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름아 부탁해’ 이채영 “이왕 악역 하는 거 최고가 돼야죠”

입력 2019-10-2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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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일드라마 ‘여름아 부탁해’ 마친 배우 이채영

나만의 악녀 영역 구축하고 싶어
시청자가 욕하면 연기 잘하는 것
모성애 자극하는 캐릭터 도전 꿈

‘악녀 전문’. 어쩌면 여배우들이 싫어하는 타이틀 중 하나다. 강렬한 인상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데 최고의 효과가 있지만, 거듭된 악역 연기로 자칫 이미지가 굳어지거나 시청자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악녀 캐릭터’ 외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과 만나고 싶은 건 연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심이기도 하다.

이채영(33)도 같은 고민을 했다. 20대에는 ‘악녀’ 이미지가 굳혀질까 걱정되고 한편으로는 섭섭하기까지 했다. 25일 종영한 KBS 1TV 일일드라마 ‘여름아 부탁해’에서도 그는 온갖 악행을 일삼아 시청자들에게 미움을 한 몸에 받았다. 한마디로 여성들에게 ‘공공의 적’이었다.

드라마가 끝나기 이틀 전인 23일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동아 편집국에서 만난 그는 악녀의 단점과 한계를 초월한 듯(?) 먼저 호탕하게 웃었다.

“왜 고민이 없었겠어요. 이왕 하는 거 열심히 공부해서 악역 분야의 최고가 되려고요. 악역은 드라마의 극적인 재미를 위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잖아요. 그렇다면 저만이 할 수 있는 악역의 영역을 구축하고 싶어요. 자신 있어요!”


4월29일 첫 방송을 시작해 6개월 동안 방송하는 내내 시청률(최고 25.2%·닐슨코리아)이 높아질수록 그에 대한 비난과 원성은 커져만 갔다. 그럴수록 시청률은 정비례로 올랐다.

이채영의 악녀 연기가 빛을 발해서 일까. 악플이 수없이 쏟아져 오히려 주위에서 그를 걱정할 정도다. 그러나 그는 여유가 넘쳤다.

“세상에 절대악도, 절대선도 없잖아요. 어떻게 하면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죠. 오로지 연기에만 집중했어요. 시청자가 저에게 욕을 퍼부으며 ‘부들부들’ 떨면 더 좋은 거죠. 연기를 잘한다는 거잖아요. 노하우는 아니지만 흥미를 갖고 (악역을)공부하고 즐기는 방식을 찾은 것 같아요. 하하하!”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이채영의 ‘생각의 변화’는 시청자가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연기자의 역할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에서 출발했다. 생각하는 것보다 맡은 출연작이 현저히 적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감정 표출을 제대로 했을 때 시청자와 소통이 제대로 됐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착한 캐릭터와 나쁜 캐릭터를 구분 짓는 것은 아니에요. 제 욕심 때문에 자신 없는 역할을 무리하게 선택하지 않겠다는 것이에요. 저를 봐주는 사람이 있기에 최고의 위치는 아니지만(웃음) 긴 공백 없이 연기하고 있어요. 잘 하는 부분을 더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마음이에요.”


이채영은 2007년 드라마 ‘마녀유희’로 데뷔해 10편 이상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하나의 모습에 머물러있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그리고 내일을 기다린다. “성장은 했지만 성숙하지 못하다”는 그는 “조각이 깎이고 깎여 예술품이 되는 것처럼 앞으로 더 풍파를 겪으면서 정교하게 다듬어져 완성된 제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연기자로 살아가는 길은 장기 마라톤과 같아요. 여배우 반열에 들어서도 부끄럽지 않도록 경험을 많이 쌓아 모성애를 자극하는 캐릭터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일터에서도 한시도 쉬지 않고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안식처는 역시 집이다. 2009년부터 독립해 살고 있는 그는 최근 이사했다. 때마침 드라마가 끝나면서 야경을 바라보며 맥주 한 캔 마시는 낙을 즐기고 있다.

“일이 없을 때는 가능하면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려고 해요. 촬영 중에는 주로 바깥에서 식사를 해결해 집에 있을 때에는 최대한 만들어 먹는 편이에요. 반찬 만들거나 집안 곳곳 인테리어하고, 동네 도서관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보내면 제가 살아 있다는 걸 느끼죠.”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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