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근육맨’·케냐 ‘눈표범 소녀’…평창은 도전이다

입력 2018-02-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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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 스켈레톤대표 프림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리우올림픽 출전했던 퉁가 타우파토푸아
크로스컨트리 도전…“롤러스키 타며 연습”
케냐 알파인스키 시마더 펀드로 경비 마련
육상선수 꿈 가나 프림퐁 스켈레톤 대표


미국, 일본이 야구 잘하는 건 이상하지 않다.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축구 잘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동계올림픽에서 노르웨이, 네덜란드가 돋보이는 것도 특별할 게 없다. 이들은 동계종목에 적합한 환경이나 기반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못하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런데 도저히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나라에서 동계종목을 하는 경우, 이건 대단한 반전이다. 진한 스토리가 된다. 잘하건 못하건 간에 팬들의 시선은 그들을 향한다. 우리가 잘 아는 ‘쿨러닝(Cool Running)’이 그런 케이스다. 영화 쿨러닝은 눈이 오지 않는 지역 자메이카의 봅슬레이 선수들이 1988년 캐나다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무한도전의 대표적인 사례인데, 그들의 도전은 전 세계에 진한 감동을 퍼뜨렸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9일 개막한다. 최근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평창의 평화올림픽이 드디어 막을 올린다. 이번 올림픽에도 반전의 영웅들이 등장한다.

영국 BBC는 7일(한국시간)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 가운데 반전을 일으킨 대표적인 선수들을 소개했다. 통가의 피타 타우파토푸아(35·크로스컨트리), 케냐의 사브리나 시마더(20·알파인스키), 가나의 아콰시 프림퐁(32· 스켈레톤)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순위권에 드는 선수는 아니지만, 출신 지역의 특성과 남다른 도전정신 때문에 화제가 되고 있다.

통가 크로스컨트리대표 타우파토푸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남태평양에 위치한 섬나라 통가 출신의 피타 타우파토푸아는 2016년 리우하계올림픽 때 태권도 선수로 출전했다. 개막식 기수로 나선 그는 상체를 드러내 화제를 모았다. ‘통가 근육맨’으로 유명해졌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크로스컨트리에 도전장을 냈다. 상체를 벗어젖힌 채 오일을 발라 탄탄한 근육을 자랑했던 그지만 이번에는 강추위 때문에 두꺼운 옷을 입어야한다.

통가에서는 눈을 보기 어려워 롤러 스키를 타고 연습했다고 한다. 그는 “몇 년 전까지는 눈 자체를 보지 못했다. 다들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싶었다”며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각오를 전했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온 사브리나 시마더의 도전도 눈길을 끈다. 출전종목은 여자 알파인 스키(슈퍼 대회전, 대회전). 케냐 출신으로 이 종목에 출전하는 첫 번째 선수다. 또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케냐의 유일한 선수다.

케냐 알파인 스키대표 시마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해 2월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케냐에서 태어났지만, 오스트리아에서 자라면서 스키를 접했다. 처음에는 검은색 피부의 스키선수를 본 주위 사람들이 이상한 눈길을 준 건 사실이지만 실력으로 편견을 극복했다. 눈 표범 무늬 경기복을 입어 ‘눈표범 소녀’로 불리는 그는 스폰서와 크라우딩 펀드를 통해 출전 경비를 마련했다고 한다.

연중 평균 기온이 섭씨 20도 아래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아프리카 가나에서 온 아콰시 프림퐁은 가나 최초의 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선수다. 가나에서 태어난 뒤 8세 때 어머니와 함께 네덜란드로 건너가 육상선수를 하며 꿈을 키웠다. 동계종목으로 봅슬레이도 함께 했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두 차례나 실패의 아픔을 맛봤다. 2012년 런던하계올림픽에서는 단거리 육상선수로 준비했지만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는 봅슬레이로 도전했지만 예비 선수에 머물렀다. 당시엔 네덜란드 국적이었다.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기 위해 결단이 필요했다. 네덜란드 대신 가나 국적을 택했다. 종목도 봅슬레이가 아닌 스켈레톤으로 바꿔 다시 한번 올림픽에 출전했다. 그의 꿈은 아프리카 최초의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그는 “천천히 한 단계씩 더 나아지는 선수가 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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