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12팀 감독 “용병 한 명에 올인…배구판 바꿔야”

입력 2013-08-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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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외국인선수 제도에 대해 남녀 프로배구 감독 대부분이 수정 보완에 찬성했다. 2012∼2013시즌 V리그 최고의 외국인선수 레오(삼성화재)가 4월21일 벌어진 한일톱매치에서 일본 사카이 블레이저스를 상대로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KOVO)

■ 프로배구 탈많은 외국인선수 제도 관련 12개팀 감독 긴급 설문

문제점

몸값 천정부지…한국을 ‘봉’으로 알

의존 지나쳐 식상한 경기·경쟁력 저하
국내 선수 발전 정체…국제대회 부진

해결책

비용 투명성 높이고 샐러리캡 현실화
트라이아웃 도입…계약 공정성 제고
용병제 잠정 중단·폐지 검토도 적절

2005∼2006 시즌부터 도입됐던 외국인선수 제도가 요즘 프로배구계의 화두다.

취지는 좋지만 운영의 한계가 여기저기 드러났다. V리그 감독들은 외국인선수 제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스포츠동아가 긴급 설문조사를 해봤다.

8월2일부터 12개 구단 감독에게 의견을 물었다.(휴가 중인 GS칼텍스 이선구 감독은 참가하지 못했다.)

주관식으로 의견을 들은 뒤 4가지 객관식 질문을 했다(그래픽 참조). 감독들은 현행 외국인선수 제도에 수정보완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12명 가운데 11명의 뜻이었다.

이들은 ▲몸값에 거품이 많고 ▲샐러리 상한선을 지키지 않고 ▲원하는 선수를 찾기 힘들고 ▲국제대회 성적에 마이너스 ▲도입한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해결방법으로는 ▲샐러리 상한선을 현실에 맞게 높이고 ▲트라이아웃을 하거나 ▲KOVO의 계약전담으로 공정성을 높이고 ▲당분간 혹은 아예 외국인선수 제도를 없애자고 했다.


● 남자부 감독의 말(2012∼2013시즌 성적순)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 투명성이 없다. 이런 상황은 팀도 부담스럽다. 과부하가 걸린다. 수준을 비슷하게 하고 국내선수를 잘 육성해 비슷한 상황에서 경쟁하는 것이 좋다. 30∼40만 달러 수준이면 충분하다. 국내선수 보호와 함께 유소년선수 육성이 더 중요하다. 필요하지만 매달리거나 따라다녀서는 안 된다. 1명에 국내선수 전체의 몸값을 다 준다면 한국배구의 자존심 문제다.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 운영이 문제다. 트라이아웃이 좋다. 현재 금액으로는 좋은 선수 못 데려온다. 거품은 있다. 지금 유럽의 용병시장은 붕괴 됐다. 거기는 선수를 여럿 쓰지만 한국은 혼자여서 공격 집중도가 높다. 한국에서 오라고 하면 우선 많이 지르고 보는 이유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 경기력 향상, 팬 확보 위해 좋은 제도다. 배구 특성상 좋은 용병이 시즌을 좌우한다. 의존도가 커지면서 식상한 배구를 하고 있다. 이기기위해서는 그럴 수 있다. 배구 보는 재미가 떨어지고 라이트 자리에 우리선수 키우기에는 부적합하다. 트라이아웃은 배구 특성상 쉽지 않을 것이다. 외국인선수 도입으로 우리 배구의 수준이 높아졌지만 생각보다는 좋아지지 않았다. 한 쪽만 이뤄져 불균형 발전이 됐다.

▲우리카드 강만수 감독= 구단간의 빈부격차가 크다. 6개월 뛰는데 10억원 주는 게 말이 되는가. 그 돈이면 국내선수 활성화가 더 낫다. 매년 외국인선수, 에이전트에 부탁하고 외국에 나가서 사 오는데 비용이 너무 든다. 용병 한 명에 좌지우지하는 그 현상이 문제다. 서로 욕심이 앞선다. 좋은 용병 데려와서 우승 하려고 하니 문제다.

▲LIG손해보험 문용관 감독= 국내선수 특히 오른쪽 공격수 성장에 저해요인이다. 한 번은 쉬면서 우리 선수끼리 해보자. 대표팀에서도 라이트가 필요한데 국제경쟁력이 떨어진다. 각 포지션의 국내 최고선수가 누구인지 검증이 필요하다. 이들에게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공청회나 제도개선위를 설치해 평준화 방법을 찾아보자.

▲KEPCO 신영철 감독= 지금 국내선수 전력은 어느 정도 평준화 됐다. 구단의 욕심이 문제다. 외국인 선수에 의해 우승이 결정된다. 한국시장을 에이전트가 우습게 본다. 현실적으로 적당한 한도를 정하고 트라이아웃을 통하면 가능하다. 팀간 전력이 평준화 되면 재미있는 배구를 많이 할 것이다.

▲러시앤캐시 김세진 감독= 가격대가 문제다. 신장에 제한을 둬야 한다. 키 큰 선수 위주로 하다보니 외국인에 공격이 집중된다. 가격 투명성을 높이고 우리선수가 자괴감을 갖지 않게 해주자. 트라이아웃은 수준 높은 선수가 안 나오고 남미 유럽 등의 선수를 어떻게 데려오느냐가 관건이다.


● 여자부 감독의 말(2012∼2013시즌 성적순)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 있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운영을 잘 해야 한다. 국내선수와의 불균형, 몰빵배구를 양산했다. 미국 대학선수(NCAA)의 트라이아웃 좋다고 본다. 적정수준 몸값으로 한다면 국내선수도 살릴 수 있다. 윙 공격수 말고 센터도 데려올 수 있다.

▲현대건설 황현주 감독= 몰빵배구는 우리 선수들의 의지가 더 문제다. 실력 올리면 된다. 세터의 믿음이 있으면 우리 선수에게도 토스는 간다. 우리 선수들이 자극받아 훈련을 더 하고 파워, 스피드도 보완해야 한다. 높은 점유율은 우리 선수의 땀이 해결할 문제다. 용병의 샐러리 현실화도 중요하지만 우리 선수의 샐러리캡도 현실화 해줘야 한다.

▲도로공사 서남원 감독= 모두 다 아는데 KOVO만 눈 감고 있다. 국내선수의 상실감이 크다. 한국시장을 봉으로 보고 어지간한 돈에는 오지 않는다. 28만 달러에 괜찮은 선수가 이제는 안 온다. 트라이아웃+현실적인 연봉 상한선이 좋다.

▲흥국생명 류화석 감독= 아직은 필요하다. 런던올림픽 4강도 외국인선수의 덕이었다. 그동안 외국선수에 겁을 냈지만 강한 서브와 파워 공격을 받아보면서 내성이 생겼다. 대신 대형 토종선수가 나오지 않는다. 비싼 몸값은 국내 꿈나무를 위해 써야 한다. 제도는 프로페셔널인데 운영은 아마추어다. 우리는 리베로 제도가 독이다. 반쪽 선수를 양산한다.

▲KGC인삼공사 이성희 감독= 국내 선수에게는 규정을 잘 따지면서 외국인선수는 관리하지 못한다. 트라이아웃을 성적 역순으로 하면 공평하고 형평성에 맞다. 배구 발전을 위해 돈 없는 팀에게 ‘그만해’ 하지 말고 아우르는 제도가 나왔으면 한다. 우리끼리만 한다면 톱 플레이어 위주로 가야 한다. 그 선수들의 관리도 힘들다. 그런 면에서 도움이 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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