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연석 “투수 연기, 류현진의 포커페이스-박찬호 포즈 참고”

입력 2014-01-11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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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봉이가 떴다!’

배우 유연석(30)이 인터뷰를 위해 동아닷컴 충정로 사옥을 방문한 지난 1월 7일, 조용하던 건물이 들썩였다.

평소 얌전했던 여사원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인증 사진을 찍고, 사인을 줄줄이 받아간다. 불과 지난 2013년 드라마 ‘구가의 서’,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이 끝난 후 인터뷰 할 때와는 무척 다른 반응이다. 케이블 사상 최초로 11.9%(닐슨코리아 제공, 전국기준) 시청률을 기록한 tvN ‘응답하라 1994’의 인기를 여실히 입증해 보였다.

“정말 감사해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저를 반겨주셔서 놀라워요. 아직 저는 얼떨떨해요. 최근 명동에서 프리허그 했을 때도 사람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아서 놀랐었죠.”

유연석은 이 같은 인기에 감사하는 한편, 11년 차 배우다운 담담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작품이 끝난 후 반응이나 인기에 초연해졌어요. 예상보다 많은 사랑을 받은 적도 있고, 그렇지 않은 적도 있고 오히려 실망스러웠던 적도 있어요. 변하는 인기에 대해 연연하기보다는 배우로서 작품과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집중해요.”

그간 차근차근 쌓아온 연기 내공만큼, 내면도 차근차근 다져진 유연석. 칠봉이만큼 매력적이고 단단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실제 성격? 쓰레기와 칠봉이 사이”

‘응답하라 1994’의 두 히어로, 쓰레기(정우 분)와 칠봉이(유연석 분)의 인기는 여성 시청자들 사이에서 쌍벽을 이뤘다.

겉으로는 무뚝뚝해보이지만 정이 많고, 챙겨줘야할 것 같은 경상도 남자 쓰레기와 언제나 다정다감하고, 상대를 세심하게 챙겨주는 서울 남자 칠봉이. 두 사람은 정반대의 매력으로 여심에 어필했다.

“실제 저에게도 칠봉이 같은 모습이 있어요. 부드럽고 다정한 편이죠. 또 의미가 담긴 소소한 선물을 할 줄 아는 세심함도 있어요. 반면 쓰레기 같은 면모도 있어요. 어릴 적에 경상남도 진주에 살아서 원래는 사투리도 쓰고요, 경상도 남자답게 말로 하는 애정 표현에는 약한 편이에요.”

또 칠봉이처럼 야구를 프로패셔널하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야구를 좋아하는 것도 칠봉이와 유연석이 닮은 점이다.

“친구들과 2년 정도 사회인 야구팀을 했어요. 저는 투수는 아니고 외야수였죠. 작품 전 투수를 하는 친구들에게 코치를 받기도 했는데, 잘하지는 못해도 꾸준히 운동을 해온 만큼 습득 속도는 빠르다고 칭찬 받았어요.(웃음) 극의 몰입도를 깨지 않기 위해 정말 많이 연습했어요. 화면에 잘 담아내기 위해 새벽부터 200번 이상 공을 던지기도 하고요.”

특별히 그가 투수로서의 모습을 잘 표현하기 위해 참고한 야구선수는 바로 류현진이다.

“메이저리그 투수로서 류현진 선수의 모습을 참고했어요. 경기 중 포커페이스라던지, 무던한 태도요. 평소에 제가 좋아하는 선수기도 해요. 또, 박찬호 선수가 예전에 와인드업하는 자세도 참고했어요. 요즘에 많이 하는 폼은 아니지만 배경이 과거니까요.”


● “동갑보다는 연상·연하에 끌려…짝사랑도 해봤죠”

드라마 속 성나정(고아라분)-쓰레기-칠봉이의 삼각관계는 극이 끝날 때까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결과적으로 부부가 된 커플은 바로 성나정과 쓰레기. 이 같은 결과가 아쉽지는 않았을까, 실제 유연석은 삼각관계에 처한다면 어떤 태도를 취할까.


“칠봉이는 정말 순애보적인 사랑을 하죠. 이런 캐릭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지고지순해요.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고 충분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저도 짝사랑을 해본 적이 있어요. 받아주지 않을 걸 알면서도 고백을 했죠. 제가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요. 삼각관계라도 제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해볼 것 같아요.”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남성성이 느껴졌다. 칠봉이의 반전 매력이 유연석에게서도 고스란히 엿보이는 듯 했다. 이어 그는 이상형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이상형이 딱 정해져 있지는 않아요. 웃는 모습이라든지 뭔가 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포인트가 발견되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는 칠봉이처럼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적은 없어요. 나이도 친구 같은 동갑보다는 연상이나 연하에게 더 끌리고요.”

유연석은 이러한 자신의 연애관과 연애담을 고아라, 정우와 많이 나눴다. 극 중 사랑에 관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하는 만큼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도움을 주고 받은 것. 그만큼 함께 소통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정도 많이 들었다.

“멜로 장면을 앞두고 각자의 경험들을 이야기 하며 서로 많이 친해졌죠. 그만큼 호흡도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다같이 또래를 연기하다 보니 촬영장은 마치 동창회 분위기였어요. 하도 친해서 떠들고 노느라 감독님이 항상 조용히 시키며 촬영을 진행해야 할 정도였죠. 결국 마지막 촬영 때 다들 부둥켜 안고 울고요. 저도 눈시울이 붉어졌어요.”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해서, 그리고 배우로서 또 다른 캐릭터를 대중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더욱 남달랐던 ‘응답하라 1994’. 지금까지 꾸준한 발전을 이뤄왔지만, 유연석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고 웃으며 마무리를 지었다.

“이제 대중들에게 배우 유연석을 각인시켜준 것 같아요. 어떤 모습으로 저, 유연석이라는 배우를 만들어갈 지 스스로 부담도 되고 기대도 돼요. 이제부터 정말 잘 해야하는 거죠. 일희일비 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ㅣ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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