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석 “그녀 앞에선 무뚝뚝한 나도 애교남”

입력 2011-1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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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최준석은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할머니 손에서 컸다. 그나마 2005년부터는 세상에 동생과 단 두명 뿐이었다. 그래서 언제나 가족의 포근함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최준석은 다음달 연애 7개월 만에 항공사 승무원 어효인(25) 씨와 결혼한다. 사랑의 결실, 그리고 그토록 바랐던 가족의 탄생이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내달 3일 결혼 ‘최준석 스토리’

사랑
첫 눈에 반하고 성실함에 끌리고
그녀 웃는 얼굴에 스트레스도 싹
만난지 7개월…내 사람 확신

가족
의지할 곳 없었던 나와 동생…
평생 반쪽 찾아 행복합니다


“저한테도 가족이 생기는 거잖아요. 정말 좋죠.”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의 목소리에 생기가 넘쳤다. 두산 최준석(28)이 내달 3일 서울 청담동 호텔리베라에서 어효인(25) 씨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그는 “결혼 준비에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나에게도 가족이 생긴다는 것, 그게 정말 기쁘다. 서로 위하면서 예쁘게 잘 살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 “7개월 연애에 결혼 결심한 이유는요.”

최준석은 4월 친구의 소개로 예비신부를 만났다. 처음에는 승무원인 어 씨의 단아함에 반했고, 시간이 흐르면서는 어떤 일이든 성실하게 임하는 자세에 또 한 번 반했다. 짧다면 짧을 수 있는 7개월의 연애기간. 하지만 그는 주저 없이 결혼을 결심했다.

“확신이 들었어요. 이 사람이 내 사람이구나!”

사실 미안함이 컸다. 시즌 중이라 제대로 된 데이트 한 번을 못 했다. 경기 후 소개를 시켜준 친구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게 둘만의 데이트코스. 어 씨가 비행스케줄이 잡히면 그나마도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떨어져있어도 늘 곁에 있는 느낌이었다. 만나면 항상 잘 웃어주는 그녀가 마냥 좋았다.

“지금도 웃는 얼굴밖에 안 떠올라요. 함께 웃은 기억밖에 없고요. 만나면 즐거우니까 힘들 때도 스트레스가 풀려요. 그런데 미안해요. 프러포즈를 못 했거든요.”

프로야구선수의 아내로 산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남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하고 많이 인내해야 한다. 실제 모 선수의 아내는 “전지훈련이다, 마무리훈련이다, 원정경기다 집에 있는 시간보다 없는 시간이 더 많아 외로움을 참아내는 게 가장 힘들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최준석도 가시밭길을 선택한 예비신부에 대해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어려움을 생각하기보다는, 지금처럼 함께 있는 시간을 소중히 하며 서로 아끼고 살 생각이다. 그에게 어 씨는 이제 ‘가족’이다.

두산 최준석이 연애 7개월 만에 항공사 승무원 어효인(25) 씨와 결혼한다. 포토그래퍼 권영기



● “나에게도 가족이 생겼어요!”

‘가족’. 이 두 글자는 최준석에게 남다른 의미다. 그는 중학교 때 아버지를 여의고 동생 준민(27) 씨와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하지만 2005년 할머니마저 세상을 등지면서 의지할 곳이라곤 형과 동생, 단 둘밖에 없었다. 이도 오래 가지 않았다. 이듬해 최준석이 두산으로 트레이드되면서 혈혈단신으로 서울 땅을 밟아야했다. 갈 곳이 마땅치 않았던 그에게 유일하게 친분이 있었던 임재철이 선뜻 방을 내줬지만, 막 신혼생활을 시작한 부부를 방해할 수 없었던 그는 하루 만에 그곳을 나왔다. 방을 구하기까지 한 달간 모텔을 전전할 정도로 고생이 많았다. 특히 외로움은 늘 그의 뒤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주저앉지 않았다. 절실한 마음으로 방망이를 돌렸고, 팀의 중심타자로 우뚝 섰다. 지난해에는 골든글러브(1루수 부문)까지 거머쥐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겹경사로 준민 씨가 결혼을 하자 그는 “가족이 생겨 좋다”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올해는 그의 곁에 어 씨가 있다.

“평생을 함께 하자”며 손가락을 걸어주고, ‘행복’이라는 게 이런 것임을 하루하루 알게 해주는 예비신부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사람이 성실해요. 일할 때 보면 정말 열심히 하거든요. 배려심도 많고요. 그런 모습을 보고 평생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워낙 무뚝뚝해서 애정표현은 잘 하냐는 질문에)이상하게 여자친구 앞에서는 애교를 부리게 되더라고요.”

책임감도 남달라졌다. 그는 “야구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에게 자랑스러운 남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최준석의 결혼식 사회는 같은 팀 오재원이, 주례는 박용민 두산그룹 고문(두산 베어스 2대 사장)이 맡는다. 그는 “결혼에 도움 주신 분들(웨딩컨설팅:Brigitta&CO, 드레스:프리마베라, 메이크업:라떼뜨제클린 김미소, 포토:포토그래퍼 권영기, 동영상:더씨엘)도 많고 축하해주시는 분들도 너무나 많다”며 “그 분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겠다. 모범이 되는 가정을 일구겠다”고 말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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