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밀당 못한 박병호 ‘포스팅 시스템 희생양’

입력 2015-12-0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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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한 박병호. 스포츠동아DB

선수 단독교섭권 챙긴 구단은 ‘갑’의 위치
박병호 FA자격 얻는 2년후엔 나이 걸림돌
폭스스포츠 등도 “불공평 부추긴다” 지적


기대치를 한참이나 밑돌았다.

박병호(29)가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소속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했다. 4년 1200만달러(약 140억원)를 보장받았고, 구단이 행사할 수 있는 5년째(2020년) 바이아웃 조항을 더하면 1800만달러(약 210억원)로 늘어난다. 포스팅 금액 1285만달러(약 149억원)까지 포함하면 미네소타는 박병호 영입에 3085만달러(약 358억원)의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한 셈이다.

그러나 연봉 계약을 뜯어보면 아쉬움이 크다. 박병호는 현지 언론을 통해 최소 500만달러(약 58억원) 이상의 연봉을 제시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강정호(피츠버그)의 활약으로 한국선수들에 대한 가치 평가가 올라갔고, 포스팅 금액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입단 첫해인 2016년과 2017년 각각 275만달러(약 32억원)의 연봉을 받는다. 2018년과 2019년은 300만달러(약 35억원)로 소폭 상승한다. 4년차부터연봉조정신청 자격을 갖추지만, 최소 3년 동안은 적은 연봉을 감수해야 한다. 미국의 높은 세금과 에이전시 계약금을 제외하면 실수령액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현지 언론은 ‘불공정’을 지적했다. 폭스스포츠 켄 로젠탈 기자는 “박병호 계약은 포스팅 시스템의 불공평을 부추긴다”고 일침을 가했다. 포스팅은 국내소속구단과 KBO를 통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접수되고, 이를 30개 구단에 전해 비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포스팅 최고액을 써낸 구단은 포스팅을 신청한 선수의 단독교섭권을 챙기면서 ‘갑’의 위치에 올라선다.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시스템 자체가 적은 금액으로 외국의 좋은 선수를 데려올수록 고안된 안전장치다. 이미 전력을 꾸린 팀 입장에선 포스팅에 실패해도 위험 부담이 적다.

더욱이 미네소타는 빅 마켓 구단이 아니다. 2015시즌 지출한 연봉 총액을 살펴보면 30개 구단 중 18위에 머물렀다. 간판스타이자 박병호의 1루 경쟁자인 조 마우어가 2300만달러로 가장 높고, 필 휴즈와 어빈 산타나, 리키 놀라스코(이상 투수)가 1000만달러를 받을 뿐, 나머지 선수들의 연봉은 그다지 높지 않다. 500만달러를 받는 선수가 8명에 그치는 스몰 마켓 구단이다. 미네소타가 포스팅에서 적지 않은 출혈을 감수함에 따라 역설적으로 연봉에 쓸 수 있는 금액은 크게 제한됐다.

KBO리그를 지배한 박병호도 사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오랜 시간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밝혀왔고, ‘밀고 당기기’에 소극적이었다. 내년에 다시 포스팅을 하기에도, 2017년에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에도 적지 않은 나이와 꾸준한 성적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은 걸림돌이었다. 빅리그 진출을 천명한 마당에 물러설 수 있는 공간이 적었던 것이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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