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만 12시간’ 차준환, 피겨 프린스의 탄생비화

입력 2017-01-13 05:30:00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떠오르는 신예 차준환. 그가 빙판에서 보내는 시간은 하루 중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장소 불문하는 빡빡한 훈련일정은 지금의 차준환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포츠동아DB

차준환(16·휘문중 졸업 예정)은 한국 피겨스케이팅(이하 피겨)계의 ‘프린스’다. 국제무대 데뷔시즌이던 2016~2017 국제빙상연맹(ISU) 주니어 피겨그랑프리에서 빼어난 성적을 거두며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그는 3차 대회에서 ISU 공인 주니어 역대 최고점인 239.47점으로 우승을 하더니, 다음 경기였던 7차 대회에서 연이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3위에 올라 한국 남자 싱글 선수로는 최초로 메달을 목에 걸었다. 8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막을 내린 제71회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종합선수권에서 총점 238.07점(쇼트 81.83점+프리 156.24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는데, 특히 쇼트프로그램(이하 쇼트)에서 국내대회 남자 싱글 최초로 80점의 벽을 깨며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증명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1년여 앞두고 등장한 한국 피겨의 샛별에 세간은 들썩이고 있다. 스포트라이트가 연일 그를 비추고 있고, 기대감도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기적’이 아니다. 그는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그동안 꾸준히 흘린 구슬땀이 있기에 기회가 왔을 때 실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차준환은 12일 서울 태릉실내빙상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피겨를 시작한 계기부터 하루에 12시간이나 되는 빡빡한 훈련일정, 피겨선수로 살아가는 마음가짐 등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그는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신경 쓰기보다 늘 내 자신을 뛰어넘고 싶은 마음으로 임했고, 그럴 때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며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최선을 다하는 게 유일한 목표다. 경기마다 수행요소 하나하나를 집중해서 클린연기를 하고 싶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차준환. 스포츠동아DB



● “새벽 6시 기상…하루 12시간씩 꽉 차인 훈련일정”

차준환의 훈련지는 캐나다 토론토 스케이팅 크리켓&컬링 클럽이다. 그 곳에서의 일상은 빡빡한 훈련일정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그는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지상훈련하고, 오전 7~8시부터 10시까지 스케이팅을 탄다”며 “점심을 먹고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다시 스케이트를 탄 뒤에 잠시 쉬었다가 다시 지상훈련을 한다. 그리고 집에 가서는 먹고 잠자는 게 일상이다”고 설명했다. 본인은 담담히 말했지만 새벽 6시부터 시작되는 훈련은 오후 9시가 돼야 끝난다. 쉬는 시간을 빼고도 12시간은 오롯이 훈련에만 매진하는 스케줄이다. 스케이팅 시간을 제외하고 체력을 기르기 위한 지상훈련에도 4시간이나 할애하고 있다.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차준환은 이제 열여섯이다. 그는 “괜찮다. 힘들다 생각한 적이 없다”고 하지만 먼 타지에서 오롯이 힘든 훈련을 이겨내야 하는 게 말처럼 녹록치 않을 것이다. 힘든 점도 많다. 갑자기 커진 키(167㎝→175㎝) 때문에 4회전점프가 흔들릴 때도 있었고, 훈련 때는 잘 되던 프로그램에서 경기 때만 실수가 나와 상처를 입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피겨를 “일상”이라고 표현하며 삶의 일부임을 인정했다.

차준환이 처음 피겨를 접한 건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난생 처음 타본 스케이트는 “부는 바람이 시원해” 좋았고, “어렸을 때는 스케이트 타는 게 그저 신기해” 계속 하게 됐다. 물론 지금은 마냥 즐겨도 되는 그때와는 다르다. 국제대회에서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을 해야 하고, 프로그램 난이도를 높여 좋은 성적을 거둬야한다. 점점 높아지는 기대만큼 부담감도 크다. 그러나 그는 “운동하고 스케이트를 타는 게 내 일상이 됐다”며 피겨를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어릴 때부터 피겨를 하다 보니 취미도 딱히 없다. “지식을 쌓기 위해 이제부터 책을 읽으려고 한다”며 독서에 도전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그 외에 이렇다할만한 ‘놀이’는 없다고 한다. 또래 친구들이 많이 보는 그 흔한 예능프로그램 하나 보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경기한 영상을 끊임없이 돌려보면서 좋았던 부분을 잊지 않고 마음에 새기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평소에도 자주 영상을 돌려보지만 경기하기 전에도 내가 만족할만한 연기를 했던 영상을 보면서 마인드컨트롤을 한다”며 “쇼트프로그램은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대회(그랑프리 7차 대회) 때 표정연기라는 것을 처음 해봐서 영상을 많이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의 인생은 하루 24시간이 피겨로 꽉 차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차준환. 스포츠동아DB



● “하뉴? 내가 할 것만 잘 하는 게 목표”

차준환이 이토록 피겨에 ‘올인’하는 이유는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2017 세계주니어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뿐만 아니라 시니어무대에 데뷔하게 되는 다음 시즌(2017~2018)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더 나아가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까지 나아가야한다.

차준환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4회전 점프다. 그를 지도하고 있는 브라이언 오서(캐나다) 코치는 “국제대회 경험을 쌓으면서 점프를 할 때 주춤거리는 것도 없어지고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며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프로그램에 쿼드러플(4회전) 살코 점프 요소를 2번 넣겠다”고 선언했다. 점프난이도를 높여서 고득점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차준환도 “일단 훈련을 해보고 무리일 것 같으면 안 하겠지만 계획상으로는 쿼드러플살코와 쿼드러플살코-더블토루프 콤비네이션점프를 염두에 두고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니어무대를 앞두고는 4회전 점프의 종류를 늘릴 생각이다. 지금도 쿼드러플 살코와 더불어 꾸준히 쿼드러플 토루프와 쿼드러플 루프 점프를 연습하고 있다. 아직 루프 점프는 많이 시도를 하지 않고 있지만, 토루프 점프는 4~5번을 시도해 1~2번은 성공할 정도로 빠르게 몸에 익히는 중이다.

물론 4회전 점프는 어디까지나 기술요소 중 하나이다. 피겨는 점프뿐 아니라 스텝, 스케이팅스킬, 스핀, 퍼포먼스, 음악과의 어우러짐, 연결동작 등 다양한 요소가 채점대상이 된다. 즉, 여러 가지 요소가 잘 어우러져야만 고득점이 가능하다. 차준환도 기술요소뿐 아니라 그 외의 부분까지도 신경을 쓰면서 프로그램 완성도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경쟁에서 이기기 위함이 아니었다. 현재 세계 피겨 남자 싱글 부문에는 하뉴 유즈루(일본)라는 최강자가 버티고 있지만, 그는 “누구를 뛰어넘어야한다고 생각한 적 없다. 그저 내 자신을 뛰어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랬을 때 항상 결과가 좋았다”며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도 마찬가지다. 이번 시즌 마지막 대회인 만큼 실수 하지 않고 내 연기를 차분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밖에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최선을 다해 보여 주겠다”고 다짐했다.

2007년 당시 6세 차준환이 한 과자 CF에 나온 장면



● 차준환


▲생년월일=2001년 10월 21일

▲출신교=잠신초~휘문중

▲수상경력=2011년 전국동계체육대회 남자 주니어 1위, 2012년 제66회 전국남녀종합선수권 주니어 1위, 2013년 제67회 전국남녀종합선수권 주니어 1위, 2015년 스케이트 캐나다 오텀 클래식 인터내셔널 주니어 1위, 2016~2017시즌 ISU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 싱글 1위, 그랑프리 7차 대회 싱글 1위~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싱글 동메달

태릉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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