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크게 될 놈’ 김해숙 “국민 엄마? 책임감 커…친딸들은 무감각”

입력 2019-04-18 14:3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DA:인터뷰] ‘크게 될 놈’ 김해숙 “국민 엄마? 책임감 커…친딸들은 무감각”

수많은 국민 엄마들 중 배우 김해숙은 가장 활발하게 일탈한다. 대표적으로 ‘박쥐’(2009) 라여사, ‘도둑들’(2012) 씹던껌을 비롯해 tvN ‘나인룸’(2018) 사형수 장화사, TV조선 ‘바벨’(2019) 욕망녀 신현숙 등 폭넓은 변신을 꾀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KBS 주말드라마를 통해 형성된 ‘엄마’ 이미지는 전연령대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믿고 보는 김해숙표 콘텐츠다.

데뷔 46년차, 30대 초반부터 엄마 캐릭터를 연기한 김해숙은 “나도 배우니까 한편으론 엄마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운이 좋은 편인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배우로서 복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엇보다 엄마 역할을 연기할 때 가장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MBC 어린이 프로그램 ‘꾸러기’(1986)에서 처음 엄마 역할을 했었어요. 그 당시에는 배우가 결혼을 하면 설 자리가 없었거든요. 저에게는 모든 엄마 역할이 다 소중해요. ‘국민엄마’라는 수식어에 책임감을 느끼죠. 집에서 좋은 엄마가 아닌데 이런 얘기를 들어도 되나 싶기도 하고요.(웃음)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는 두렵기도 했어요. 너무 많은 엄마 캐릭터를 연기했기 때문에 전작과 비슷할까봐 딜레마에 빠진 적도 있었거든요. 다만, 안주하진 않으려고 해요.”


그런 김해숙이 이번에는 80년대 엄니로 변신했다. ‘크게 될 놈’은 헛된 기대만 품고 살아온 끝에 사형수가 된 아들 기강(손호준)과 그런 아들을 살리기 위해 생애 처음 글을 배우는 까막눈 엄니 순옥(김해숙)의 이야기다.

김해숙은 “촬영하면서도, 완성본을 보면서도 가슴이 저릿했다. 나의 어머니에게 속죄하는 마음이 들더라”라고 감상 포인트를 전했다.

“규모가 작은 영화예요. 흔한 소재죠. 마지막에 까막눈인 어머니가 글을 배워서 아들에게 편지를 써요. 그 부분이 가슴에 와 닿았고,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저도 누군가의 딸이었고 누군가의 엄마잖아요. 저 스스로도 엄마에게 무관심했었어요. 가장 소중한 사람이지만 우리는 가장 가까이에 있으니까 그냥 지나쳐버리기 일쑤잖아요. 이 힘든 세상에 가장 원초적인 이야기를 하는 영화입니다. 흥행과 상관없이 힐링할 수 있어요.”

함께 연기한 배우 손호준에 대해선 “tvN 드라마 ‘응답하라1994’를 봤다. 얼굴도 잘 생겼는데 연기도 잘하더라. 실제로도 열심히 하는 배우였다”라며 “‘크게 될 놈’에서 연기 변신을 확실하게 했다. 힘든 작업이었지만 손호준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또 ‘크게 될 놈’을 통해 눈물 연기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도 얻었다.

“그동안 우는 연기를 많이 했었죠. 세월이라는 게 참 신기해요. 똑같은 눈물이란 게 없더라고요. 울음의 종류가 많다는 것을 얼마 전부터 깨닫고 있죠. 가장 깊은 울음이란 뭘까. 단순하게 슬프다면서 울기 보다는 참는 눈물도 있어요. 순옥을 이해하려고 하니 이 여자는 강한 엄마더라고요. 사형수가 된 아들을 교도소 면회장에서 보니 가슴이 찢어지죠. 하지만 울지 않으려고, 삼키려고 노력했어요. 결국에는 마지막 편지 장면에서 많이 울었지만요. 실제 저의 어머니가 하늘에서 보내준 편지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세상 모든 자식들이 그러하듯 김해숙 역시 “내가 어떤 딸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돌아가시니 ‘그때 알았더라면’이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엄마 나이를 겪으니까 비로소 ‘우리 엄마가 그때 이런 기분이겠구나’ 싶더라. 이 세상에 효녀, 효자는 없고 나도 불효자다. 모든 자식들이 다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엄마’를 둔 친딸들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는 “애들이 무감각하다. 그냥 자기 엄마일 뿐이다. ‘누구의 딸’이라고 밝혀지는 걸 싫어한다. 지켜주려고 서로 노력한다”며 “나도 다른 엄마들과 똑같다. 딸들한테 혼나고, 애들한테 잔소리를 한다”라고 덧붙였다.

개봉과 맞물려 KBS2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이하 ‘세젤예’)이 방송 중이다. 드라마에서 김해숙은 가부장적인 남편, 독사 시어머니, 가난 요소를 모두 지닌 어머니를 연기하고 있다. 김해숙에 따르면 ‘세젤예’에 비하면 ‘크게 될 놈’ 속 어머니는 더 상징적인 인물이다.

“‘세젤예’ 박선자와 ‘크게 될 놈’ 순옥은 전혀 다른 어머니상이에요. 일단 ‘세젤예’라는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정말 현실적이었기 때문이에요. 일부 시청자들은 ‘왜 항상 소리만 지르냐’는 반응이지만 사실 모녀 사이가 그렇지 않나요? 오히려 ‘크게 될 놈’의 순옥이가 더 상징적인 어머니죠.”


끝으로 그는 “‘크게 될 놈’은 각자 나를 힘나게 하는 것이 뭔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부모자식 관계가 기본이 아닐까. 마음의 안식처, 마음의 고향에 대해 생각해주길 바란다”며 “나는 다시 태어나도 연기를 하고 싶고, 아직 열정이 가득하다. 좋은 작품과 좋은 연기로 보내주신 관심에 보답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연기대상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예전에는 속상하기도 했는데 언제부턴가 수상에 연연하지 않게 됐죠. 그 배경에는 시청자들, 관객들의 응원이 있었어요. ‘김해숙’을 검색하면 특히 연기대상 시상식 시즌에 저의 수상을 응원해주시기도 하고 상을 못 받으면 화를 내주기도 하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이미 저에게 상을 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진심으로, 상 보다는 작품이, 제 연기가 사랑받았으면 해요.”

‘크게 될 놈’은 18일 개봉.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