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 라오스 루앙프라방 3편]메콩강 빡오동굴과 쾅시 폭포

입력 2014-03-14 15:5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빡오동굴 계단.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윤회설을 믿는 사람들 대부분은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 외제차를 부리며 부자로 살거나 혹은 1달러짜리 기념품을 팔고 있더라도 그들은 행복하다. 그들의 오랜 신념인 윤회를 잠시 스쳐가는 여행자가 어찌 알까마는, 언제나 자신을 굽어 살펴주는 신이 있고 작은 소망을 기원할 사원이 있으니 이들은 부족함이 없나 보다. 신과 함께 사는 인도차이나 사람들의 소박한 행복은 욕심 많은 여행자의 행보를 한 템포 늦춰준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라오스와 캄보디아 그리고 베트남을 간다.》

한량들이 노는 법

루앙프라방은 도시보다는 마을이라고 해도 될 만큼 작다. 메콩 강에서 첫 번째 길, 그 다음 길, 그리고 그 다음 길만 알면 도시의 절반 이상을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사실 도시의 볼거리가 거의 이곳에 몰려 있기도 하다. 이 작은 마을에서 한동안 쉬고 난 여행자들은 한량 같은 느긋한 마음으로 하루 소풍 길에 나선다. 메콩 강을 타고 올라가는 빡오 동굴과 쾅시 폭포다.

빡오동굴을 둘러보는 관광객.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강으로 내려가 긴 배에 몸을 싣는다. 차양으로 태양을 피해 몸을 숨기면 강바람이 제법 선선하다. 건기의 메콩 강은 흙탕물이지만 이들은 여기서 고기를 잡아 장에 내다 팔고, 식탁에 올리며, 민물 김을 양식하기도 한다. 항공편으로 온다면 창가 자리를 추천한다. 그렇다면 열대우림 속에 마치 구렁이처럼 구불구불 이어지는 메콩 강을 내려다볼 수 있을 것이다.

빡오 동굴로 오가는 길에 라오스의 전통 술인 라오라오주를 만드는 마을에 들른다. 커다란 드럼통에 열을 가하고 그 옆으로 대롱을 내 술을 받아내는 증류주인 라오라오주는 곡류를 이용하는데 우리 소주보다 독한 편이다. 많은 관광객이 다녀가는지라 소소한 기념품도 놓고 판다. 한지를 만드는 마을에 들르기도 하는데 나무 껍질을 벗기고 삶아 얇게 펴서 말리는 과정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마을에서는 또 오래 전 우리의 할머니들이 해왔던 것과 같은 모습으로 베틀에 앉아 천을 짜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아이는 요람에 잠들어 있고 어머니는 한 올 한 올 천을 짜 관광객에게 내다 팔 스카프며 장식을 만든다.

꽝시폭포.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강바람을 맞으며 1시간 반 정도 거슬러 올라가면 절벽으로 오르는 계단이 보이고 배들이 몇 채 정박한 선착장이 나타난다. 빡오 동굴은 위층과 아래층 두 개인데 위층은 훼손된 벽화와 불상들이 있고 내부가 상당히 어두운 편이라 흘린 땀의 본전이 생각난다. 불상이 가득하기로 유명한 곳은 아래층의 동굴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새해가 될 때마다 혹은 기원할 것이 있을 때마다 불상을 만들며 기도했다고 한다. 지금은 수천 개의 크고 작은 불상들이 있어 기도를 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있다.

루앙프라방 시내에서 차로 30~40분 거리에 있는 쾅시 폭포는 라오스의 열대림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외국인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즐겨 찾는 곳인데 메콩 강의 색과 달리 에메랄드빛 물이 특이한 곳이다. 폭포 바로 아래에서는 수영을 할 수 없지만 물을 따라 내려가면 크고 작은 웅덩이에서 수영을 즐기는 이들도 볼 수 있다.

루앙프라방에도 밤은 온다

거리에 좌판이 마련되고 장사 준비를 마치면 이윽고 어둠이 내린다. 하나 둘 좌판을 밝히는 불이 켜지면 한낮의 더위를 피해 숨어 있던 여행자들이 슬금슬금 나오고 이내 흥정이 이뤄진다. 나이트 마켓은 타논 시사왕웡 거리에 차량을 통제하면서 들어선다. 주로 고산족이나 몽족이 직접 만든 이불보나 스카프, 가방 등 수공예품이 주요 판매물이다.

야시장에 나온 고산족 여인.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가격 대비 품질은 괜찮은 편이지만 저렴한 만큼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정해진 가격도 없으니 흥정은 필수. 우체국 사거리 근처의 나이트 마켓에서는 먹을거리 시장이 펼쳐진다. 입구엔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바게트와 커피, 과일주스, 소시지 등을 파는데 좀 더 안쪽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쌀국수나 고기류, 반찬과 같은 보다 이들의 실생활에 가까운 음식들이 주종을 이룬다.

밤이 조금 깊어지면 저녁 식사를 마친 여행객들은 카페 혹은 마사지 숍을 찾는다. 여행자 거리 주변으로 카페와 바, 조금 촌스럽긴 하지만 나이트 클럽도 있다. 카페들은 요란한 네온사인이 아닌 온화한 등을 밝혀 평화로운 루앙프라방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다. 테이블 위엔 비어라오 몇 병이 놓이고 두런두런 말소리와 웃음소리 사이로 음악이 흘러 나온다. 하지만 열대의 밤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여행자 거리의 노천카페.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아마도 상술에 눈이 어두웠다면 밤을 새고도 남을 일이지만 이 순박한 사람들은 통금이 있는 것도 아닌데 너나 할 것 없이 11시경이면 모든 것을 끝낸다. 돌아보니 나이트 마켓의 좌판은 사라져버렸고 거리의 툭툭도 뜸해졌다. 이렇게 어제와 같았던 산악 휴양지 루앙프라방의 오늘이 지난다. 곧 오늘과 같은 평화롭고 느린 내일이 다시 펼쳐질 것이다.

정리=동아닷컴 최용석 기자 duck8@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취재 협조 및 사진=모두투어 자료 제공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