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덕철 “사실 외모도 신경 쓰는데…팬들은 흔한 얼굴이라 좋대요”

입력 2019-01-0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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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의 무명 생활 끝에 2018년을 뜨겁게 보낸 그룹 장덕철.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가요계에서 제기된 ‘사재기 의혹’으로 마음고생도 했다. 그들에게 2018년은 “열탕을 냉탕과 동시에 오간 격변기”였다. 사진은 지난해 12월20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대중음악상 시상식 레드카펫 모습. 스포츠동아DB

■ 장중혁·강덕인·임철 3인조 그룹 장덕철

그저 음악이 좋아서 뭉친 세 남자
작년 음원차트 장악…열탕과 냉탕
신곡 ‘알았다면’ 공감 이끌며 인기
“방송 출연요? 아직은 겁나요 하하”


‘장·덕·철’.

화제의 이름이다. 지난해 가장 인기 있는 곡(음원·가온차트 집계)으로 꼽혔던 아이콘의 ‘사랑을 했다’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그날처럼’을 부른 주인공이다. 가요계를 뜨겁게 달궜던 ‘음원 사재기’ 의혹, 그 중심에 서기도 했다. ‘장덕철’이 남성 솔로가수가 아니라 3인조 남성 보컬그룹이라는 사실은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장중혁(25), 강덕인(26), 임철(29), 멤버들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딴 팀명으로 2015년 데뷔한 이들은 지난해 제대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1년이 지난 지금, 한 해를 돌이켜보니 “온탕도 아닌 열탕을 냉탕과 동시에 오간 격변기”였다.

2015년 전국영상가요제에서 1위를 차지하며 디지털 싱글 ‘그때 우리로’로 가요계에 데뷔, 3년간의 무명시절을 보내고 2018년 가요계를 뒤흔들었으니 그렇게 말할 만하다. 어쩌면 이들에게 “다시는 맞이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들은 2017년 11월 발표한 ‘그날처럼’이 차트에 처음 진입한 이후 점차 순위가 올라 2개월 만에 각종 음원차트를 장악하며 두 달 남짓 1위를 이어갔다. 처음에는 ‘역주행’이라는 단어로 이들에게 관심을 보낸 대중은 시간이 흐를수록 이름조차 낯선 이들이 팬덤 큰 아이돌 가수까지 제치면서 의혹의 시선을 버리지 못했다.

“‘역주행’이라는 상황도 맞지 않는 표현이다. 역주행은 몇 달 전이나 몇 년 전 발표한 곡이 뒤늦게 차트에 진입해 순위가 올라가는 것이지 않나.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 음원 발표 시점부터 90∼100위권에 진입해 점차 순위가 올라갔다. 이유야 어쨌든 그런 상황은 뒤늦게 1위를 하게 되니 믿기지 않았다. 말이 안 되는 일이고, 전혀 현실성이 없는 일이지 않나. 카페나 음식점에서 우리 노래가 나온다는 말을 들으니 진짜 신기했다. 당시에는 얼떨떨하고 인지를 잘 못 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나니 어떤 상황인지 알겠더라.”

그룹 장덕철. 사진제공|리메즈엔터테인먼트


사실 장덕철은 방송사의 흔한 음악프로그램이나 예능프로그램에 전혀 출연하지 않고 SNS 입소문만으로 음원 차트에 올랐다. 버스킹이나 술집 등에서 편한 분위기로 부른 노래 영상이 SNS를 통해 공개됐고, 감미로운 발라드와 뛰어난 보컬 실력 등으로 호감을 샀다.

“우리는 그저 노래가 좋아서 뭉친 그룹이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문턱이 너무 높았다. 남들처럼 ‘빵빵한’ 회사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우리 손으로 자급자족을 해야만 했다. 버스킹 무대에서 조금씩 알아봐준다고 해도 우리를 알릴 기회가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페이스북 등 SNS에서 홍보를 하는 거였다. ‘설마 이걸로 되겠어?’ 하는 거까지 다 해봤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이었으니까. 밑도 끝도 없는 일이었지만, 그게 자양분이 되어 지금까지 오게 됐다.”

아직 장덕철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방송 출연이 거의 없으니 셋이 함께 다녀도 쉽게 얼굴을 알아보는 이들이 없다. 이들은 “의도치 않게 초심을 지키는 그룹”이라며 웃었다.

“외모를 봐도 주위에 있을 법한 친구들이지 않나. 연말부터 시상식에 자주 가는데 다른 가수들을 보니 이질감이 들 정도였다. 동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친구, 술집 사장님 같은 편한 매력이 우리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팬들도 ‘이 팀은 떠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멋있게 보이려고 외모도 관리하고 신경 쓰지만, 사람들이 변하지 않아서 좋다고 하더라. 하하하!”

최근 발표한 신곡 ‘알았다면’도 차트에서 꾸준히 인기다. 이들의 특기인 독백형 가사가 이번에도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때, 우리로’는 임철, ‘그날처럼’은 덕인이 실제 겪은 이별 스토리에 멜로디를 붙였다. ‘알았다면’의 가사는 강덕인이 실제 자신의 이별 경험을 담아 썼다. ‘실화라서 더 공감 간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우리 나이 때에 흔하게 겪을 수 있는 사랑, 만남, 이별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의도해서 뭘 쓴다면 노래를 부르는 우리보다 팬들이 더 먼저 안다. 그런 노래는 하고 싶지 않다. 사람마다 공감하는 포인트가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 정서가 비슷하지 않나. 그런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처럼 노래하고 싶다.”

그룹 장덕철. 사진제공|리메즈엔터테인먼트


이런 힘으로 지난해처럼 차트를 휩쓸지 않아도 이들의 노래를 찾아듣는 팬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와 전혀 달라진 입지와 인기에도 이들은 앞으로도 방송 출연에 대해 상당히 신중한 반응이다.

“멤버들과 상의해 결정한 일이다. 회사에도 요청을 드렸다. 갑자기 쏟아지는 관심이 너무 무서웠다. 말도 노련하게 하지 못할뿐더러 부족한 게 너무나도 많다. 들떠서 실수를 하게 될까봐 겁난다. 기회는 나중에도 생기지 않을까. 일단 장덕철이라는 그룹에 집중하고 책임감으로 노래하는 것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 앞 뒤 재지 않고, 진솔함 음악을 들려드리는 게 목표다. 약속한 게 또 있다. ‘자존감은 높이되 자존심은 낮추자’는 거다. 우리의 발언 하나로 불쾌한 상황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간이 흘러 ‘선배’나 ‘선생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까지는 한낱 ‘미생’이기 때문에 조심하려고 한다.”

● 그룹 ‘장덕철’은?


▲ 장중혁(메인보컬)·강덕인(리드보컬)·임철(보컬)로 구성된 3인조 그룹
▲ 2015년 전국영상가요제에서 1위를 차지하며 가요계 첫발
▲ 같은 해 디지털 싱글 ‘그때, 우리로’로 정식 데뷔
▲ 2016년 싱글 ‘메모리스’ 발표
▲ 2017년 싱글 ‘그날처럼’ 발표
▲ 2018년 미니음반 ‘그룹’ 발표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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