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왕 정조국·도움왕 이근호’ 연말 시상대 최고의 그림 그린다

입력 2017-02-1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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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을 앞두고 나란히 강원FC로 이적한 정조국(왼쪽)과 이근호는 프로팀에선 처음으로 함께 손발을 맞추게 된 것에 많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기장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 올 시즌 강원FC 돌풍 이끌 최강의 콤비

■ 정조국

강원 오기로 한 데 근호 계약이 큰 영향
최고의 국내파 공격조합 만들어보고파
챔스리그 진출 목표 위해 솔선수범할 것

■ 이근호

조국이 형은 원샷 원킬의 준비된 공격수
최대한 많은 도움…첫 개인 타이틀 꿈도
아직 세련미 부족…더 열심히 뛰어 커버


나란히 손을 맞잡은 두 사나이는 연말 시상대에 나란히 서는 ‘최고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둘의 바람은 이뤄질까.

강원FC 이근호(32)와 정조국(33)은 지난해 12월 한국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한 ‘강원 릴레이 폭풍영입’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했다. 4년 만에 K리그 클래식(1부리그) 무대 복귀라는 값진 열매를 수확한 뒤 강원 조태룡 대표이사는 도민구단으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공격적인 선수영입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영입 1호’가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국가대표 출신 이근호였다. 이근호에 이어 오범석, 김경중, 김승용, 박선주, 강지용, 이범영, 문창진, 황진성 등 스타선수들을 줄줄이 데려온 뒤 10번째이자 마지막으로 2016시즌 최우수선수(MVP)와 득점왕을 석권한 정조국을 광주FC에서 전격적으로 영입하며 화려하게 방점을 찍었다.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란 야망을 당당하게 밝힌 강원은 3월 4일 개막하는 올 시즌 클래식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팀들 중 하나다. 단순한 다크호스를 넘어 3위 이내 진입을 목표로 세운 강원이 큰 꿈을 이루기 위해선 이름값은 물론 실력으로 봤을 때도 ‘정조국-이근호 콤비’의 역할이 몹시 중요하다.

잠시 태극마크를 함께 달기도 했지만, 둘이 같은 클럽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강원에 몸담은 뒤 서로에 대해 “언젠가 꼭 한 번 함께 뛰고 싶은 동료였다”며 굳은 신뢰감을 드러냈다. 한 살 차이로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형제처럼 벌써부터 뜨거운 동료애를 보이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났다.

형인 정조국은 이근호에 대해 “나보다 나은 동생”이라고 치켜세웠고, 이근호는 “형은 대신고 시절부터 ‘효창(운동장)의 신’이었다. 형과 함께 뛰게 돼 정말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13일 강원 선수단의 전지훈련지인 부산 기장의 동부산관광호텔에서 만나 기자가 질문을 던지면 두 선수가 번갈아가며 대답하는 형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009년 대표팀에서 뛸 당시 정조국-이근호(오른쪽).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2009년 2월 대표팀에서 잠시 호흡을 맞춘 것이 두 선수가 마지막으로 함께 뛴 기억이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꼭 한 번 같은 팀에서 뛰어보자는 생각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정조국(이하 조국)=‘빅&스몰’ 조합이라고 할까? 근호가 가진 장점과 내가 가진 장점이 융화되면 더 큰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했다. 근호는 워낙 활동량이 많고, 모든 면에서 적극적이라 팀에 도움이 많이 되는 스타일이다.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선수다.


▲이근호(이하 근호)=나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웃음). 지난해 제주에 있으면서 제주의 팀 컬러에 조국이 형 스타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형, 한 번 같이 뛰자’고 했다. 제주에는 정통 9번 스트라이커가 없고, 믿고 넣어줄 만한 선수가 없었다. 제주에 형만 오면 완성이다 했는데, 여기 강원에서 만났다.


-잠시 시계를 돌려보자. 강원의 러브콜을 받은 뒤 시차를 두고 나란히 입단했다. 특히 이근호 선수는 첫 스타트를 끊었다.

▲근호=다시 돌아간다면 못 할 것 같다(웃음). 기사로는 내가 영입 1호였지만, 사실은 (오)범석이 형이 1호였고, 나는 2∼3번째였다. 강원의 제안을 받고 고민했는데, 그 때는 ‘이제 마지막이니까 재미있게 차자. (친구인) 김승용도 온다고 하고, (백)종환이가 주장으로 있으니’하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협상을 시작했고, 현실적 조건도 나쁘지 않았다. 구단의 비전도 느껴졌다. 그런데 조국이 형은 안 올 줄 알았다. 일본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조국=내가 근호였다면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근호가 대단하다고 느끼는 게 그런 것이다. 나는 팀이 어느 정도 다 세팅된 다음에 결정했는데…. 근호가 먼저 계약했다는 사실이 내가 강원에 오기로 결심하는 데 정말 큰 영향을 미쳤다.


-1월 울산전지훈련부터 본격적으로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직접 뛰어보니 ‘이래서 좋더라’하는 점이 있다면?

▲조국=‘역시나’다. 근호는 궂은일을 많이 하고, 꼭 팀에 필요한 스타일이다. 아직 준비하는 단계라 100%라고는 못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좋아질 것이란 확신이 든다. 서로가 많은 경험을 갖고 있어 앞으로 대화를 통해 더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근호=형은 확실히 골을 넣을 줄 아는 스트라이커다. 볼 대는 것이 다르다. 뭐라고 할까, 믿음직스럽다고 할까? 조국이 형은 ‘원샷 원킬’ 할 수 있는 준비된 공격수다. 요즘에 와서 처음 느끼는 것인데, 운동장에서뿐만 아니라 평소 생활에서도 행동하는 모든 것이 솔선수범하는 스타일이다. 사실 나는 완전 반대로 알고 있었는데…(웃음). 스타플레이어들은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 정말 많은 노력을 하는 것 같다.

강원FC 정조국-이근호(오른쪽). 스포츠동아DB



-그렇다면 각자 스스로 생각하는 나의 단점이 있다면?

▲근호=나는 볼을 못 찬다(정조국은 이때 ‘잘 차던데, 뭐’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렸을 때 일찍 축구를 시작한 게 아니라서 그런지 세련미가 부족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뛰고, 그런 것으로 커버하려고 노력한다.

▲조국=개인적으로 봤을 때 가장 아쉬운 것은 헤딩골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20골 중에서도 단 한 골이었으니까. 예전보다 헤딩골이 줄어든 것은 아무래도 트라우마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2008년과 이듬해 2년에 걸쳐 광대뼈를 양쪽 번갈아가며 한 번씩 다쳤으니…. 나같은 선수도 드물 것이다.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헤딩에 약하긴 했다. 그래서 더 발로 넣기 위해 슈팅 연습을 많이 하기도 했고. 단점을 보완하기에는 나이도 있고 늦은 감이 있으니, 장점을 더 살려야 하지 않겠나.


-이근호 선수가 정조국 선수를 2년 연속 득점왕으로 만들겠다고 했고, 정조국 선수는 ‘도움왕 이근호’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조국=근호가 먼저 이야기해줘서 동료로서, 선수로서 고맙게 생각한다. 자기도 공격수로서 욕심이 많을 텐데…. 내게 믿음을 보여줬으니, 내가 더 잘해야 한다. K리그에 언제부터 국내파 공격 파트너가 별로 없어졌는데, 새로운 국내파 공격조합을 만들어보고 싶다.

▲근호=사실 도움왕은 프리킥을 잘 차는 (염)기훈(수원삼성)이 형 같은 스타일이 유리하다. 도움왕을 목표로 해본 적은 없지만, 최대한 조국이 형에게 많은 어시스트를 하고 싶다. 그러면 팀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내가 베스트11에는 뽑힌 적은 몇 번 있지만, 한 번도 개인타이틀을 딴 적은 없다. 연말에 조국이 형이랑 같이 시상대에 선다면 정말 최고의 그림이 될 것 같다(이 말에 정조국은 ‘그렇지, 최고의 그림이지’라고 맞장구를 쳤다).


-상대방은 스스로에게 어떤 존재인가?

▲조국=워낙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는 좋은 파트너이자, 동반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더구나 책임감을 나 혼자 짊어지는 게 아니라, 근호가 있어 든든하고.

▲근호=나도 조국이 형이 있어 정말 좋다. 팀으로 봤을 때는 개인적으로 부담을 덜어서 더 좋고. 조국이 형은 내게 든든한 형인 것 같다. 형만 떠올리면 자꾸 믿음직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강원FC 정조국-이근호(오른쪽). 사진제공|강원FC



-다시 팀 얘기로 돌아와보자. 그라운드 밖에서 두 사람이 각자 할 일이 있을 것 같은데.

▲조국=팀이 원하고, 감독님이 원했다는 것은 내가 가진 기술만이 아닐 것이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솔선수범해 보여주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본다. 후배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그런 시대는 지났으니…. 후배들 얘기도 많이 들어줄 생각이다. 후배지만, 우리 팀 주장이고 중심인 (백)종환이를 존중하면서 도와줘야 하고. 따끔하게 후배들을 질책할 때도 있겠지만, 내가 먼저 보여주면 따라오지 않을까?

▲근호=(이근호는 최근 부주장으로 선임됐다) 사실 나는 뒤에서 돕는 것을 좋아하는데, 프로에 와서 주장이나 부주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듣고 있던 정조국은 ‘나도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백)종환이가 챌린지(2부리그)에 있을 때 혼자 고민하고, 버거워하는 모습을 많이 지켜봐서 ‘오랜 친구인 내가 도와주면 힘이 되겠다’ 싶었다. 지금은 아직 초반이라 우선 그림자 역할을 하겠지만, 시즌이 시작되면 아무래도 더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정조국은 ‘후배들이 근호를 잘 따른다. 근호가 잘하고 있어서 내가 따로 할 일이 없다’며 웃었다).


-강원은 내년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근호=(조태룡) 대표님이나 (최윤겸) 감독님께서 목표를 설정하셨을 때, 처음에는 나 역시도 ‘맞는 목표인가’ 의문을 가졌는데, 목표가 높으니 더 책임감을 갖고 더 열심히 준비하게 되더라. 단순히 강등권 탈출이 아니니 더 채찍질을 하게 되고. 결과는 끝나봐야 알겠지만,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의미 있는 목표다.

▲조국=개인적으로 봤을 때 매력적인 목표라고 생각한다. 일단 준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바로 앞에 있을 훈련이나, 개막전,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하다. 서로 소통하면서 감독님 중심으로 준비를 잘하고, 열심히 땀을 흘리면 원하는 목표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그게 세상 이치인 것 같더라. 동계훈련이 차질을 빚으면서 아쉽게 날려버린 시간이 적지 않아서인지, 오히려 선수들이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둘은 그러면서 이구동성으로 ‘시즌 초반 10경기가 중요하다. 분위기를 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국=한국축구의 힘이자 뿌리인 K리그를 많이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경기장을 많이 찾아주셔서 때로는 강한 질책도 해주시고. 선수들이 가장 힘이 날 때가 팬들이 가득 찬 운동장에 있을 때다. 어떤 것보다 큰 에너지가 된다.

▲근호=축구는 TV로 보는 것보다 직접 보면 훨씬 재미있는 종목이다. 친구 한 명이라도 손을 잡고 경기장에 와주시고, 아빠가 아들을 데리고 찾아주시면 우리 선수들이 더 열심히 뛰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드릴 것이다. 직접 보시면 마음이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강원은 올해 어느 팀보다 공격적인 축구를 할 것이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기장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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