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의 철인, 그들은 누구인가

입력 2018-12-0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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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라운드를 지키는 철인들은 K리그의 숨은 역사이기도 하다. 올 시즌 전 경기 전 시간을 출전한 포항 스틸러스 김승대(왼쪽)와 강현무(오른쪽)가 3일 ‘KEB하나은행 K리그 대상 2018’에서 최길수 한국OB축구회장으로부터 기념상을 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국내 프로축구 K리그는 대개 3월초에 시작해 12월초에 마무리된다. K리그1의 경우 현재 팀당 38경기를 한다. 정규리그 이외에도 아시아축구연맹 주관의 클럽대항전인 챔피언스리그(ACL)와 대한축구협회 주관의 FA컵에 출전할 경우 팀당 경기수는 50경기 안팎으로 늘어난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한 시즌을 치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컨디션을 유지할 수는 없다. 부상이 찾아오기도 하고, 심리적인 슬럼프도 겪는다. 또 개인적인 사정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니 경기장에 나선다는 건 자체가 여러 가지 변수를 이겨냈다는 의미다.

이런 까닭에 선수의 출장수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팀 우승이나 개인적인 득점 또는 도움도 의미가 있겠지만, 한 시즌 동안 얼마나 많이 뛰었느냐도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모든 경기를 빼놓지 않고 출장한 선수는 이유 불문하고 박수 받을만하다. 실력은 물론이고 자기관리와 프로의식이 철저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K리그1에서 전 경기· 전 시간 출장자는 딱 2명이다. 포항 스틸러스 공격수 김승대(27)와 골키퍼 강현무(23)다. 이들은 정규리그 38경기를 교체 없이 뛰었다. 2016~2017년 등 최근 2년 동안 K리그1에는 이런 기록을 달성한 선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K리그 출범 이후 36시즌을 치르는 동안 한 시즌 전 경기 무교체 출장자는 몇 명이나 될까.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자료에 따르면, 통산 55차례 기록이 나왔고, 가문의 영광과도 같은 타이틀을 가진 선수는 모두 39명이다.<표 참조>


최초의 기록 작성 선수는 출범 첫 해인 1983년 최기봉과 유태목이다. 이들은 당시 정규리그 16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이듬해 경기수가 28경기로 늘어난 가운데서도 김평석과 오연교 최기봉 조병득 박창선 등 5명이 무교체로 전 경기에 나섰다. 1985년 경기수가 줄어들자(21경기) 기록 작성자는 8명으로 대거 증가했다. 이처럼 1980~90년대의 K리그 경기수는 16→28→21→32→24→40→35 등으로 들쭉날쭉하면서 기록의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전 경기 출장의 의미를 부여하며 특별상을 제정한 때는 1999년이다. 팀 수가 늘고 경기수도 증가하면서 포지션의 전문화가 이뤄지기 시작했고, 이런 흐름 속에 주전 경쟁은 더욱 가열됐다. 구단의 투자가 늘면서 선수층도 두터워졌다. 그 탓에 평범한 기량으로는 출전 자체가 어려워졌다.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골키퍼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골키퍼는 특수 포지션이다. 한번 주전이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런 특성이 출전 경기수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역대 한 시즌 전 경기 무교체 출전 최다 선수는 김병지(48)다. 1992년 울산 현대를 통해 프로에 데뷔해 2015년 전남 드래곤즈에서 은퇴할 때까지 24시즌 동안 모두 6시즌을 전 경기 무교체로 뛰었다. 2004, 2005년 포항을 비롯해 2006, 2007년 서울, 2010년 경남, 2014년 전남 등 여러 팀에서 값진 기록을 양산했다.

4차례 기록을 작성한 신의손(58)과 이용발(45), 그리고 3차례의 김용대(39), 2차례의 조준호(45)와 백민철(41) 등 기록 작성자들의 포지션은 한결같이 골문을 지킨 GK였다. 특히 귀화선수인 신의손은 일화축구단의 전성기를 이끌며 1990년대를 주름잡은 최고의 골키퍼였다. 2차례를 기록한 최기봉(60)만이 유일하게 필드플레이어(MF)였다.

1차례 무교체로 전 경기를 뛴 선수는 모두 32명이다. 이들 중 골키퍼 김영광(35)은 2009년 울산에서 기록을 세운 뒤 K리그2로 옮긴 서울 이랜드에서 2017~2018년 연속으로 출장기록을 세우며 특별상을 받았다. K리그2에서는 2016년 김한빈(27)이 충주 험멜에서 기록을 세웠다.

경기에 출전한다는 것, 그리고 한 경기를 소화하는 것, 또 한 시즌동안 전 경기에 나선다는 것, 더구나 단 한번도 교체 없이 그라운드를 누빈다는 것은 선수의 목표이자 영광이다. 하지만 이 영광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자신의 기량을 증명해 감독의 신임을 얻어야하고, 뛸 수 있는 체력을 길러야하며, 정상적인 컨디션을 시즌 내내 유지해야한다. 절제된 생활과 자기관리가 없이는 불가능한 목표다. 전 경기 무교체 출장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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