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리뷰] 우리가 ‘신과 함께’ 해야 하는 이유

입력 2017-07-13 09: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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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단 가무극 ‘신과 함께’ 리뷰

사후 49일간 저승에서 벌어지는 7개의 재판. 연이은 회사 술자리로 병을 얻어 이른 나이에 죽은 사람 김자홍은 7번의 심판을 받으며 이승에서 행했던 선행과 저지른 죄를 깨닫고 뒤늦은 참회를 하게 된다. 또한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어머니에게 사모곡을 부르며 그리워한다.

서울예술단 가무극 ‘신과 함께-저승편’(원작 작가 주호민)은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이유는 우리의 삶과 죽음, 그리고 죽음 이후를 다룬 작품이기 때문이다. 재치 있는 배우들의 대사와 무대 배경 문구 등에서는 웃지만 진기한 변호사와 함께 재판의 여정을 걷는 김자홍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지금 나의 삶을 돌이켜보게 된다.

약 두 시간 동안 경험하게 되는 저승에서 나와 죄를 지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과 착하게 살고자 마음을 먹는다면 이 작품이 존재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는 ‘신과 함께’ 해야 한다.

● 구원 받아야 하나, 심판 받아야 하나

2015년 초연에 이어 2년 만에 재연 공연으로 돌아온 서울예술단 가무극 ‘신과 함께’는 새롭게 재탄생됐다. 원작자 주호민과의 이야기를 나누며 내용은 더욱 원작에 충실해졌고 음악과 안무 등 관객들이 공감하며 이해할 수 있도록 수정 작업을 거쳤다.

올해는 ‘죽는다고 다 끝난 게 아니다’라는 표어로 나선 ‘신과 함께-저승편’은 ‘구원’과 ‘단죄’라는 테마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죄를 지은만큼 형벌을 주겠다는 염라대왕과 지옥의 중생들을 구제하겠다는 지장보살과의 대결구도를 기준으로 이승에서 저승으로 죽은 자를 데려가는 저승차사 강림, 그리고 죽은 자들을 변호해주기 위한 변호사 진기한 사이에 인간 김자홍을 비롯해 억울한 죽음으로 원귀가 된 병사 원성연의 여정이 그려진다.

원작 웹툰의 스토리라인을 비슷하게 따라간 초연과는 달리 재연에서는 한층 깊어진 철학과 메시지를 담아냈다. 이승에서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넘어 인간이 짓는 죄, 그에 대한 형벌 그리고 용서 등 관객들에게 살면서 한 번쯤 생각하게 하는 것들을 던졌다. 또한 초연에 생략됐던 저승의 일곱 관문 중 여섯 번째 관문인 ‘독사 지옥’의 이야기가 추가되면서 개연성을 강화했다.


● 개성만점 캐릭터와 넘버…호불호 갈릴 수도

올해도 웹툰과 싱크로율 100%인 배우들이 모였다. 초연과 같이 넉살스럽고 능청스러운 연기로 활약했던 배우 박영수가 국선 변호사 진기한 역을 맡으며 활약하며 박영수와 마찬가지로 초연에 이어 재연 무대에 오른 김도빈은 김자홍 역을 맡으며 관객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준다. 특히 전 서울예술단 출신 박영수와 아직 서울예술단에 있는 김도빈의 연기 호흡은 여전히 착착 붙는다. 새롭게 ‘신과 함께’로 투입된 김우형이 저승차사 강림 역을 맡아 활약한다. ‘레미제라블’, ‘아리랑’ 등 굵직하고 진지한 캐릭터를 소화했던 그가 ‘츤데레’ 매력을 펼친다. 강림의 상징인 ‘포마드 머리’를 한 채 허세와 진지를 오가는 모습으로 ‘만찢남’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만큼 넘버도 인물별로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49일의 여정을 떠나는 김자홍, 그리고 그를 변호하는 진기한의 넘버는 발라드가 강하다. 이에 삶을 돌이키는 김자홍과 사람들을 구원하고자 하는 진기한의 마음을 부드럽고 강한 멜로디로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저승차사 강림은 특유 카리스마를 전달하기 위해 강한 테크노 록을 사용하며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또한 체코 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Czech National Symphony Orchestra)의 연주가 극의 중심을 잡아준다. 캐릭터 별로 다른 음악을 썼기 때문에 개성은 드러났지만 다소 튄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극을 몰입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


● 여전히 감탄하게 하는 환형(環形)무대는 또 다른 주인공

초연에 이은 17미터의 환형 무대 장치와 무대 바닥 80 제곱미터 LED 수평 스크린은 공연장에 들어오는 관객들에게 여전히 감탄을 짓게 한다. 이승의 죄와 업을 상징하는 글이 가득한 신문지로 덮인 환형 무대를 기준으로 안쪽은 저승이며 가장자리는 이승으로 분리가 된다. 동시에 돌고 도는 윤회사상을 시각화하기 위해 표현한 바퀴 모양으로 관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또한 환형 무대 안쪽에는 LED 스크린에 영상을 투과해 7개의 지옥을 효과적으로 구현하며 단행본의 3권에 달하는 분량을 160분으로 압축해 전달하는 효과를 지어낸다. ‘신과 함께’ 저승편의 또 다른 주인공은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월 2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서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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