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과 믿음, ‘정상급 유격수’ 하주석을 만들었다

입력 2018-08-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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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하주석. 스포츠동아DB

올 시즌 한화 이글스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는 하주석(24)이다. ‘뜨겁다’는 의미가 좋든 나쁘든, 이슈의 중심에는 늘 그가 있었다. 전반기 86경기에 꾸준히 출장하면서도 타율 0.229(288타수 66안타)로 부진했던 탓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풀타임 첫해인 2016시즌 115경기 타율 0.279, 10홈런, 57타점, 2017시즌 111경기 타율 0.285, 11홈런, 52타점으로 기본적인 몫을 해냈기에 기대 이하 타격 부진을 팬들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나 팀 내부에서 하주석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랐다. 수비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뤄낸 하주석이 1군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하주석이 수비로 팀에 엄청난 도움을 주고 있다”고 그를 감싸 안았다.

11일까지 하주석은 KBO리그 유격수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12개의 실책을 기록 중이지만, 어려운 타구를 걷어내는 순발력과 빠른 타구에 대처하는 안정감만큼은 몰라보게 향상했다.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출전해 일본대표팀 유격수 겐다 소스케(세이부)의 수비 동작을 보며 영감을 얻었고, 이를 자신의 플레이에 접목한 것도 발전에 한몫했다. 글러브를 최대한 낮은 위치에 두고 예기치 못한 바운드에 대한 변수를 줄였는데, 그게 적중했다. 낮고 빠른 타구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올 시즌 하주석과 만날 때마다 “수비라도 잘해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들었다. 허투루 내뱉은 말이 아니다. ‘좋은 유격수’의 핵심은 수비다. 하주석은 “투수에게 믿음을 주는 것”을 좋은 유격수의 가치로 꼽았다. 이는 내야수비의 중심인 유격수의 역할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격수에게 제1의 가치인 수비만 놓고 보면 하주석은 ‘리그 정상급 유격수’란 말을 듣기에 손색이 없다. KBO리그 유격수 가운데 오지환(LG·940.2이닝)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857.2이닝을 소화한 것은 그의 꾸준함을 보여준 한 단면이다. 2할대 초반의 타율에 수비까지 불안했다면, 지금처럼 꾸준히 1군에서 버티긴 어려웠을 터다.

기다림은 통한다. 하주석은 8월 9경기에서 8연속경기 안타 행진을 이어가며 타율 0.467(30타수14안타)의 고감도 타격을 자랑하고 있다. 11일에는 결승 2루타까지 쳐냈다. 모두가 기대했던 공수겸장 유격수로 돌아올 채비를 마친 것이다.

한 감독은 부진에 빠진 하주석을 믿고 기다렸다. 하주석은 조용히 칼을 갈았다. 이따금씩 좋은 타구가 나와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더 잘하겠다”고만 했다. 그 기다림이 통했다. 한 감독은 “스트레스가 심했을 텐데, 예민함을 버리니 타격 성적도 올랐다”고 칭찬했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속설을 증명한 긍정적인 사례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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