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도 눈물도 터졌다 ‘울보 정대세’

입력 2013-04-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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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정대세(뒤)가 6일 대구와 홈경기에서 국내 무대 데뷔 골을 터뜨린 뒤 팀 동료 스테보와 껴안은 채 흐느끼고 있다. 사진제공|수원삼성 구단

대구전 K리그 클래식 데뷔골 눈물 세리머니
서정원 감독 “자신감 살아나…이젠 몰아칠 것”


“딱 한 골이면 된다. 그러면 무섭게 몰아칠 수 있다.”

기약 없는 기다림은 답답했다. 그래도 북한대표팀 출신 정대세(29·수원 삼성)에 대한 서정원 감독의 믿음은 변함없었다. 결국 ‘통’했다. 6일 대구FC와 K리그 클래식 5라운드 홈경기에서 정대세가 국내 무대 데뷔 골을 터뜨렸다. 전반 32분 아크 지역에서 스테보가 내준 패스를 서정진이 문전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연결했고, 이를 정대세가 밀어 넣었다. 수원 유니폼을 입고 8경기 만에 나온 마수걸이 골.

세리머니는 ‘눈물’이었다. 두 팔을 하늘을 향해 치켜 올린 채 무릎을 꿇은 정대세의 눈가에는 물기가 촉촉했다. 이 골을 발판 삼은 수원은 서정진(후반 1분)-스테보(후반 9분)의 연속 골로 3-1 쾌승을 했다. 스테보의 쐐기 골까지 어시스트한 정대세는 후반 40분 조용태와 교체됐다. 수원은 4승1패(승점 12)로 선두가 됐다.

사흘 전(3일)의 아픔도 털었다. 가시와 레이솔(일본)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H조 예선 3차전에서 정대세는 두 차례 페널티킥(PK)을 실축했고, 수원은 2-6으로 대패했다. 안방 6실점은 창단 후 처음.

회복할 틈도 없이 대구전을 준비한 서 감독은 주전 체력 안배와 분위기 전환을 위해 대대적인 로테이션을 시도했다. 6명의 새 얼굴이 투입됐지만 명예회복 기회도 부여했다. 많은 실수를 범한 양동원(GK)과 정대세는 엔트리에 남겼다. 서 감독은 팀 미팅에서 한 마디 했다. “맑고 흐린 날도, 비올 때도 있다. 의지가 강해 나온 에피소드일 뿐이다. 다 털자.” 경기 중에는 계속 조급해하던 정대세를 벤치로 불러 “너무 골 욕심을 내기보단 편히 즐기고 쉽게 뛰면 기회가 오니 걱정 말라”고 격려했다.

그렇게 수원은 위기에서 더욱 강해지는 옛 모습을 회복했다. 전반 막판 보스나의 자책골로 스코어 1-1이 됐지만 고삐를 늦추지 않았고, 끝내 승점 3을 챙겼다. 9일 가시와 원정을 앞둔 기분 좋은 승전보. “(정)대세가 자신감이 살아났다. 많이 회복될 것 같다”는 스승의 말에 제자는 “(부담감에) 잠도 설치고 불안했다. ‘오늘은 골 넣자’는 동료들의 말도 부담이었다. (가시와전 PK 연속 실축이) 너무 창피했다. 쉬운 찬스였어도 기다렸던 골에 기뻐서 오늘 눈물이 났다. 골 부담이 다 사라지진 않았지만 이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화답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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