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솔미의 일본TV 엿보기] 몇 시간 만남 후 키스…낯 붉히는 일본예능

입력 2017-09-0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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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TBS ‘라스트 키스-마지막에 키스하는 데이트’

현재 채널A ‘하트시그널’과 엠넷 ‘내 사람친구의 연애’ 등 연애 예능프로그램이 화제 속에 방영되고 있다. 일본에도 ‘연애 예능’이 인기다. 일본 지상파 TBS ‘라스트 키스-마지막에 키스하는 데이트’는 ‘수위’가 꽤 높다. 키스를 해야 한다는 게 규칙이다. 남녀가 처음 만나 반나절 데이트하고 키스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파격 그 자체다. 심야방송이지만 이런 프로를 기획하는 방송사도 놀랍다.

‘라스트 키스’는 데이트 상대로 누가 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남녀가 1일 커플이 된다. 남성이 미리 짠 계획에 따라 데이트를 즐긴 후, 헤어지는 시간에 서로 키스를 한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감정을 교류하고 키스로 데이트의 종료를 알린다. 이 장면을 카메라는 여러 각도에서 담으며 간혹 노골적일 정도로 클로즈업한다. 영상을 스튜디오에서 보며 이야기하는 진행자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민망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출연자는 무명 연기자부터 AKB48이나 모닝구무스메 등 유명 걸그룹 출신까지 다양하다. 프로그램 속 남녀는 처음엔 어색해하지만 이내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출연자들이 인간의 ‘본능’에 충실하며 프로그램 기획의도대로 행동하는 것이지만, 30분 남짓의 방송 시간 동안 시청자는 그저 남녀의 키스장면을 몰래 지켜보는 재미뿐이다.

‘라스트 키스’는 후지TV ‘테라스 하우스’나 한국의 연애 예능처럼 출연자들이 ‘썸’을 타고 ‘밀당’하는 장면을 통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서로 존재도 몰랐던 남녀가 단 몇 시간 만에 키스를 하는 관계가 되는 것이다. 처음 만난 사람과 단시간에 가까워지는 게 일상에서도 벌어지는 일이지만, 방송사가 대놓고 ‘조장’하는 건 사람의 감정을 쉽게 여기는 것 같아 불편하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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