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역사와 전통을 판다

입력 2016-05-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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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스포츠 브랜드들이 스테디셀러를 재해석한 제품을 내놓는 등 ‘헤리티지’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설의 산악인 모리스 에르조그를 기린 ‘에르조그 집업 티셔츠’를 입은 밀레 전속모델 박신혜. 사진제공|밀레

■ 스테디셀러의 부활…‘헤리티지’ 마케팅 경쟁


밀레, 산악인 에르조그 기린 티셔츠
그레고리, 초창기 히스토리 등 공개
창립 121주년 리복 ‘아즈텍’ 리뉴얼

“역사와 전통을 팝니다.”

아웃도어 및 스포츠브랜드들이 헤리티지(Heritage·유산) 마케팅에 팔을 걷고 나섰다. 이들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브랜드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후발 브랜드들이 기능과 디자인은 몰라도 헤리티지만큼은 따라올 수 없는 자산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헤리티지 마케팅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브랜드의 성장에 큰 역할을 한 인물을 기념하는 제품을 출시하는 것도 그 중 하나. 초창기 오리지널 제품이나 왕년의 스테디셀러를 요즘 스타일로 재해석한 제품을 내놓는 것도 대표적인 헤리티지 마케팅 전략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의 기획본부 정재화 상무는 “헤리티지 마케팅은 브랜드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인 동시에 신흥 브랜드와의 차별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후발 업체들이 한 브랜드가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은 ‘스토리’까지 흉내낼 수는 없다는 얘기이다.


● 전설적인 산악인을 기린 제품부터 왕년의 명품까지

밀레가 출시한 ‘에르조그 집업 티셔츠(9만9000원)’가 대표적인 헤리티지 제품이다.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인 밀레는 1921년에 창업했다. 밀레 형제와 긴밀한 교류를 주고받으며 자문역할을 했던 전설적인 산악인 모리스 에르조그를 기리는 제품이다. 에르조그는 밀레 배낭을 메고 인류 최초로 히말라야 8000미터급 봉우리 중 하나인 안나푸르나 등정에 성공해 밀레를 전 세계에 알린 인물이다.

197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문을 연 아웃도어 백팩 브랜드 그레고리는 국내 정식 론칭을 기념해 지난 3월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더 헤리티지 오브 그레고리’라는 이름으로 특별전시회를 열었다. 40년에 달하는 브랜드 역사를 한 눈에 돌아볼 수 있는 공간으로 초창기 제품들, 로고 변천사 등 브랜드 히스토리를 공개했다.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에이글 역시 “160년 유구한 브랜드 역사를 담은 헤리티지와 오리지널리티가 강조된 컬렉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헤리티지 아이템인 수제 러버 부츠로 매장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부츠 바(Bar)’를 마련해 고객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창립 121주년을 맞이한 리복은 헤리티지 러닝화 ‘아즈텍(8만9000원)’을 올해 초에 리뉴얼 출시했다. 1979년 첫 발매 당시 리복 러닝화의 정점을 대표했던 아이템이다. 가벼운 무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유연성, 부드러운 쿠셔닝으로 스포츠인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첫 발매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오리지널 버전도 나와 소장가치도 높다.

1923년 창립한 스포츠 브랜드 휠라는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 ‘바하 이스트’와 협업한 ‘휠라X 바하 이스트-휠라 헤리티지 풋웨어 라인’을 선보였다. 100여년을 이어온 휠라의 역사와 정체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바하 이스트의 ‘루즈 럭셔리(Loose Luxury)’ 콘셉트를 접목한 신발 컬렉션이다.

미즈노는 창립 110주년을 기념해 ‘스포츠 스타일 슈즈’를 출시했다. 1987년 인기 러닝화였던 ‘에어 메달’과 ‘에어 제노바’를 재탄생 시킨 모델들이다. 대표제품인 ‘미즈노 ML87(9만9000원)’은 에어 메달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했다. 어퍼 디자인과 미드솔 절개를 그대로 복원해 헤리티지를 표현했다.

르까프 헤리온 3.0-뉴발란스 CRT300(오른쪽)


1906년 미국에서 출발한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는 1979년에 브랜드 최초로 출시한 테니스 코트화인 ‘CT300’에 초경량 중창 소재인 레브라이트를 적용한 ‘CRT300(9만9000원)’ 시리즈를 선보였다. CT300 특유의 클래식한 실루엣을 유지하면서도 가볍고 편안한 착화감을 더했다. 색이 바랜 듯한 빈티지 감성을 표현한 것도 특징이다.

르까프는 창립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헤리티지 운동화 ‘헤리온 3.0(8만7000원)’을 내놨다. 인솔(안창)에 탄생 30주년을 기념하는 헤리티지 로고를 삽입했다. 과학적으로 설계된 6cm 높이의 미드솔(중창)을 적용해 자연스럽게 키 높이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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