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스타트업 ‘펫닥’ 최승용 대표 “가족같은 내 펫, 이젠 주치의 시대”

입력 2017-09-0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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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닥’ 최승용 대표는 “스타트업은 인사가 만사인 경우가 많다. 대표인 나에게는 고객보다 직원이 중요하다. 직원들은 회사 대표인 나보다 고객이 더 중요했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펫닥 쓰시는 분들과 수의사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펫 보호자와 수의사 연결해주는 플랫폼 개발
2500곳 위치기반 서비스…덤핑병원은 뺐죠”


새로운 꿈을 위해 잘 나가는 회사에 출근한 첫 날 사표를 던져본 적 있는가. 자신만만하게 시작했던 데이팅 웹사업을 대차게 말아먹고, 외국어교습 웹사업으로 빚을 갚았다는 그. 실시간 수의사 무료상담 서비스 앱 ‘펫닥’ 최승용(33) 대표는 지금 세 번째 도전을 하고 있다. 그는 열정이 가득해 보였다. 자신감도 넘쳤다. 현재 ‘펫닥’은 신용보증기금과 KB국민카드로부터 스타트업 육성 벤처기업에 선정돼 경영컨설팅, 자금지원, 공동사업모델개발 등의 혜택을 받고 있다. 2015년 시작해 창업 3년차인 것을 생각하면 대단한 성과다. 독창성과 기술력, 미래성장성까지 높게 평가받는 반려동물 스타트업 ‘펫닥’에 대해 최승용 대표로부터 직접 들어본다.


-펫닥은 어떤 앱인가.

“강아지나 고양이가 아프면 보호자들은 대개 가까운 동물병원을 찾는다. 그래서 동물병원의 상권은 매우 좁은 편이다. 수의사 대부분 ‘자기 병원에 올 리가 없다’는 생각에 온라인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시간과 열정을 쏟으며 상담하지 않는다. 펫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려동물 보호자와 수의사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다. 위치기반 서비스로 반려동물 보호자는 가까운 동물병원 수의사와 무료 실시간 채팅을 통해 상담할 수 있고, 동물병원은 이러한 상담을 통해 신규 고객을 유치하거나 재방문율을 높일 수 있다.”


-상담에 참여하는 동물병원은.

“한국동물병원협회, 서울시수의사협회와 업무제휴협약을 맺고 있다. 두 협회 소속 수의사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개별 등록된 동물병원까지 포함하면 전국적으로 2500여 곳 정도 된다. 덤핑병원이나 비윤리적인 병원은 철저히 배제한다.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중앙수의사 팀이 있다.”


-24시간 상담과 3시간 이내 상담을 내세운 이유는.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퇴근 이후 놀아주다가 이상 증세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에 가야되는 상황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3시간 이내 상담이 가능한 이유는 1차적으로 로컬병원에 상담콜이 가고, 만약 수술이나 진료, 휴원 등으로 상담받지 못하면 중앙수의사 팀으로 연결된다. 밤에 상담했다면 아침에 로컬병원에서도 상담내역을 알 수 있다. 반려동물 주치의를 만들자는 것이 핵심 서비스다.”


-상담내역을 데이터화 한다고 들었는데.

“반려동물 품종, 나이, 중성화 여부 등을 담은 채팅형 상담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3억건 이상의 상담이 쌓였다. 위치기반으로 각 구·동별로 나눌 수 있다. 병원 근처에 있는 동물 보호자의 연령대, 키우는 품종, 많이 먹이는 사료, 중성화 여부 등을 데이터 분석해 병원에 제공한다. 예를 들어 서초동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중 20대 여성이 큰 비율을 차지하고, 포메라니안을 많이 키운다. 자주 구매하는 상품은 사료·사제간식 등이므로 서초동 동물병원은 판매품목에 이 같은 제품을 추가하면 좋을 것이라는 분석을 제공한다.”


-펫닥 이용자가 불만을 어필한 경우도 있을텐데.

“상담 만족도 평가를 한다. 음식점 앱처럼 별점 리뷰 등으로 동물병원을 평가하지는 않는다. 병원 상담진료를 받은 반려동물 보호자의 평점은 보통 1점 아니면 5점이다. 2∼3점이 없다. 너무 극단적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굉장히 불친절하거나 비윤리적인 상담을 했다고 3건 이상 불만이 접수된 경우에는 모니터링을 한다. 자체조사를 거쳐 상담 자체를 못하도록 조치한다.”


-펫닥에 대한 동물병원의 반응은.

“무조건 좋다고 하지는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상담 스킬이 저마다 다른데 있다. 상담을 잘 하는 수의사는 매출이 30% 이상 늘었다고 좋아한다. 상담 스킬이 떨어지는 수의사는 열심히 했는데도 병원 방문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반려동물 관련 의료커뮤니케이션 노하우나 스킬을 제공한다.”


-스타트업을 하면서 힘들었던 적은.

“제일 힘든 부분은 자금 문제다. 아이디어도 있고 인력까지 구했지만 서버비용 등 시드머니가 부족했다. 개인에게는 큰 돈이다. 성과가 날 시기가 아닐 때라 투자받는 것이 힘들었다. 앱이나 플랫폼 사업을 하는 분들은 더 절실하게 느낄 것이다. 그 다음으로 어려운 점은 보수적인 시장에서 어떻게 포지셔닝을 하고,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는 문제였다. 이것은 반은 즐거웠다. 대기업에서도 실패했던 시장이라 내가 성공하면 대기업에서도 협업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행히 이룰 수 있어 고마움을 느낀다.”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굉장히 흥분된다. 주위에 물어보고 시장조사를 하다보면 대박칠 것 같다. 100이면 100 다 그렇게 시작한다. 나쁜 아이디어는 없다.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서비스인가, 내가 잘할 수 있는 서비스인가, 페이를 내고 이용할 정도인가라는 검증을 꼭 해야한다. 다른 곳에서 카피할 수 없는 특징도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일을 할 때 즐거운가’라는 점이다. 스타트업은 굉장히 힘들다. 지치는 날이 반드시 온다. 그때 버틸 수 있는 것은 강력한 동기부여와 일을 하며 느끼는 즐거움이다.”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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