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리뷰] 조민기 심경 “7년 근무했는데…남는 게 성추행 의혹” (종합)

입력 2018-02-21 19: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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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기 심경 “7년 근무했는데…남는 게 성추행 의혹”

배우 조민기(본명 조병기)가 직접 심경을 밝혔다.

21일 방송된 채널A ‘뉴스TOP10’에서는 청주대학교(이하 청주대) 여학생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배우 조민기의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민기의 육성 심경이 공개됐다.

조민기는 방송을 통해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내가 팔자에도 없는 교수한답시고 앉아 있으면서 1학기 때부터 시작해서 2학기 때까지 오는 게…. ‘아, 이제는 나 하나 다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가족까지 다치겠다’ 싶어 진술서를 쓰면서 1차 사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수한답시고 그나마 스케줄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고, 그런 과정을 다 겪으면서 7년을 근무했는데, 남는 게 이거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교수라는 명예보다 내 모교고, 내 후배들이고, 그래서 와 있는 건데, 그런 학교에서 그런 음해가 계속되면 난 있을 이유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음해라던 조민기는 돌연 입장을 바꾸는 분위기다. 이날 소속사를 통해 방영 예정인 드라마에서 하차하고 경찰 조사 등에 임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

조민기의 소속사 윌엔터테인먼트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조민기에 대한 성추행 관련 증언들에 대해 소속사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이에 소속사 차원에서 이뤄지는 확인을 넘어 더욱 명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 조민기는 앞으로 진행될 경찰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은 하차하기로 결정했다. 불미스러운 일로 많은 분 들에게 불편함을 드린 점 사과한다”고 전했다.

논란에 대한 사과에서 조민기를 향한 대중의 따가운 시선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그가 하루 전인 ‘뉴스룸’을 통해 인터뷰한 내용이 논란이 가중시키고 있다. 조민기는 “가슴으로 연기하라고 손으로 툭 친 걸 가슴을 만졌다고 진술을 한 애들이 있더라”며 “노래방 끝난 다음에 ‘얘들아 수고했다’ 안아줬다. 나는 격려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그의 인터뷰를 참을 수 없었던 청주대 연극학과 졸업생이자 연극배우 송하늘은 자신의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그는 20일 밤 SNS 계정을 통해 “잊고 지내려 애썼지만, 조민기 교수가 억울하다며 내놓은 공식입장을 듣고 분노를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나와 친구들, 그리고 수많은 학교 선·후배가 지난 수년간 겪어내야만 했던 모든 일들은 ‘피해자 없이 떠도는 루머’가 아니며 ‘불특정 세력의 음모로 조작된 일’도 아니다. 나는 격려와 추행도 구분하지 못하는 바보가 아니다. 나와 친구들, 그리고 선·후배들이 당했던 일은 명백한 성추행이었다. 나서기 너무 두려웠고 지금 이 순간에도 두렵지만 이 논란이 잠잠해지면 어디에선가 또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처럼 두려워하며 지낼 거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서 글을 적는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조민기 교수는 예술대학 캠퍼스 근처에 오피스텔을 가지고 있었다. 일주일에 몇 번 씩 청주에 수업하러 오는 날 밤이면 오피스텔로 여학생들을 불렀다. 워크샵이나 오디션, 연기에 관한 일로 상의를 하자는 교수의 부름을 거절 할 수 없었던 어린 학생들은 조민기 교수의 오피스텔에 불려가 술을 마셨다. ‘안 가면 되지 않느냐’, ‘피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만 가지 않으면 올 때까지 전화를 하거나, 선배를 통해 연락을 하거나, 함께 있는 친구에게 연락을 해왔기에 결국은 그 자리에 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혼자 그 자리에 가지 않기 위해 학우들에게 연락해 동행하곤 했다. 친구와 같이 그 자리에 가는 것, 혼자 가지 않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학교게시판 등에도 추가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학교 측은 그를 의원면직했다. 청주대 이사회 기록에 따르면 조민기는 지난 13일 열린 청주대 이사회 결정에 따라 28일자로 의원면직 처리된다. 이는 지난해 12월 열린 이사회 안건에 따른 결과다. 당시 이사회에서는 “2017년 10월 교육부로부터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교원의 학생 성추행 신고에 대한 민원 이첩으로 양성평등위원회를 개최하여 조사한 결과 그 내용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징계혐의자의 행위가 청주대학교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처리에 관한 규정 제2조 1항의 성희롱에 해당하고 피해 학생이 처벌을 강하게 원하고 있으며, 본교 인사규정 제44조 3호 ‘학교의 내외를 불문하고 교원으로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므로 엄중한 징계를 요구한다”는 내용으로 조민기의 징계 심사를 진행했다. 이후 조민기는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지만, 학교 측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청주대는 이번 이사회를 통해 그의 사표를 수리했다.

아울러 수사기관도 이번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내사를 시작했다. 충북지방경찰청 측은 동아닷컴에 “조민기의 청주대 여대생 성추행 의혹을 내사 중이다. 온라인에 게재된 내용과 자료 등을 파악하고 있다.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라는 점에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관련 사실에 대해 아직 정확성을 파악하지 않은 만큼 학교 측 자료를 참고하고 필요하다면 참고인 조사도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갈 수 있는 상황을 우리 역시 고민하고 있다”며 “현재 이 문제와 관련해 고소 등 수사기관에 직접 피해 사실을 알린 피해자는 없다. 따라서 최대한 억울한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성추행 의혹의 진위를 떠나 교수직은 물론 배우로서 치명적인 이미지 타격을 입게 된 조민기다. 과연 이번 일이 그가 처음 주장한 ‘음해’일지, 아니면 소름끼치는 진실일지 경찰 조사를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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