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혈통 따라 국적 따라…WBC 국가 선택 천태만상

입력 2017-02-0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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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WBC에 중국대표팀으로 출전하는 kt 주권. 스포츠동아DB

kt의 영건 주권(22)이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중국 대표로 출전하기로 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주권은 1995년 중국 지린성 출신으로,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뒤 2005년 할머니의 나라인 한국으로 건너와 귀화했다. 주권의 현재 국적은 한국. 그러나 중국대표팀의 존 맥라렌 감독이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 위치한 kt의 스프링캠프까지 직접 찾아 kt와 주권의 최종 승낙을 받아내기에 이르렀다.

브루스 천.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주권 이어 브루스 천도 중국대표 합류

야구는 일부 국가에서만 성행하다보니 아직 전 세계가 참가하는 대회로 발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2006년 WBC 초대 대회를 창설할 때부터 독특한 규정을 마련했다. ‘조부모와 부모 중 한 명의 국적으로 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시민권과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의 대표로도 출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규정은 주로 야구 변방국에서 활용하고 있다. 5일 주권이 중국대표팀에 합류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됐는데, 하루 뒤인 6일에도 은퇴한 전 메이저리거 브루스 천(40)이 중국대표팀에 합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천은 파나마 국적의 중국계 3세로, 조부모가 20세기초 중국을 떠나 파나마에 정착했다. 1998년부터 2015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며 통산 82승(81패)을 기록했다. 전설의 마무리투수 마리아노 리베라(82승60패, 652세이브)와 함께 파나마 출신 빅리거 최다승 타이기록이다. 2015년을 끝으로 은퇴한 천은 “내 뿌리를 찾는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다. WBC 출전에 부모님은 무척 자랑스러워하시며, 조부모님이 살아 계셨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지 모른다”면서 다시 몸을 만들어 중국대표팀에 도움이 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중국은 B조에 속해 일본 도쿄 라운드에서 쿠바(8일), 호주(9일), 일본(10일)과 차례로 만난다. 주권과 브루스 천이 어떤 경기에 등판해 어떤 활약을 펼칠지 흥미로워지고 있다.

마이크 피아자.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피아자는 이탈리아, 데이먼은 태국 대표

WBC는 초대 대회부터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들이 조상의 나라를 대표해 뛰었다. 박찬호와 배터리를 이뤘던 마이크 피아자가 대표적이다. 피아자는 2006년 제1회 WBC 때 할아버지 나라인 이탈리아 대표로 출전해 화제를 모았다.

알렉스 로드리게스(A로드)는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뒤 4세 때 부모를 따라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역이주했다가 7세 때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성장했다. 어느 나라를 대표해야하는지를 놓고 양국 팬들까지 가세해 뜨거운 논쟁이 펼쳐졌는데, 결국 2006년 제1회 대회에서는 미국 대표로, 2009년 제2회 대회에서는 도미니카공화국 대표로 출전했다. 특히 2006년 WBC 때 한국전에 4번타자로 나섰는데, 한국 선발투수 손민한이 3회 3구삼진으로 돌려세운 장면은 지금도 국내 팬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제3회 WBC를 앞두고 2012년 열린 아시아 지역예선에서는 ‘동굴맨’ 조니 데이먼이 어머니의 나라 태국대표팀 유니폼을 입어 눈길을 끌었다. 미 육군 하사관 출신인 아버지가 태국에서 근무할 때 태국인 어머니를 만나 데이먼을 낳았다.

구대성. 스포츠동아DB



● 팀 린스컴은 필리핀 대표, 구대성은 호주 대표될 뻔?

당시 태국이 조니 데이먼을 대표팀에 합류시키자, 태국, 대만, 뉴질랜드와 아시아지역 예선을 벌여야했던 필리핀이 2차례(2008·09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받은 팀 린스컴의 합류를 위해 공을 들이기도 했다. 린스컴의 어머니가 필리핀 이민자의 후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린스컴의 필리핀대표팀 출전은 불발됐다. 호주도 2013년 구대성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구대성은 2010년 KBO리그 은퇴 후 가족과 함께 호주에 가서 살면서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

제이슨 마르퀴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한국과 개막전 격돌 이스라엘도 유대계 미국인 경계

이번 2017 WBC에서도 현 국적과는 달리 조상의 혈통을 찾아 국가대표에 승선하는 선수들이 많아질 전망이다. 2월7일 최종 엔트리 제출 마감시한이 지나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겠지만 한국과 같은 1라운드 A조에 속해 3월6일 개막전을 치러야하는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당초 메이저리그 슈퍼스타인 내야수 폴 골드슈미트와 이안 킨슬러도 이스라엘대표팀에 합류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둘 다 이번 WBC에는 미국대표로 출전하기로 했다. 그러나 2015년까지 빅리그 통산 124승을 올린 제이슨 마르퀴스를 비롯해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경험이 풍부한 유대계 미국인 선수들이 대거 가세할 예정이어서 한국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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