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실투에 와르르 “많이 맞아봐야…”

입력 2012-03-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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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박찬호가 21일 청주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에서 3.1이닝 4실점으로 고전했다. 마운드에서 뭔가 풀리지 않는 듯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제공|한화 이글스

박찬호, 커트에 진 빠지고 실투에 와르르
끈질긴 롯데 타자들…80개 투구중 파울 22개
황재균에 맞은 투런포는 가운데로 몰린 커브


“안타 6개중 5개 실투…맞으면서 해법 찾겠다”

3.1이닝 6안타 1홈런 1볼넷 2탈삼진 4실점. 한화 박찬호(39)가 21일 청주 롯데전에 시범경기 들어 처음 등판해 거머쥔 성적표다. 14일 SK와의 연습경기에서도 2.2이닝 5안타 1볼넷으로 4실점했던 박찬호. 일단 수치상으로는 위력적이지 못하다. 무엇이 박찬호를 고전하게 했을까. 그는 마운드에서 내려온 뒤 “한국 타자들이 끝까지 기다릴 줄 알고 공을 늦게까지 보고 유인구에 속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좋은 경험을 했다”고 자평했다.


○롯데 타자들의 ‘커트’에 고전

박찬호는 1회에만 36구를 던지면서 4안타 2실점했다. 롯데 타자들은 박찬호의 공을 끊임없이 걷어내며 물고 늘어졌다. 2회와 3회 삼진을 잡을 때도 롯데 신본기와 홍성흔의 끈질긴 커트에 승부를 빨리 매듭짓지 못했다. 2구 이내에 타자가 타격한 것은 16번의 타석 중 4번뿐. 투구수 80개 중 파울이 22개였고, 5구 이상 승부만 9번이었다. 박찬호는 “커트를 많이 하는 타자들 성향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미국 타자들보다 파워가 적지만 한국 타자들은 1번부터 9번까지 다 적극적으로 치는 것 같다”며 “몸쪽 승부를 많이 했고 스윙을 유도하는 변화구들을 많이 던졌는데 타자들의 선구안이 좋았던 것 같다. 롯데에 직구를 잘 치는 타자가 많다고 해서 로케이션에 변화를 많이 주려고 했다”고 밝혔다.


○황재균에게 국내 첫 홈런 허용

롯데 황재균은 박찬호를 상대로 첫 홈런을 친 국내 타자가 됐다. 4회 1사 1루서 한가운데로 몰린 박찬호의 커브(123km)를 통타해 비거리 110m짜리 좌월2점아치를 그렸다. 역시 볼카운트 2-1서 2개의 공을 커트한 끝에 터뜨린 홈런이다. 황재균은 “직구를 노리다가 카운트가 몰려서 정확히 맞춘다는 생각이었다.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이 홈런에 대해 “땅볼을 유도하려고 던진 커브가 높았다”며 “딱 치기 좋게 들어갔지만 쉬운 공도 아니었는데 타자가 잘 쳤다”고 평했다.

실투는 늘 발목을 잡는다. 박찬호는 “4회 1사 후 맞은 우전안타(박종윤)를 제외하면 5안타 모두 실투였다”고 인정했다. 슬라이더(18개)와 커브(14개)를 비롯한 변화구를 많이 던지면서 시험해봤는데, 타자들이 볼에 방망이를 잘 안 내서 심리적으로 쫓겼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는 “실투로 안타를 맞는다는 건 거꾸로 실투만 안 던지면 안 맞는다는 희망이 있다는 뜻이다. 계속 이어진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좋은 경험으로 삼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한대화 “편안한 마음으로 던지길”

어차피 시범경기다. 박찬호는 “많이 맞아봐야 상대를 알 수 있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조급해하고 서두를수록 결과는 더 안 좋다는 점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기간에 많이 맞는 건 타자들의 성향을 더 자세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양한 경험을 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한대화 감독도 “너무 잘 던지려다 부담을 느끼는 게 아닌가 싶다. 아직은 한국 타자들에 대해 더 파악해야 하는 시기”라며 “편안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정민철 투수코치 역시 “투수는 본능적으로 맞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시험할 수 있는 시기는 지금뿐이다. 슬기롭게 잘 컨트롤할 수 있는 선수”라고 거들었다.

청주|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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