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배우 최은희 타계…영화처럼 살았던 스타의 이별(종합)

입력 2018-04-16 2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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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배우 최은희.

영화와도 같은 삶이었다. 92년 동안 이어온 삶은 찬란하면서도 험난했다.

평생 동지였지만 먼저 떠나간 남편과 함께 나눈 영화에 대한 꿈은 이제 평온한 안식의 세상에서 이어가게 됐지만, 남은 이들의 슬픔은 크기만 하다.

원로배우 최은희가 16일 낮 12시께 서울 강서구 화곡동 자택 인근 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최은희는 2010년대 초반부터 신장 질환 등을 앓으며 오랜 시간 투병해왔다. 특히 남편인 고 신상옥 감독이 2006년 4월 타계한 뒤 건강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택과 요양병원을 오가며 혈액 투석 등 치료를 받아왔지만 건강을 회복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휠체어에 의지해 이동하며 투병 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끝내 일어서지 못한 채 세상과 이별하고 말았다. 2016년부터 아들인 신정균 감독이 모친을 모셔왔다.

고인의 빈소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이날 빈소를 찾은 충무로 관계자들은 유족과 함께 장례 절차를 두고 논의 중이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이날 오후 8시 스포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고인께서 조용하고 간소한 장례를 원하셨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인이 한국영화계에 남긴 큰 족적을 고려해 영화인장으로 치르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고 최은희는 1926년 경기도 광주 태생으로 1942년 연극 ‘청춘극장’으로 데뷔했다. 이후 1947년 ‘새로운 맹서’로 스크린을 무대 삼아 129편의 영화에 출연하거나 감독으로서 연출 작업을 펼쳤다.

전통적 한국 여인의 애틋한 삶을 그린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상록수’ ‘성춘향’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빨간 마후라’ ‘여자의 일생’ 등 1960년대 대표적인 영화의 주연을 도맡으며 스타로 군림했다.

특히 관능적이면서 강렬하며 도회적인 이미지와 외모로 관객의 사랑을 받은 그는 한국영화의 대표적인 배우로서 이름이 높았다.

1953년 신상옥 감독과 결혼한 그는 현대적 의미의 영화제작사이자 스튜디오인 신필름을 남편과 함께 이끌며 한국영화 발전에 기여했다.

하지만 1978년 1월 홍콩에서 납북되는 아픔을 겪었다. 아내를 찾아 나선 신 감독도 같은 해 7월 역시 북으로 납치됐다. 이후 8년 동안 북한에서 17편의 영화를 제작하기도 한 이들은 1986년 3월 오스트리아 빈 주재 미국대사관으로 탈출해 돌아오는 등 신산한 삶을 살았다.

스포츠동아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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