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밖 합의판정, ‘마의 3회말’ 만들다

입력 2016-08-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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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재호(52번)가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홈경기에서 3회말 루이스 히메네스(맨 왼쪽)의 태그를 피해 홈을 파고들고 있다. 결과는 LG 포수 박재욱의 주루방해로 인한 세이프.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일 잠실구장을 덮친 ‘마의 3회말’, 그 시작은 규정 밖에 있던 심판 합의판정이 몰고 온 해프닝부터였다.

두산이 LG에 0-1로 뒤진 3회말, 선두타자 김재호의 중전안타와 박세혁의 2루 땅볼로 만든 1사 2루에서 9번 류지혁이 2루수 옆 내야안타를 때려냈다. 이때 김재호가 홈을 노렸고, 3루수 루이스 히메네스가 김재호를 뒤쫓다 홈에서 태그에 성공했다. 그러나 배병두 주심이 세이프를 선언하자 LG 양상문 감독이 곧바로 합의판정을 요구했다. 비디오를 돌려본 결과 태그가 빨랐지만, 합의판독을 마친 나광남 1루심은 원심을 그대로 유지했다. LG 포수 박재욱이 홈에서 주자의 주루를 막는, 이른바 홈충돌방지규정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2016 KBO리그 규정’에 따르면, 이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규정(제1장 KBO정규시즌 제28조)에는 심판팀장은 감독의 신청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판정에 대해선 합의판정을 실시할 권한을 갖지 못한다고 명시돼있다. 당시 상황으로 돌아가면 LG는 홈에서 일어난 아웃-세이프 여부만을 놓고 합의판정을 요청한 것이기에 심판이 홈충돌방지규정을 따로 판단하는 것은 규정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만약 두산 김태형 감독이 재차 홈충돌방지규정에 대해 합의판정을 요구했으면 모를 일이었지만, 심판이 세이프를 연이어 선언했기 때문에 굳이 요청할 필요가 없었다.

이에 대해 심판진 측은 시즌 전 감독들과 합의를 거친 내용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날 대기심을 맡은 박종철 심판은 “올 시즌 들어가기 전에 심판진과 감독들이 동시에 일어난 플레이에 대해선 포괄적으로 판정하기로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날 경기에서 만약 홈 아웃-세이프 합의판정 이후에 두산이 다시 홈충돌에 관해서 합의판정을 또 신청한다면 경기가 너무 지연된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시즌 전에 합의를 했다”고 덧붙였다. 박 심판은 합의판정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인 만큼 이해해달라는 말을 함께 남겼다.

이 판정은 경기의 흐름까지 바꿔놓았다. 두산은 이후 상대실책과 연속안타로 7점을 더 뽑고 승기를 챙긴 반면, LG는 선발 데이비드 허프가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한 채 무너졌다. 허프는 3회에만 8실점 무자책이라는 씁쓸한 성적을 뒤로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잠실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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