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노수광.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와 SK는 7일 오전 4대4 초대형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트레이드의 핵심은 KIA 외야수 노수광과 SK 포수 김민식(28)이었다. 서로의 가려운 곳을 긁기 위해 시작한 트레이드 논의는 총 8명의 선수가 유니폼을 갈아입는 대형 트레이드로 번졌다.
노수광은 전날 광주 SK전에서도 2번 우익수로 선발출장했다. 현재 2루수 안치홍과 3루수 이범호의 부상공백으로 1루 자원인 서동욱과 김주형이 2루와 3루로 들어가면서 우익수 김주찬이 1루수로 출장중이다. 올 시즌 KIA ‘제4의 외야수’였던 노수광이 주전으로 뛰어야 하는 환경이었다.
KIA로서는 올해 4번타자 최형우와 새 외국인타자 로저 버나디나를 영입하면서 지난 2년간 새롭게 발굴한 외야수들에게 제한적인 기회를 줄 수밖에 없었다. 노수광을 비롯해 김호령 등 1군 주전으로 도약한 새얼굴들이 밀려났다.
광주일고 동문으로 절친한 김기태 KIA 감독과 염경엽 SK 단장이 시범경기 때부터 트레이드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논의가 시작됐다. 주중 광주 3연전에선 본격적으로 카드를 맞췄다. 첫째 날 대화를 시작해, 둘째 날 이적 선수들의 윤곽이 나왔고 마지막 날 구단 차원에서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SK 염경엽 단장은 “1번타자로 키울 자원이 부족한 우리로선 노수광은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라며 트레이드를 추진한 배경을 밝혔다. 실제로 SK는 최근 수년간 거포 자원들로 라인업을 구성하면서 빠른 발로 활력을 불어넣어줄 1번타자감 선수가 없었다. 이번 트레이드로 KIA 유니폼을 입게 된 외야수 이명기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당장 KIA에서 주전으로 뛰기 힘든 노수광이지만, 한화에서 2015년 KIA로 트레이드된 뒤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엄청난 주력에 타격실력도 1군에서 통할 정도로 성장했고, 약점으로 지적받던 수비도 피나는 노력으로 극복해냈다.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 호수비처럼, 이제 언제나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어낼 정도의 외야수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노수광 특유의 ‘성실성’에 SK가 매료됐다. 육성선수로 출발해 트레이드 후 부족한 점을 메워 제한적인 기회를 뚫고 1군 선수로 성장했다. KIA에서 가장 열심히 하는 선수 중 한 명이고, 모든 플레이에 ‘파이팅’이 넘친다. 현재 개막 후 5연패로 분위기가 침체된 SK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다. 침체된 SK 선수단 분위기를 환기시켜줄 강력한 카드가 필요했다.
공수주 3박자를 갖춘 외야수가 된 노수광은 2년 만에 또 한 번 유니폼을 갈아입게 됐다. 2013년 한화 육성선수로 입단한 뒤, 2015년 KIA 이적, 그리고 다시 SK행이다. 전날 야간경기를 마치고, 이날 아침 일찍 트레이드 소식을 들은 노수광은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 들러 정든 선수단과 인사를 마치고, 이홍구 등 함께 이적하는 선수들과 인천으로 향했다.
노수광은 스포츠동아와의 통화에서 “오늘 아침에 얘기를 듣고 야구장에 나와 인사를 드렸다.
급하게 준비해서 인천으로 간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 당황스럽고 착잡했다. 내가 그렇게 잘하는 선수도 아닌데 SK에서 데려갈 줄 몰랐다”고 털어놨다. 자신을 성장시켜준 KIA를 떠나는데 대한 아쉬움도 컸다. 그는 “솔직히 KIA를 떠나는 게 너무 아쉽다. 지금은 경황이 없어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본인은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고 했지만, 트레이드 대상에 오른다는 건 상대가 필요로 했다는 의미다. 노수광은 “개막 후 잘하지도 못했는데 기대가 크시다면 내겐 큰 부담이다. 그래도 한화에서 KIA로 올 때와 똑같다. 필요하니 불러주셨을 것”이라며 새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다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