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한화 안영명 “수술 후 구속 저하, 인정하지 못했다”

입력 2017-07-2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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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안영명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달라졌다. 그는 지난해 수술 후 직구 구속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지만 공은 속도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투구방향성을 바꾸자 다시 공의 위력을 찾았다. 스포츠동아DB

지난 5년간(2012~2016 시즌) 한화의 토종 투수 중 한 시즌에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낸 주인공은 딱 한명이다. 안영명(34)이 2015년 10승(6패)을 거둔 게 유일하다. 그 만큼 한화 국내 선발진은 부실하다. 그래서 안영명에 대한 기대는 클 수 밖에 없다. 그가 한화 선발진의 핵심 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2016 시즌은 악몽과도 같았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 획득을 앞둔 터라 여느 때보다 더 중요한 해였지만, 2경기에만 등판한 뒤 자취를 감췄다. 7월 19일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고 기나긴 재활에 돌입했다. 관절경 클리닉과 어깨의 웃자란 뼈를 제거하는 수술을 동시에 받았다. 지난 겨울 비시즌 동안 착실히 재활하며 기대를 키웠지만, 2년 전과 같은 강력함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25일까지 올 시즌 15경기에서 거둔 성적도 승리 없이 3패, 방어율 5.91(32이닝 21자책점)이다. 5월 31일에는 부상이 아닌 부진을 이유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채 43일을 보냈다.

한화 안영명. 스포츠동아DB



● 독이 된 슬라이더 위주의 투구

강점인 직구의 무브먼트를 살리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슬라이더 위주의 투구가 이어졌다. 슬라이더의 구사 비율이 50%를 넘긴 경기도 비일비재했다. 1군 엔트리 제외 직전 등판인 5월 27일 마산 NC전에서도 주로 슬라이더를 구사했다. 구위에 자신이 없어서였다. 결국 1이닝 만에 3안타 1볼넷 1실점하고 강판했다. 이후 2군 경기 7게임에 등판하며 밸런스를 찾으려 노력했다. 직구를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 1군 복귀를 준비했다. “2군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면서 느낀 것이 정말 많았다.” 안영명의 말이다.

한화 안영명. 스포츠동아DB



● “수술 후 구속 저하, 인정하지 못했다”

안영명은 1군 복귀전이었던 지난 13일 대전 롯데전에서 총 102개의 공을 던졌다. 이 가운데 직구(투심패스트볼 포함)가 무려 94개였다. 5.2이닝 9안타(1홈런) 3사사구 3삼진 4실점으로 평범했지만, 직구 구사비율은 주목 받기 충분했다. 눈에 띄는 변화였다. 안영명은 “수술 후 이전처럼 구속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나만의 감이 있는데, 직구를 던질 때 그 감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변화구 구사 비율이 높았다. 슬라이더를 많이 던진 것도 그래서다. 변화구만 던져서는 경기를 풀어갈 수가 없겠더라. 변화를 빨리 받아들여야 스트레스도 덜 받고 편하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초심으로 돌아가려 한다”고 밝혔다.

한화 안영명. 스포츠동아DB



● “이닝이터 면모 보여주고 싶다”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했다. 94개의 직구는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야구에서 모든 투구의 기본은 직구다.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면 금상첨화지만, 빠르지 않은 직구도 구속 조절과 볼끝의 위력을 통해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안영명은 직구 그립의 변화를 통해 타자를 상대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투수다. 그는 “그립에 변화를 주면서 궤적의 다양화를 시도했다. 그렇게 경기를 풀어가야 한다”며 “2군에서 훈련한 것을 토대로 자신 있게 던질 것이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경기 초반을 깔끔하게 풀어가다 보면 승리는 따라올 것이다. 더 노력해서 그간 보여주지 못했던 이닝이터의 면모를 보여주고 싶다. 팔 상태도 괜찮다”고 강조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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