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인사이드] 추추트레인 추신수 선두서 이끈다…‘빅 레드 머신’ 칙칙폭폭

입력 2013-03-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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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스포츠동아DB

■ 신시내티 레즈

추신수(31)는 지난 7년간 정든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떠나 올 시즌 같은 오하이오주의 신시내티 레즈로 둥지를 옮겼다. 1882년 창설된 레즈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팀으로 월드시리즈 5차례, 내셔널리그 9차례 우승을 차지한 명문 구단이다. 지난 시즌에도 97승65패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승률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적지에서 2연승을 거두고도 홈에서 충격의 3연패를 당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5번의 WS 우승’ ‘9번의 NL 우승’ 명문 구단
뛰어난 클린업트리오 비해 부실한 1번타자
지난 시즌도 플레이오프서 충격 3연패 눈물

추신수 영입으로 ‘리드오프 부재’ 고민 해결
ML 4위 방어율 투수진·마무리 차프만 건재
1970년대 WS 2연패 ‘붉은 물결’ 재현 나서



○추신수, 리드오프 고민 씻어줄까?

1990년 이후 22년 만의 정상 정복 꿈이 신기루가 되자 레즈 구단은 확실한 리드오프의 부재를 최대약점으로 진단했다. 지난해 드루 스텁스를 비롯해 브랜든 필립스, 잭 코자트 등이 번갈아 출장한 1번 타순에서 타율 0.208, 출루율 0.254, 장타율 0.327, 16홈런, 10도루에 그친 것. 뛰어난 클린업트리오를 보유했지만 1번타자가 부실하다 보니 162경기에서 669득점에 그쳤다. 전체 1위인 텍사스 레인저스(808득점)에는 무려 139점 뒤졌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들 가운데선 꼴찌였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대표팀의 주전 2루수로 활약한 필립스의 기록을 보면 1번은 아무나 맡는 것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시즌 필립스는 1번 타순(114타수)에서 타율 0.202에 그쳤다. 반면 3번 타순(178타수)에선 0.298, 4번 타순(287타수)에선 0.305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추신수는 인디언스에서 타율 0.283, 출루율 0.373, 장타율 0.441, 16홈런, 67타점, 21도루를 기록했다. 추신수의 성적을 레즈 구단 기록과 비교하면 타율과 출루율에서 1위에 해당된다.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0.281의 필립스가 가장 좋은 타율을 보였고, 출루율 0.327의 제이 브루스가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최소한 추신수가 지난 시즌만큼만 성적을 올려도 레즈의 공격력은 크게 향상될 수 있다는 방증이다.


○1970년대를 강타한 ‘빅 레드 머신’

중견수 겸 1번타자 추신수의 가세로 레즈는 라이언 루드윅(좌익수), 브루스(우익수), 조이 보토(1루수), 필립스(2루수), 타드 프레이저(3루수), 코자트(유격수)로 이어지는 주전 라인업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이는 마치 레즈 구단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였던 1970년대 ‘빅 레드 머신(The Big Red Machine)’의 환생을 보는 듯하다. ‘빅 레드 머신’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린 레즈는 1970년부터 1976년까지 5차례 내셔널리그 챔피언에 올랐고, 1975년부터 2년 연속 월드시리즈를 차지했다. 내셔널리그 팀 가운데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것은 레즈가 마지막이다. 이 기간 레즈는 683승443패를 기록했다. 시즌 평균 98승을 따내며 다른 팀에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했다. 명장 스파키 앤더슨 감독의 지도 아래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안타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피트 로즈, 명예의 전당 멤버 조니 벤치, 조 모건, 토니 페레스가 ‘빅 레드 머신’의 핵심을 이뤘다. 여기에 데이브 코셉시온, 조지 포스터, 세사르 에로니모, 켄 그리피 시니어로 이어지는 환상적 라인업은 ‘위대한 8인(Great Eight)’으로 일컬어졌다.

1975년 정규시즌 108승을 거둔 레즈는 플레이오프에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3경기 만에 스윕으로 물리치고 월드시리즈에 올라 보스턴 레드삭스와 대결했다. 3승2패로 레즈가 앞선 가운데 치러진 6차전은 지금까지도 월드시리즈 최고의 명승부 중 하나로 꼽힌다. 아웃카운트 5개를 남기고 레즈가 6-3으로 리드한 상황에서 ‘밤비노의 저주’를 풀려는 레드삭스가 저력을 발휘했다. 대타로 나선 버니 카보가 통렬한 동점 3점홈런을 터뜨려 친정팀 레즈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여세를 몰아 연장 12회 칼튼 피스크가 그린몬스터 좌측 폴을 때리는 끝내기홈런을 때려 레드삭스가 7-6으로 역전승했다.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7차전에서도 레즈는 선발 돈 걸레트가 제구력 난조를 보이며 3회 3점을 내줘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빅 레드 머신’은 포기하지 않았다. 6회 토니 페레스가 그린몬스터를 넘기는 2점홈런으로 추격에 불을 댕긴 뒤 7회 피트 로즈가 적시타를 때려 켄 그리피 시니어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동점을 만들었다. 9회초 1사 1·3루서 조 모건의 빗맞은 타구가 결승타로 연결돼 4-3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35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탈환했다.

‘위대한 8인’이 고스란히 뛴 1976년은 거칠 게 없었다. 내셔널리그 플레이오프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3경기 만에 스윕하고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상대가 뉴욕 양키스였지만 ‘빅 레드 머신’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4경기에서 레즈는 22점을 뽑은 반면 양키스는 고작 8점에 그쳤다. 1975년 월드시리즈 7차전에 이어 양키스에 4전승을 거둔 레즈는 1990년에도 열세라는 전망과 달리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4경기 만에 제압해 월드시리즈 9연승의 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빅 레드 머신’의 부활은 가능할까?

올 시즌 레즈는 워싱턴 내셔널스, LA 다저스, 샌프란시스코 등과 함께 내셔널리그 우승을 다툴 유력 후보다. 지난 시즌 방어율 3.34로 전체 4위에 올랐던 투수진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38세이브를 올린 특급 마무리 아롤디스 차프만도 여전하다. 에이스 조니 쿠에토(19승9패)를 비롯해 맷 라토스(14승4패), 브론슨 아로요(12승10패), 호머 베일리(13승10패)가 포진한 선발진도 막강하다. 불펜도 화려하다. 다저스에서 소방수로 활약했던 조내선 브록스턴(4세이브10홀드), 우완 로건 온드루섹(5승2패13홀드), 알프레도 시몬(3승2패), 호세 아레돈도(6승2패12홀드), 샘 리큐어(3승3패7홀드), 알프레도 시몬(3승2패), 좌완 션 마셜(5승5패9세이브22홀드) 등으로 구성된다. 지난 시즌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2승3패9홀드를 기록한 좌완 매니 파라도 영입했다.

레즈의 홈구장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 정문에는 조니 벤치, 테드 클루제스키, 어니 롬바르디, 조 넉스헐, 프랭크 로빈슨 등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9월 8일 다저스와의 홈경기에 앞서 또 하나의 동상도 선보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1975년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결승타점을 올린 조 모건이다. ESPN에서 해설자로도 명성을 떨치고 있는 모건은 골드글러브 5차례,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 2차례, 올스타 10차례 선정에 빛나는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로 ‘빅 레드 머신’의 핵심 인물이다.

신시내티는 다른 도시와는 달리 풋볼보다 야구의 인기가 높은 곳이다. 워낙 역사가 오래된 이유도 있지만,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는 레즈의 7번째 홈구장이다. 팀의 상징인 빨간색 옷을 입고 경기장 전체를 붉게 물들이며 열성적 응원을 펼치기로 유명한 레즈 팬들은 추신수가 선봉이 돼 ‘빅 레드 머신’의 환생을 이뤄낸다면 통산 6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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