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뒷담화] 김민식에 혼난 양현종, 귀신 꿈에 반지 꿈까지

입력 2017-11-0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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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KIA타이거즈와 두산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9회말 등판해 7-6 승리를 지키며 우승을 확정지은 KIA 양현종이 포수 김민식과 환호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한국시리즈(KS)가 5차전 승부로 막을 내렸습니다. 4선승제의 단기전이기 때문에 1차전 승리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KIA는 먼저 1차전을 내주고도 4연승을 올리며 2009년 이후 8년만의 통합우승에 성공했죠. KIA 김기태 감독은 눈물을 펑펑 쏟아 주변을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한때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항의를 하면서 ‘눕기태’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이번에 ‘울기태’라는 별명이 추가된 것 같네요. 아무튼 스포츠동아 KS 특별취재반도 추운 날씨에 고생 많았습니다. KS 기간 동안 여러가지 일들도 발생하고 미처 기사화하지 못한 뒷얘기들도 많았는데, 우승의 마지막 순간을 만들어낸 KIA 포수 김민식과 양현종 얘기부터 해볼까요.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KIA타이거즈와 두산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9회말 등판해 7-6 승리를 지키며 우승을 확정지은 KIA 양현종이 포수 김민식과 환호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김민식의 꾸중에 정신 차린 양현종?

마지막 승부였던 10월 30일 5차전은 KIA가 7-0으로 앞서 쉽게 승부가 끝날 듯했지만 두산이 후반에 맹추격을 벌이며 7-6, 1점차로 좁혀졌잖아요. 결국 KIA는 9회 양현종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죠. 26일 2차전에서 투혼의 122구로 1-0 완봉승을 거둔 양현종이 결국 마무리투수로 나섰는데, 첫 타자 김재환에게 볼넷을 내주고 말았어요. 그러자 김민식이 마운드에 올라가 웃으면서 뭔가를 말하는 장면이 있었잖아요. 그 긴박한 상황에서 무슨 얘기를 했을까, 궁금하잖아요. 경기 후 덕아웃 뒤 복도에서 장비를 챙기던 김민식에게 그 상황을 물어보니 “대투수가 왜 쫄고 있어요? 왜 떨어요?”라면서 꾸중(?)을 했다고 합니다. 물론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웃는 얼굴로 얘기를 했던 거죠. 그러자 양현종이 “내 공 안 좋냐?”고 물어 “공 좋다”고 대답해줬다고 해요. 우승이 확정되고 나서인지 김민식은 당시 상황에 대해 “현종이 형이 확실히 2차전 던지고 휴식을 제대로 못해서 그런지 그때 공은 아니었다”며 “그런데 거기서 ‘공 안 좋냐’고 물어보는데 ‘안 좋다’고 대답할 수 없어 ‘좋다’고 했더니 자신 있게 던지더라”고 말해 취재진의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 김민식 “우승 기념공을 잃어버렸어요”

김민식은 마지막 타자 김재호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으면서 우승을 확정했죠. 당시를 회상하면서 김민식은 혀를 내둘렀습니다. “속으로 ‘놓치면 안 된다’고 주문을 외는데, 마지막 뜬공이 하늘에서 내려오지를 않더라”며 웃더군요. 그런데 그 전까지 ‘마지막 아웃을 잡는 우승 기념공은 어떻게든 챙겨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는데, 미트를 그라운드에 던져버리고 마운드로 달려가는 바람에 공이 어디로 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울상을 지었습니다. 일각에선 ‘최형우가 주웠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정작 최형우는 “내가 안 챙겼다”고 말하더군요.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KIA타이거즈와 두산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3회초 2사 만루 KIA 이범호가 좌월 만루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며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생애 첫 우승 이범호 “하늘이 그래도 한 번은 우승을 주네”

이범호는 KS 내내 부진해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2000년 한화에서 데뷔한 뒤 2010년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 입단했고, 2011년 KIA 유니폼을 입으며 국내로 복귀해 활약하고 있는데, 우승은 한 번도 못한 이범호였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 18년차 선수지만 2006년 삼성에 패하면서 준우승을 한 것이 유일한 KS 경험이었죠. 그런데 5차전에서 1-0으로 앞선 3회초 만루홈런을 때리며 결과적으로 승리에 큰 공을 세웠습니다. ‘깨 백 바퀴 구르는 것보다 호박 한 바퀴 구르는 것이 낫다’는 말처럼, 결정적 한방으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씻어냈습니다. 역시 KBO 역대 최다 만루홈런(16개)의 주인공다웠죠. 이범호는 꿈 얘기를 꺼내더군요. “어제 자다가 가위에 눌렸는데, 귀신이 들어와 홈런 하나 만들어준 것 같다. 우승을 한 번도 못했는데, 하늘도 불쌍해서 하나 준 것 같다. 이제 광주에서 얼굴 들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꿈 얘기를 하다보니 김선빈도 빼놓을 수 없네요. 김선빈은 “나는 별다른 꿈을 꾸지 않았는데 아내가 꿈을 꿨다고 하더라. 반지 세 개를 끼는 꿈이었다고 한다. 이제 하나 꼈으니, 앞으로 두 번 더 우승을 해야겠다”며 좋아했습니다.

칸베 코치와 양현종.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인스타그램



● “양현종 축하해” 칸베 코치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

KIA가 KS 우승을 확정한 직후, 덕아웃에 있던 한근고 KIA 홍보팀 과장의 휴대전화 벨이 울렸습니다. 발신자는 칸베 토시오 전 KIA 투수코치. 2008~2009시즌 칸베 코치의 통역을 맡았던 한 과장은 유창한 일본어로 대화를 이어가더니 몇 번이나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칸베 코치님한테 전화가 왔다”며 기뻐하던 한 과장에게 다가가니 “양현종에게 축하한다고 하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칸베 코치와 양현종의 인연은 각별합니다. 양현종이 선발등판한 2차전을 광주 현장에서 지켜봤는데, 당시 양현종은 이닝 교체 도중 칸베 코치를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하기도 했죠. 양현종은 “칸베 코치님이 투수코치로 계실 때는 단 한 번도 내게 ‘나이스 피칭’이라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는데, 2차전 끝나고 해주셨다”고 고마워했습니다. KS 최우수선수(MVP)로 우뚝 선 제자가 얼마나 대견했을까요.

25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 한국시리즈 1차전 4회초 2사 만루에서 두산 오재원이 멀어내기 볼넷으로 출루 한 후 전형도 1루코치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KS에서 사인미스? 두산의 패착

두산은 리그에서 가장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하는 팀이에요. “두산은 가을에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강력한 수비, 기동력, 작전수행능력은 리그에서 가장 돋보이는 두산의 전략자산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KS에서 확인된 것만 무려 3차례 사인미스가 나왔어요. 두산은 1차전 4회초 2사 만루서 오재원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선취점을 올렸죠. 결과적으로 1차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 장면이었지만, 사실 사인미스였어요. 볼카운트 3B-1S서 오재원은 김태형 감독의 ‘능동적 판단’ 사인을 ‘웨이팅(기다리기 사인)’으로 착각했던 것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건 김 감독은 두산 사령탑에 오른 이후 세 시즌 동안 3B-1S서 단 한 번도 웨이팅 사인을 낸 적이 없다는 점이죠. 이후 희생번트를 페이크번트 앤드 슬래시, 희생번트를 강공으로 착각한 경우가 이어졌죠. 두산 벤치로선 매우 씁쓸한 순간이었습니다.

한용덕. 스포츠동아DB



● ‘벙어리 냉가슴 앓듯’ 답답했던 두산 덕아웃

한화가 한용덕 두산 수석코치를 새 감독으로 내정했다는 사실은 KS 시작 전부터 취재진에게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어요. 과연 몇 명의 코치, 그리고 누가 한화로 함께 가느냐에 더 관심이 높았죠. 두산으로선 ‘벙어리 냉가슴 앓듯’ 답답한 상황이었어요. 모든 것을 집중해 싸워야 할 큰 경기를 앞둔 시점이었기 때문에 아주 작은 균열, 어수선함도 피하고 싶었죠. 답답한 것은 한용덕 신임 한화 감독도 마찬가지였겠죠. 특히 한화는 두산 프런트에서 비공식적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아무런 메시지도 전하지 않았어요. 한화 입장에선 침묵이 KS를 앞둔 두산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지만, 반대 입장에선 또 말 못할 서운함도 많았을 거예요. 두산 관계자는 “우리 팀 코치 중에 누가 함께 나가는지 알아야 우리도 준비를 할 것 아니냐”고 하소연하더군요.

정리 |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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