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토크②] 박병은 “유명세보다 관객들의 박수가 더 귀하다”

입력 2017-11-22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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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토크①에서 이어집니다.

2000년 MBC ‘신 귀공자’를 통해 대중매체에 첫 발을 내민 박병은은 독립영화부터 드라마까지 다양한 곳에서 연기를 하며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그런데 그가 배우가 된 것은 중학교 선생님의 권유 때문이었다고. 그는 “선생님이 예술고등학교를 소개시켜주시면서 거길 가는 건 어떠냐고 권유를 해주셨다”라며 “또 입학 시험 볼 때 학교 안 나와도 된다라는 말에 ‘혹’했다. 친구들도 ‘야~ 거기 가면 멋진 거 아니냐’며 부추기기도 했다”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예고 경쟁률이 엄청 세더라고요. 그 때는 예고가 별로 없었으니까요. 한 4~5개 있었나? 그러니 전국 각지에서 다 오더라고요. 한 반에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까지 모든 지역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운이 좋게 합격을 했죠. 제가 배우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한 것은 예고를 다니면서부터예요. 그 때 가치관이 잘 심어진 것 같아요.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것들이 연극의 역사, 연극의 이해 등이었고 몸을 관리하는 것부터 사용하는 것까지 배우니까. 또 1년에 2번씩 꼭 연극을 올려야 했고 세트, 의상, 소품 등을 다 만드니까요. 그런 걸 하면서 배우의 매력을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빨리 성공해야지’, ‘좋은 소속사에 들어가야지’ 라는 생각이 안 들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연극을 하니까 약간 자부심은 있었다고 해야 하나? 10대 때 드는 겉멋이 있잖아요. 지금 생각하면 예쁜 겉멋이었던 것 같아요. 그 감정을 가지고 배우를 시작했기 때문에 그 마음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아요.”

이어 그렇게 안양예고를 졸업하고 자연스레 대학 역시 연극영화학과로 진학했고 여느 배우들처럼 단역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영화 ‘색즉시공’, ‘오로라 공주’,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똥파리’, ‘황해’,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연애의 온도’, ‘남과 여’, 드라마 ‘금쪽 같은 내 새끼’, ‘로드 넘버원’. ‘특수사건 전담반 TEN2’, ‘캐리어를 끄는 여자’ 등에 출연하며 내공을 쌓았다. 그러다 그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조금씩 알리게 된 것은 영화 ‘암살’이었다. 전지현(안옥윤 역)의 약혼자인 일본군 장교 ‘카와구치’ 역을 맡으며 서늘한 연기와 일본어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많은 영화 및 방송관계자들이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종종 그를 알아보고는 인사를 청하기도 한다. 이런 유명세를 실감하는지 묻자 “아직은 잘 모르겠다. 만날 현장에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예전부터 ‘인기’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었다”라며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건 관객과의 감정 소통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물론 유명세를 싫어하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감사한 일이죠. 하지만 배우로 가장 짜릿함을 느끼는 순간은 관객들의 공감이에요. ‘마상구’ 캐릭터만 봐도 이 연기에 진실 하려고 노력했던 모습을 시청자들이 알아봐주면 그것만큼 마음이 따뜻해지고 위로가 될 때가 없어요. 제가 다른 댓글을 안 보지만 드라마 토막영상에 있는 댓글을 다 읽어요. 제 연기를 다시 보며 놓친 게 있었나 보는 것도 있지만 그 영상을 보고 제 캐릭터에 공감을 해주시면 마음이 막 짠해지고 포근해져요. 배우는 보는 이들의 박수를 받는 것만큼 큰 영광은 없어요. 그게 ‘인기’보다 더 짜릿해요.”


이야기만 들어도 박병은이 얼마나 연기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 감정을 연기로 들어낼 때 쏟아지는 카타르시스가 좋다고 하며 “마치 뭔가에 중독된다는 것이 이런 기분일지도 모르겠다”라며 연기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순수한 소년을 보는 듯 했다.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그는 “연기는 마흔부터”라는 말을 했다. 이해가 가면서도 인상적이었다. 이에 박병은의 연기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인지 물었고 그는 “시작한지는 오래됐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지금도 과정을 거치고 있죠. 제가 그 말을 한 건 마흔이 넘어야 연기가 시작이라는 의미보다 인생경험도 쌓고 연기경험도 쌓으면서 나만의 가치관, 연기에 대한 철학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어릴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20~30대는 정말 모든 걸 빨아들이며 배우는 기간이었다면 40대에 접어들면서 쌓아둔 것을 다듬는 기간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지금도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고 있죠. 그런데 예전과 달라진 것은 이제는 연기 외적으로 느끼는 감정 등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는 시기인 것 같아요. 슬펐던 것, 기뻤던 것 등 내가 경험했던 감정 등을 내 목소리와 몸으로 표현하는 시기가 온 것을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박병은은 “아직도 가치관은 세워놨다고 볼 수는 없다”라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것 같다. 여전히 배우로서 연기적인 생각을 정리하기엔 어린 나이인 것 같다. 아직도 철이 덜 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연기’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다.

“’배우들은 철 들면 끝난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게 철부지처럼 하라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생각하라는 의미인 것 같아요. 언젠가부터 배우가 철이 든다는 건 편향된 시각을 갖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기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긴다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배우는 여러 인물과 생각을 담고 표현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져야 하거든요. 어떤 의견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마음으로 담을 수 있는 유연함을 지니고 있어야 해서요. 한 가지로만 고착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박병은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보니 별 다를 게 없단다.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열심히 연기하는 것, 그것이 그의 계획이라고. 지금도 ‘이번 생은 처음이라’와 영화 ‘안시성’을 함께 촬영 중이다. 지방을 오가며 촬영을 하는 데다 고난도 액션도 있기도 한 작품. 이날 그는 “촬영하다 다쳤다”며 손에 붙인 반창고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액션 촬영에 들어가요. 이제 본격적으로 당나라와 전투를 벌이는 장면을 촬영해요. 제가 칼을 다루는 수장인데 촬영하다가 살짝 다쳤어요. 하하. 조인성, 배성우, 오대환 씨랑 똘똘 뭉쳐서 촬영 중인데 기대해주세요.

→베테랑 토크 ③으로 이어집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씨제스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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