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김여진 “황정민·세익스피어…20년 전 꿈 이뤘어요”

입력 2018-01-26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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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에 나에게 돌아가 ‘너 꿈 이뤘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배우 김여진이 6년 만에 무대로 복귀한다. ‘버자이너 모놀로그’ 이후 오랜만에 무대 작품이긴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 복귀작 ‘리차드 3세’는 조금 특별하다. 이유는 황정민과 세익스피어였다.

“20년 전에 황정민 선배의 ‘지하철 1호선’을 보고 ‘나중에 저 사람과 꼭 연기를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드디어! 그 소원을 이루게 됐죠. 또 제 첫 세익스피어 작품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이라니. 정말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바람을 한 번에 다 이뤘어요. 참 신기하기도 하고…. 풋내기 시절의 나에게 ‘조금만 힘내, 너 하고 싶은 거 이뤄진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웃음)”

2월 5일부터 3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리차드 3세’에서 김여진은 엘리자베스 여왕 역을 맡았다. 간만에 연극 연습을 하려니 몸이 덜 적응한 기분도 들지만 공연하는 날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김여진이 맡은 ‘엘리자베스 여왕’은 에드워드 4세의 여왕이자 희대의 악인 리차드 3세와 대립구도를 이루지만 결국 자신의 자녀까지 빼앗기는 인물. 그는 “비록 15세기에 일어난 일이라 할지라도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일어난 일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라고 하면서 한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로서 느끼는 감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대본 리딩할 때부터 눈물이 쏟아져요. 솔직히 말해 이 감정에 너무 들어갈까 두렵기도 했어요. 외면하고 싶은 감정이죠. 내 아이를 잃는 다는 건 정말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일 거예요. TV 다큐멘터리에서 아픈 아이들만 봐도 눈물이 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저희의 연기를 보면서 관객들이 감정의 진폭을 크게 느끼실 거란 생각이 들어요. 드라마와 영화와는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


이번 ‘리차드 3세’는 원캐스팅이다. 심지어 ‘언더스터디’(메인 배우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대신 투입되는 배우)도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은 상황. 이에 배우에게는 큰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에 김여진은 “체력이 관건이다. 다리가 삐끗해도 안 된다. 다들 목에 목도리를 칭칭 감고 다니고 운동도 하고 몸에 좋다는 것도 먹고 난리도 아니다”라며 “술 좋아하는 황정민 오빠는 이 연극 때문에 지금 금주 중이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황정민의 연습량에 놀라웠다고도 말했다.

“진짜 ‘연습벌레’가 맞더라고요. 제일 먼저 연습실에 나와 있고 제일 늦게 나가요. 처음에는 후배들이 눈치보고 빨리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이제는 그러려니 해요.(웃음) 정민이 오빠처럼 하루에 16시간씩 연습하면 저흰 공연도 하기 전에 쓰러질 걸요. 아무래도 오빠는 타이틀롤이고 무대에서 퇴장하는 일이 거의 없어서 더 그럴 거예요. 게다가 몸이 뒤틀린 상태로 연기를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늘 구부정하게 있어요. 다른 사람들이 그러다 정말 큰일 난다고 해도 그 상태로 7~8시간 정도를 있는 것 같아요. 진짜 대단하죠.”

김여진은 ‘리차드 3세’를 연습하며 “야단맞는 거 아닌데 야단맞는 기분이 든다”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기도 했지만 서재형 연출가의 스타일이 그간 만났던 연출가와는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리딩을 굉장히 철저히 하는 연출가”라며 “어투와 어미 등 사소한 것까지 다 보시고는 조금씩 고쳐주신다. 각색이 워낙 잘 되기도 했지만 서 연출가의 지시에 변화를 주면 느낌이 달라진다. 숨 한 번 쉬고, 안 쉬고 등까지도 섬세하게 연출을 하고 계신다”라고 말했다.

“20년을 연기자로 살면, 이 연출가가 어떤 식으로 연출을 하는지 대부분 감이 와요. 그런데 서 연출가는 다르더라고요. 굉장히 어렵게 하시는 분이에요. 그래서 저는 신선해서 좋았고 다시 한 번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직업은 늘 도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배우들은 모두 새로운 것들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죠. 그런데 ‘리차드 3세’가 딱 그런 작품인 것 같아요. 이건 노력 안 해도 새로워요. 하하.”


세익스피어 작품은 언제나 스크린, 연극, 뮤지컬 등을 통해 다시 탄생된다. 현대적으로 재탄생되는 경우도 있고 고전적인 모습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수 세기가 지나도 이처럼 사랑 받는 작품은 또 없겠지만, 반대로 식상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김여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전은 원재료인 것 같다. 현대까지 나오는 수많은 작품이 고전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 구조, 감정 등을 가지고 탄생한 새로운 것이기에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얼마나 센 이야기 많아요? 그래서 고전을 보면 다소 밋밋한 느낌이 들어서 재미가 없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일상으로 봤던 사람들의 감정, 변화 등을 고전으로 통해 신화적인, 다른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흥미롭지 않을까요? 동 떨어져 있는 비극이라고 할까. 판타지적인 느낌도 들고. 그래서 이 잔혹한 비극은 마음 놓고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차기작을 물어보자 김여진은 “아직 결정 난 것은 없다. 회사로 제안 들어온 것은 있는 걸로 아는데 연극 준비에 바빠 아무것도 보지를 못했다”라며 “많이 써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좋은 작품이 있다면 언제든 연기하고 싶죠. 연극도 최소한 2년에 한 번씩은 서고 싶은데 그게 제 마음대로 되나요? 연기자는 선택 받는 직업이니까요. 욕심이 있다면, 삶과 일에 균형점을 맞추면서 일을 하는 거예요. 일도, 가족도 제겐 다 소중하니까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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