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리우] 힘내! 진종오, 50m 권총이 있잖아

입력 2016-08-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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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오(오른쪽에서 2번째)가 7일(한국시간) 열린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금메달 사냥에 실패한 뒤 고개를 숙인 채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부담감에 10m 공기권총 아쉬운 5위
10일 주종목 3회 연속 올림픽金 기회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그는 좀처럼 사선을 벗어나지 못했다. 최종 결과가 나온 뒤에는 떠들썩한 주위의 소음에서 잠시 벗어나려는 듯 귀를 꼭 막았다.

‘사격황제’가 무너졌다. 명사수 진종오(37·kt)가 7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슈팅센터에서 열린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결선 성적 139.8점으로 5위에 머물렀다.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어렵게 오른 챔피언의 자리를 아쉽게 내줬다. 호앙 쑤안 빈(베트남), 펠리페 알메이다(브라질), 팡웨이(중국)가 금∼동메달을 땄다.

이 종목 결선에선 최대 20발로 승부를 가리는데, 최초 3발씩 2세트(150초)를 거쳐 50초 내에 1발씩 2회를 쏘면서 그 때마다 최하위를 걸러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진종오는 46명이 총 60발(600점 만점)을 쏘는 본선에서 584점으로 전체 2위를 기록해 8명이 오르는 결선에 진출했지만 더 이상의 전진은 없었다. 10m 공기권총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 런던올림픽 금메달의 흐뭇한 기억을 안겨준 터라 충격은 더 없이 컸다. 진종오와 함께 나선 이대명(28·한화갤러리아)은 본선 19위(577점)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항상 그래왔듯, 리우올림픽에서도 대한민국 선수단에 사격이 첫 금메달을 안겨줘야 한다는 부담이 컸던 탓일까. 결선 5위로 탈락한 뒤 긴 한숨을 내쉬며 답답함을 드러낸 진종오는 믹스트존을 빠져나갈 때도 옅은 미소와 함께 “죄송하다”는 한 마디만 남겼다.

왠지 느낌부터 심상치 않았다. 여러모로 평소와 달랐다. 본선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체 2위였으나 과정은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 특히 초반 10발을 쏜 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총을 들었다 내려놓는 동작을 반복해 불안감을 줬다. 격발 타이밍도 내내 일정치 않았다. 때로는 빨랐다가 어느 순간 늦어져 의문을 자아냈다.

현장을 찾은 사격인들은 한결같이 “진종오가 가장 안 좋을 때 보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본선 초반부에 힘을 너무 빼다보니 최상위권과 격차가 계속 벌어졌고, 이를 따라잡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점차 생각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방아쇠를 당겨야 하는데, 리듬을 잃었다. 본선 종료 후 결선까지 1시간도 채 안 되는 짧은 휴식시간에 장비검사를 다시 받고, 평정심을 되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진종오의 경기를 유심히 지켜본 한 사격 지도자는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어수선한 사격장 분위기도 빼놓을 수 없다. 국제사격연맹(ISSF)은 사격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관중의 함성과 야유, 응원가 합창 등을 허용하고 있다. 제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적지에선 흔들리기 마련인데, 이중고가 아닐 수 없다. 솔직히 홈팬들은 너무 시끄러웠다. 부부젤라를 크게 불어대기까지 했다. 참다못한 다른 국가 팬들과 브라질 팬 사이에 고성이 오갈 정도였다.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10일 같은 장소에서 예정된 50m 권총이다. 2004년 아테네대회 때부터 올림픽 메달을 딴 그의 주종목이다. 2008년부터 3회 연속 같은 종목 금메달을 꿈꾼다. 다만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행여 어려움을 겪더라도, 더 이상 그가 죄송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받지 않았으면 한다. 그저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후회 없는 경기가 먼저다.

리우데자네이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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