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투구읽기] 김광현의 높은 볼에…장원중 한방에…훅 갔다

입력 2011-10-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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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대부분 높은 슬라이더에 얻어맞아
장원준 4회초 박정권에 홈런 맞고 무너져
박희수·임경완 투수교체 시기는 ‘옥에 티’
SK 김광현과 롯데 장원준, 양쪽 선발투수 모두 제 몫을 못하면서 결국 불펜에서 승부가 갈렸다. 준플레이오프(준PO)를 거치면서 피로가 누적됐겠지만 역시 SK 불펜은 강하다는 사실이 또 한 번 입증됐다.

다음 투수는 부담감 적은 상황에서 올려라

양팀의 투수교체는 전반적으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SK도, 롯데도 불펜이 각각 2실점, 3실점했지만 초반부터 활발했던 양쪽 타자들의 컨디션을 고려하면 선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롯데쪽에도, SK쪽에도 ‘옥에 티’처럼 걸리는 대목이 한 구석씩 있었다.

6회초 SK에게 4-4로 동점을 내주는 과정에서 롯데의 계투작전은 아쉬움을 남겼다. 5회까지 3실점하며 한계를 드러낸 선발 장원준을 6회에도 내기보다는 임경완이나 고원준으로 바로 넘어갔더라면 어땠을까.

양승호 감독은 장원준이 선두타자 김강민에게 2루타를 내주자 임경완을 투입했는데, 임경완은 정규시즌에도 주자가 없을 때 효과적으로 피칭했다. 또 임경완이 장원준의 주자를 실점한 뒤 좌타자 박재상 타석에서 다시 고원준으로 교체한 대목도 마찬가지다.

고원준은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는 만큼 임경완을 쓰지 않고 장원준에서 고원준으로 바로 갔더라면 더 매끄러웠을 것 같다.

SK 역시 7회말 박희수가 선두타자 홍성흔에게 안타를 내줬을 때 한 템포 빠르게 투수교체를 검토해볼 만했다. 박희수는 준PO까지 잘 던졌지만 주무기인 체인지업(투심패스트볼)이 타자 앞에서 잘 안 떨어졌다.

엄정욱 마무리 카드 유효할까

실전공백 우려에도 불구하고 롯데 타자들은 1차전부터 빼어난 타격감을 과시했다. 이런 롯데 타선을 상대로 SK 불펜은 제 역할을 다했다. 다만 이만수 감독대행으로선 한 가지 고민거리를 떠안게 됐다.

이 대행이 취임한 뒤 마무리 역할을 잘 수행해온 엄정욱이 9회 롯데 타자들에게 힘에서 밀려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남은 경기의 숙제다. 앞으로도 리드 상황에서 엄정욱을 마무리로 고수할지 궁금하다.

2차전에도 영향 미치게 된 장원준의 부진

1차전 선발투수들은 PO가 5차전까지 이어진다면 어떤 형태로든 추가 등판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김광현과 장원준의 투구는 실망스러웠다.

롯데 타자들을 상대하려면 제구가 뛰어나거나 구종이 다양해야 한다. 그러나 김광현의 볼은 전반적으로 높았다. 직구와 슬라이더의 두 가지 구종만으로 롯데 타자들을 상대했는데 제구가 흔들렸다.

직구는 높아도 버틸 수 있지만 슬라이더가 높으면 곤란하다. 1회 김주찬에게 내준 홈런을 포함해 대부분 높은 슬라이더를 얻어맞았다.

장원준은 페넌트레이스 때도 잘 던지다가 한 이닝에 갑자기 무너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4회초 박정권에게 홈런을 맞은 뒤에도 그랬다. 롯데가 유리했던 흐름이 일순간에 흐트러졌다.

양상문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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