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곤 별세…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어떤 인물? ‘두산 혁신가’ (종합)

입력 2019-03-04 15: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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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곤 별세…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어떤 인물? ‘두산 혁신가’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3일 밤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박용곤 명예회장은 1932년 고(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6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경동고등학교를 졸업했고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자원해서 해군에 입대해 참전용사로 활약했다. 군 제대 후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귀국한 뒤 1960년 한국산업은행에 공채로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박용곤 명예회장은 1963년 동양맥주 평사원으로 두산그룹에 발을 들였고 이후 한양식품 대표, 동양맥주 대표, 두산산업 대표 등을 거친 뒤 1981년 두산그룹 회장에 올랐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항상 주변을 아우르는 ‘큰 어른’이었던 박용곤 명예회장은 인화를 중심에 두고 인재를 중시한 경영으로 오늘날 ‘글로벌 두산’의 기틀을 닦았다.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모든 결정의 중심에 있었지만, 좀처럼 먼저 입을 열지 않았고 상대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고서야 자신의 뜻을 짧고 간결하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적 결단의 순간에도 실무진의 의견에 먼저 귀를 기울였고, 다 듣고 나서야 방향을 정했다고.

한 번 일을 맡기면 상대를 신뢰하고 오래도록 지켜보는 ‘믿음의 경영’을 실천한 박용곤 명예회장에 대해 두산 직원들은 “세간의 평가보다 사람의 진심을 믿었고, 다른 이의 의견을 먼저 듣고 존중하던 ‘침묵의 거인’이셨으며 주변의 모든 사람을 넉넉하게 품어주는 ‘큰 어른’이셨다”고 이야기한다.

박용곤 명예회장은 1951년 1월 해군에 자원입대해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도 했다. 통신병으로 비밀훈련을 받고 암호취급 부서에 배치돼 해군 함정을 타고 함경북도 청진 앞바다까지 북진하는 작전에 참여했다. 조용한 성품에 이런 공적은 뒤늦게 알려져 2014년 5월 6·25전쟁 참전용사 국가유공자 증서를 받았다.

또한, 박용곤 명예회장은 인화와 인재를 중요시했다. 박용곤 명예회장은 “‘인화’란 ‘공평’이 전제돼야 하고, ‘공평’이란 획일적 대우가 아닌 능력과 업적에 따라 신상필벌이 행해지는 것”이라며 “인화로 뭉쳐 개개인의 능력을 집약할 때 자기실현의 발판이 마련되고, 여기에서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원이 일생을 걸어도 후회 없는 직장이 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가졌던 박용곤 명예회장은 “인재가 두산의 미래를 만드는 힘”이라고 늘 강조했다.

박용곤 명예회장은 두산그룹 회장 재임 시절 국내 기업 처음으로 연봉제를 도입하고 대단위 팀제를 시행하는 등 선진적인 경영을 적극 도입했다. 1994년에는 직원들에게 유럽 배낭여행 기회를 제공했고, 1996년에는 토요 격주휴무 제도를 시작했다. 또 여름휴가와 별도의 리프레시 휴가를 실시하기도 했다.

앞서 동양맥주에 재직 중이던 1964년에는 당시 국내 기업에서는 생소하던 조사과라는 참모 조직을 신설해 회사 전반에 걸친 전략 수립, 예산 편성, 조사 업무 등을 수행하며 현대적 경영체계를 세우기 시작했다.


박용곤 명예회장은 혁신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중에서도 창업 100주년을 한 해 앞둔 1995년의 혁신이 대표적인 예다. 경영위기 타개를 위해 당시 주력이던 식음료 비중을 낮추면서 유사업종을 통폐합하는 조치를 단행, 33개에 이르던 계열사 수를 20개 사로 재편했다. 이어 당시 두산의 대표사업이었던 OB맥주 매각을 추진하는 등 획기적인 체질 개선작업을 주도해 나갔다.

이런 선제 조치에 힘입어 두산은 2000년대 한국중공업, 대우종합기계, 미국 밥캣 등을 인수하면서 소비재 기업을 넘어 산업재 중심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한편 유족으로는 아들 정원(두산그룹 회장), 지원(두산중공업 회장), 딸 혜원(두산매거진 부회장) 씨 등 2남 1녀가 있다. 빈소는 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지며,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발인과 영결식은 7일이며, 장지는 경기 광주시 탄벌동 선영이다.

동아닷컴 온라인뉴스팀 star@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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