔피언결정전에 나갔다. 2005년은 최강희 김세영 이효희의 인삼공사에 졌고 2005~2006시즌에는 김연경 황연주 이영주의 흥국생명에 졌다.
1만 디그와 챔피언결정전 우승반지는 선수생활을 계속하기만 한다면 가능한 목표지만 김해란을 둘러싼 상황은 유동적이다. 그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흥국생명과의 FA계약이 만료된다.
3년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해란 자신이 “우선 2년만 한 뒤 재평가 받고 싶다”고 요청해 2+1년 계약이 만들어졌다. 박미희 감독도 구단도 김해란의 현재의 기량이라면 FA계약은 충분하다고 믿는다. 문제는 본인의 뜻이다.
그는 이번 시즌을 마친 뒤 중대한 결정을 내리려고 한다. 출산을 위해 선수생활을 포기하느냐의 여부다. 많은 배구관계자들은 아까운 기량을 포기하지 말라고 하지만 출산을 원하는 남편과 시댁어른들의 뜻도 생각해야 한다.
이제 김해란에게는 6라운드 4경기와 끝을 알 수 없는 봄 배구 몇 경기만 남았다. 거창한 기록보다는 오늘의 경기를 위해 그저 눈앞의 수비에 최선을 다한다는 베테랑은 과연 시즌을 마친 뒤 어떤 결정을 내릴까.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