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단장야구, 트레이드 시대 문을 열었다

입력 2017-04-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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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염경엽 단장-한화 박종훈 단장(오른쪽). 사진제공|SK 와이번스·한화 이글스

2017 KBO리그는 팀당 최대 15경기 안팎을 치른 시점에서 벌써 4건의 트레이드가 이뤄졌다. 아직 4월, 예년 같았으면 순위가 하위권에 머물러도 겨우내 준비한 전력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고 있을 시기다. 그러나 KBO리그 각 팀은 활발하게 움직이며 ‘트레이드 절대 불가 자원’으로 보였던 선수까지도 시장에 내놓고 있다.

KBO리그는 단일리그로 그동안 트레이드 시장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팀의 전력 보강도 중요하지만 경영진이 더 걱정한건 ‘손해 보는 트레이드’였다. 혹여 트레이드로 떠나보낸 선수가 상대 팀에서 맹활약할 경우 쏟아질 비난과 책임이 두려워 선뜻 시장에 나서지 못했다.

특히 얼마 전까지 각 팀의 단장은 대부분 그룹에서 임명된 전문 경영인이었다. 프로야구 현장에 대한 경험과 감각은 물론 인맥도 거의 없었다. 과감한 트레이드를 시도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한계였다.

그러나 KBO리그는 메이저리그처럼 단장이 전력구성을 주도하고 이끄는 시스템으로 변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두산, NC, LG, SK, 한화, 넥센은 선수출신 단장이 팀을 이끌고 있다. 10개 구단 중 절반이 넘는 6개 팀이다. 시범경기 기간에 진행된 넥센과 NC의 김한별-강윤구 트레이드, 7일 KIA, SK의 4대4 트레이드, 17일 두산, 한화의 신성현-최재훈 트레이드는 구단 경영진, 현장 책임자 모두 깊은 교감 없이는 이루어지기 힘든 트레이드였다.

KIA 김민식-SK 이홍구-한화 최재훈-두산 신성현(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한화 이글스


전문 경영인 출신 단장들의 시각도 많이 달라졌다. 과거 보신주의가 팽배했다면 더 혁신적이고 중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있는 단장들이 선수출신과 선의의 경쟁을 보여주고 있다. 롯데와 kt는 2015년 양 팀 감독 주도로 박세웅-장성우가 중심인 5대4 블록버스터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18일 또다시 장시환-오태곤이 포함된 2대2 트레이드를 했다.

이제 KBO리그 트레이드 문화는 팀에 꼭 필요한 전력이 있다면 단기적 손해도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리그의 전력평준화에 긍정적인 신호다.

한 구단 단장은 “시즌 초반 뿐 아니라 어느 정도 순위가 자리 잡는 후반에는 메이저리그처럼 올해를 생각하는 팀과 내년과 그 이후를 바라보는 팀간의 트레이드도 활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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