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수원삼성의 ‘비겁한 고참 선수들’은 안녕한가?

입력 2016-09-2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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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수원삼성

#사례 1. 코칭스태프가 원정 명단을 짜고 있을 때 고참선수 A가 찾아왔다. 부상으로 뛰기 어렵다는 의사를 전했다. 결국 ‘명단 제외’가 결정됐다. 그런데 A는 동료들이 원정을 떠나있는 동안 국내 모처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사례 2. A와 같은 팀에 몸담고 있는 고참선수 B는 음주가무를 즐긴다. 시기에 구애받지 않는다. 언제고 마시고 싶으면 술잔을 기울인다. 시즌이 한창일 때도 불콰한 얼굴의 B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사례 3. 이 팀의 중견고참 C도 음주를 아주 좋아한다. 선·후배들도 팀 내 핵심인 C의 행실을 걱정했다. 늘 톡톡 튀는 성격이라 음주 후 운전대를 잡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시선이 따라다닌다.

실제로 있었던 일들이다. 놀랍게도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통의 명가’로 통하는 수원삼성에서 벌어졌다. 올 시즌 수원은 역대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 화려했던 역사와 전통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가 이를 대변한다. 정규 라운드 1경기만을 남긴 가운데 스플릿 라운드 그룹B(7∼12위) 추락이 확정됐다. FA컵 정상에 도전할 수도 있으나, 클래식 잔류가 먼저다.

전망은 불투명하다. 현재의 경기력과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챌린지(2부리그)행이 현실화할 수 있다. 프런트의 엉성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2시즌 연속 클래식 준우승을 차지한 탓일까. 분명한 해결책이 있음에도 외면한 결과는 몰락이었다.

선수단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고참들이 연루된 앞선 사례들은 자신을 믿고 기용한 코칭스태프뿐 아니라 꾸준히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을 기만한 행위다.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0월 2연전에 출전할 축구대표팀 명단을 발표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중앙수비수 곽태휘(FC서울)를 거론하며 “출전 여부를 떠나 팀 규율과 기강을 잡을 자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원의 일부 고참들은 자신의 잇속만 챙기기 바빴다.

수원의 몇몇 중견 선수들은 “내년에 난 이곳(수원)에 없을 것”이란 말을 공공연히 떠들고 다닌다는 후문이다. 충성심은 제로다. 후배들이 비겁한 선배들에게서 무엇을 배울지 의문이다. 한 수원 선수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18일 1-1 무승부로 마친 전북현대와의 원정경기를 떠올렸다. 10명의 전북에 오히려 밀린 뼈저린 기억이다. “30대 초중반 노장들의 분전에 놀랐다. 전북은 K리그 선수들 누구나 가고픈 팀이다. 그곳은 가치를 인정해준다. 그리고 전북 베테랑들은 높은 몸값을 받을 만했다. 우리와 격이 달랐다.”

환부 전체를 도려내는 것은 추가적인 감염을 막기 위해서다. 새 살도 누런 고름을 짜내야 돋는다. 지금 수원 선수단에 필요한 일은 과연 무엇일까.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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