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스 자진 시즌아웃 선언, 진실은 무엇인가

입력 2016-06-24 13: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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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로저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에스밀 로저스(31)가 자진 시즌아웃을 선언했고, 구단은 그를 웨이버 공시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

24일 스포츠동아 취재결과 로저스의 팔꿈치 상태가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측은 대체 외국인선수 물색에 돌입했다. 이에 앞서 23일 한화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로저스의 시즌 아웃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24일 새벽 로저스가 ‘수술을 받는 것이 맞냐’는 한 팬의 SNS 대화에 “수술을 받는 게 맞다”고 답했고, 이를 캡처한 사진이 각종 야구 커뮤니티에 빠르게 퍼져 나가는 바람에 논란이 커졌다. 선수가 구단도 아닌 팬에게 이른바 ‘수술 오피셜’을 발표하는 기상천외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한마디로 ‘자진 시즌아웃’을 선언한 셈. 구단도 이날 “KBO에 로저스의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빨리 새 외국인선수를 영입할 것이다”며 결별을 선언했다.

● 스프링캠프부터 이상신호, 결국 터질 게 터졌다

로저스는 이미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도중 팔꿈치 통증을 호소한 바 있다. 지난달 8일 수원 kt전에서 뒤늦게 시즌 첫 등판을 가진 이유다. 이후 6경기에만 등판해 1완투승 포함 2승3패, 방어율 4.30의 성적을 남기고 또 다시 재활군으로 내려갔다. 4일 대구 삼성전에서 2.1이닝(4실점 3자책점)만 소화하고 자진 강판한 뒤 자취를 감췄다.

취재결과 당시 로저스의 팔꿈치는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14~16일 kt와의 3연전이 벌어진 수원에서 캐치볼을 하기도 했으나, 통증이 재발했고, 이후 공도 만지지 못했다. 9일 대전 KIA전에 앞서 전동 자전거를 타고 복도를 활보하고, 12일 대전 LG전에서는 청바지 차림으로 끝내기(양성우 희생플라이) 세리머니에도 동참해 ‘곧 돌아올 것’이란 기대를 품게 했으나, 불행히도 아니었다. 재활 중에도 희희낙락한 모습을 보고 일각에선 다년계약설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에 한화의 한 관계자는 “단언컨대 다년계약은 절대 아니다”며 “정말 아픈 게 맞는데,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역대 외국인선수 최고몸값인 190만 달러(옵션 포함)를 받는 투수가 6경기에만 등판하고 개점휴업 상태니 구단도 답답할 노릇이었다. 결국 최악의 성적을 남긴 알렉스 마에스트리를 퇴출하고, 파비오 카스티요를 영입하기 무섭게 로저스가 떠났다. 병명은 우측 팔꿈치 인대 손상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 100개 넘는 평균투구수, 결국 화 불렀다

올 시즌 초반부터 로저스의 팔꿈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4월 국내 구단의 한 코치는 “로저스는 메이저리그(ML)에서 주로 불펜으로 뛴 선수인데, 한국에서 순식간에 많은 이닝을 던졌다“며 ”아프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다. 로저스의 존재가 절대적인 한화로선 꽤 머리가 아플 것”이라고 했다.

실제 로저스는 지난해 10경기에서 무려 75.2이닝(평균 7.52이닝)을 소화하며 6승2패, 방어율 2.97의 성적을 거뒀고, 3번의 완봉승을 포함해 4차례의 완투승으로 존재감을 뽐냈다. 평균 투구수도 113개(총 1130개)에 달했다. ML에서 선발로 43경기(225.2이닝), 불펜으로 167경기(228.1이닝)를 소화한 로저스가 4일 휴식 후 선발등판해 많은 공을 던지기는 무리였다. 특히 2015시즌 한화가 한창 순위다툼을 하던 시점에 많은 힘을 썼다. 올해도 6경기 평균 투구수는 100.1개(총 601개)로 세자릿수였다. 달라진 건 시속 155㎞가 넘는 강속구가 아닌 평균구속 144㎞의 공을 던진다는 것이었다. ‘이상신호’는 ‘완급조절’로 포장됐다.

최근 한 인사는 “로저스의 팔꿈치 상태가 그 정도로 심각한 줄은 몰랐다.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관리만 잘 해줬어도…”라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이 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다.

대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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