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끼는 조끼일 뿐…주전 상징 파괴

입력 2012-0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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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급 대표팀이 소집될 때마다 축구 담당 기자들이 가장 주의 깊게 보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훈련에서 누가 조끼를 입느냐’이다. 노란색과 보라색, 초록색 등 대표팀 스태프가 준비하는 갖가지 색상의 조끼는 곧 주전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미니 게임이나 여타 팀 훈련이 진행되면 조끼를 걸친 선수들은 취재진에게 주전처럼 비쳐졌고, 이러한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2010남아공월드컵에 참가한 허정무호도,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 출전한 조광래호도 거의 그랬다. 하지만 고정 관념처럼 굳어진 ‘조끼=주전’이란 등식은 적어도 최강희호에선 잊어도 좋을 것 같다.

“모두가 주전 대상이고, 또 선발 후보군”이라던 최 감독의 말대로 조끼가 주는 의미는 많이 퇴색됐다. 실질적인 주전급으로 보이는 멤버들은 오히려 평이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훈련을 했다.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 직전까지 진행한 전남 영암 전지훈련에서도, 쿠웨이트전을 위해 담금질 중인 파주NFC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물론 ‘조끼를 입지 않은’ 이들이 누구인지가 언론의 주목을 끌면서 정 반대의 선수들을 체크하는 게 일상이 돼 버렸다. 조끼는 주전이 아닌, 모두의 공동 소유물이 된 것이다.

27일 오후 훈련에서도 조끼가 부여하는 의미는 거의 없었다. 대표팀 관계자는 “주전이란 개념은 거의 없어진 것 같다. 선수들이 소속 팀 내에서 거의 고참 축에 들다보니 예전보다 주전을 놓고 아등바등하는 대신 여유로워졌다”며 밝게 웃었다.

파주|남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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