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선영 “데뷔 10여 년 만에 다시 연기 공부…드라마는 또 다른 무대”

입력 2014-08-18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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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선영은 “역할이 작아도 상관없으니 좋은 감독님들과 작업해보고 싶다”며 “어릴 때 홍상수 감독님의 광팬이었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우리는 ‘내일 모레면 마흔’이라는 표현을 종종 쓴다. 그만큼 마흔 즈음은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부담스러운 시기다. 하지만 배우 김선영은 달랐다. 연극계와 영화계에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는 서른아홉에 브라운관의 문을 두드렸다.

“이 나이에 또 ‘데뷔’라니 재밌었어요. 드라마는 연극, 영화와 또 다르더라고요. 매주 제가 나온 방송을 모니터 하면서 연기 공부를 다시 했어요. 모든 게 새로운 느낌이었죠.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가 생각나더군요.”

김선영은 올해 상반기 SBS 드라마 ‘호텔킹’에서 아모네(이다해)의 호텔 직원 소문정을 연기했다. 비슷한 시기에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꽃할배 수사대’에서는 극 중 이준혁(이순재)의 엄마 역으로 활약했다.

김선영은 “출연 전에는 많이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주위로부터 ‘드라마 사람들은 예의가 없다’ ‘적응하기 힘들다’ 등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라며 “나는 까다로운 성격이라 ‘드라마는 안 되겠다’ 싶었는데 기우였다. 생각보다 재밌고 감독님들도 젠틀하더라”고 밝혔다.

김선영이라는 이름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사실 그는 이미 프로다. 26세에 연극배우로 데뷔해 ‘경남 창녕군 길곡면’ ‘안녕 모스크바’ ‘뷰티퀸’ 등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 20대 후반 영화 ‘잠복근무’(2005)를 통해 스크린으로 진출한 후 ‘음치클리닉’ ‘위험한 상견례’ ‘몬스터’ 등에서 감초 연기를 톡톡히 해냈다.

김선영이 안방극장에 다다르게 된 과정은 거창하지 않다. 그는 “예전에 내 공연을 본 감독님의 제안으로 영화에 캐스팅됐다. 이번에도 내가 출연한 영화를 보고 드라마 측에서 캐스팅 제의가 왔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20대 후반에만 해도 연극 외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매일 극장에 살다시피 하면서 연습하느라 바빴어요. 말 그대로 ‘미친 듯이’ 할 때였으니까요. 만약 그때 제가 시도를 했으면 영화나 드라마에 진출할 기회가 일찍 왔을 수도 있었을 텐데 시도 자체를 안 했던 거죠.”


배고픈 연극계에 있으면서도 김선영이 연기를 놓지 않은 이유는 ‘신념’이었다. 김선영은 “연기는 내가 해야 하는 것이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위로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요즘 살기 힘든데 사람들이 나를 통해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의 안식처는 어디일까.

“제 쉼터는 가족이에요. 남편은 연출가라 같은 일을 하니까 저를 많이 이해해주고 응원해줘요. 제가 촬영을 나가면 남편이 딸을 봐주곤 했죠. 딸이 올해 4살인데 TV에 나온 저를 알아봐요. 한번은 ‘꽃할배 수사대’에 제 딸로 나온 배우와 비슷한 사람을 보고는 ‘엄마 딸이다’라고 말하더라고요. 딸이 정말 예뻐서 둘째도 낳고 싶은데 남편이...”(웃음)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김선영. 하지만 그는 다른 분야에 발을 디딘 후에도 ‘고향’인 연극 무대를 잊지 않았다. 요즘은 10월 창작 연극 ‘용준씨는 파라오다’와 12월 연극 ‘괴물’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이다.

“바람이 있다면 이순재 선생님과 같이 연극을 해보고 싶어요. ‘꽃할배 수사대’에서 같이 연기했을 때 정말 재밌고 좋았거든요. 원래 저는 감정 표현을 잘 안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어느날 제가 선생님을 안은 적이 있어요. 그때 제 마음을 읽으셨는지 제 손을 꼭 잡아주셨어요. 선생님의 진심이 느껴졌어요. 이순재 선생님, 정말 좋아해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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