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윤석민의 진심 ‘잘 버텨줘, 어깨야’

입력 2016-08-3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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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윤석민. 스포츠동아DB

“앞으로도 안고 가야 할 것 같아요. 잘 버텨줘야 될 텐데….”

아파서 나갈 수 없을 때 듣는 팬들의 비난, 당사자의 기분은 어떨까. 어깨 부상에서 4개월 만에 돌아온 KIA 윤석민(30)이 그동안의 마음고생과 진심을 털어놨다.

윤석민은 3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홈경기 SK전에 앞서 1군 엔트리에 복귀했다. 4월27일 어깨 통증으로 말소된 지 4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고서야 1군 무대를 밟았다.

그는 “그동안 1군 경기를 많이 봤다. 난 없었지만 팀이 많이 이겼으면 하는 마음에 응원하게 되더라. 좀만 더 잘해서 내가 돌아갔을 때 높은 순위를 유지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진 않았다. 6월에는 통증이 재발해 재활 과정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윤석민은 “생각보다 복귀가 늦어졌다. 마음이 급하다 보니 다시 아프기도 했다. 그동안 쌓인 것도 있고 염증이 금방 낫지 않더라. 앞으로도 안고 가야할 것 같다. 잘 버텨줘야 하는데”라며 고개를 숙였다.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면서 돌아온 건 팬들의 비난이었다. FA(프리에이전트)로 4년 90억원이라는 거액을 받은 그에게 피할 수 없는 꼬리표와도 같았다. 그는 “FA 후에 아프다 보니, 정신적으로 힘든 게 있었다. 선수라면 아픈 게 좋을 리 없다. ‘논다’는 말이나, ‘먹튀’란 말도 들었다. 웃어넘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더 빨리 오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부상 직전 마지막 등판인 4월17일 광주 넥센전은 그에게 뒤늦은 후회가 됐다. 당시 윤석민은 9이닝 2실점으로 완투패했다. 호투에도 불구하고 팀은 1-2로 석패했다. 윤석민은 “사실 그날 어깨가 좋지 않았다. 1이닝을 던지고 ‘코치님께 투수들을 준비시켜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마운드에 서면 또 괜찮더라. 자꾸 생각이 많아졌다. 코치님께선 5회까지만 던지자고 하셨는데 경기가 타이트하다보니 끝까지 가게 됐다”고 말했다.

캠프 때부터 좋지 않았던 어깨, 불운한 예감은 들어맞았다. 그는 “그때 마운드에서 지금 내려가도 어차피 엔트리에서 빠지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게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후회가 된다”며 입맛을 다셨다.

그러나 어깨 통증은 이제 안고 가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윤석민은 “그동안 어깨를 많이 썼다. 나와서 캐치볼을 하면, 공을 던지기 직전까지 ‘아프면 어떡하지’라고 긴장을 한다”면서도 “개인적으론 다 됐다고 생각한다. 조금이나마 팀에 도움이 돼야 한다. 패전처리부터 해야 되지 않을까 싶지만, 중요할 때 왔으니 열심히 해야 한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이어 “100%는 아니지만, 1군에선 집중력과 긴장감이 더하기 때문에 스피드도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스피드는 중요한 게 아니란 걸 유희관 선수가 보여주고 있지 않나”라며 활짝 웃었다.
윤석민은 이날 3-9로 뒤진 9회에 등판해 1이닝 동안 안타 2개를 맞았지만 탈삼진 1개를 곁들여 무실점으로 막았다. 135일 만에 1군 마운드에 오른 그는 이날 직구 구속이 대부분 시속 130㎞ 후반대에 머물렀다. 최고구속은 143㎞를 찍었다. 오랜 공백의 여파로 인해 분명 100%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관록으로 무실점을 기록한 부분에서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앞으로 승부처에서 등판했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봐야할 듯하다.

광주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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