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중한 하루”…배우이자 엄마 강혜정이 사는 법

입력 2017-03-01 17: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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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혜정의 이미지는 결혼 전후로 극명하게 나뉜다. 결혼 전 강혜정의 곁에는 영화 ‘올드보이’ ‘연애의 목적’ ‘웰컴 투 동막골’ 등 대표작들이 함께했다. 극 중 캐릭터의 색채가 워낙 독특하고 뚜렷했기에 대중이 보는 강혜정 또한 낯선, 배우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현재의 강혜정은 한결 친근하다. ‘타블로 아내’ ‘하루 엄마’ 등으로 불린다. 단 1년 출연한 KBS2 육아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영향이다.

2009년 초 타블로와 공개 연애를 시작한 강혜정은 그해 9월 결혼을 깜짝 발표했고 이듬해 딸 하루를 품에 안았다. 결혼 이후에도 작품 활동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무척 드문드문 이어졌다. 가장 최근 드라마, 영화, 연극 모두 2014년 연말 혹은 2015년 연초에 머물러있었다. 2월 22일 개봉한 ‘루시드 드림’은 강혜정이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2014) 이후 오랜만에 선보인 영화다.

강혜정이 ‘루시드 드림’에서 연기한 정신과 의사 소현은 주인공도 아니고 사건의 중심에 선 인물도 아니다. 다분히 조력자에 가까운 캐릭터다. 배우 스스로도 “분량이 적었다”고 밝혔을 정도. 드문 스크린 나들이에 주연 욕심을 부릴 법한데도 강혜정이 ‘루시드 드림’을 택한 이유는 뭘까.


Q. ‘루시드 드림’에 어떻게 출연했나요.

A. 시나리오가 좋았어요. 소재도 특별했고 감독님의 확고한 신념에 출연을 결정했죠.


Q. 비중이나 분량은 문제되지 않았나요.

A. 시나리오에서는 더 적었어요(웃음).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분량을 써주신 것 같아요. 비중은 예나 지금이나 저에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에요. 비중은 부질없는 싸움이라고 생각해요. 큰 의미가 없죠. 내가 이 캐릭터를 얼마나 잘 연기할 수 있느냐가 기준이에요.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게 더 중요하죠.


Q. 박사 캐릭터를 위해 특별한 준비한 부분이 있나요.

A. 아무래도 ‘루시드 드림’의 개념을 설명하고 소개하는 역할이다보니 스스로 이해한 상태여야겠다 싶었어요. 감독님이 주신 ‘루시드 드림’ 관련 자료로 많이 공부했죠. 직접 찾아보기도 하고요. 연기적으로는 캐릭터가 들떠있지 않게 보이려고 신경 썼어요.


Q. 김준성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요.

A. 상업영화 첫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은 것은 거의 없었어요. 감독님의 확신을 믿고 간 부분이 많았죠. 사실 책으로 보면 CG가 어떻게 그려질지 막연해요. 분명한 그림이 있지 않고는 어떻게 현실화될지 예측하기 힘들잖아요. 예산 문제가 있었을 텐데 완성도 있게 나온 것 같아요.


Q. 완성본에 대한 만족도는요.

A. 저도 언론시사회 때 처음 봤는데 재밌더라고요. 생각보다 오락적인 면이 많은 영화더라고요. 부성애가 무겁게 다가올 수도 있고 관객을 지치게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었어요.


Q. 원래 SF 영화에 관심이 많나요.

A. ‘닥터 스트레인지’ ‘신비한 동물사전’ 이런 작품을 좋아해요. 남편도 SF 장르를 좋아해요. 남편이 ‘루시드 드림’ VIP 시사회에서 재밌게 봤대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CG가 가능하구나’ ‘잘했다. 잘 봤다’라고 하더라고요.



Q. 작품으로는 참 오랜만이에요.

A. 많이 하면 물론 좋겠죠. 하지만 작품을 많이 하는 것만큼 엄마의 손을 타는 아이를 키우는 것도 저에겐 중요했어요. 지금도 어리지만 그때는 하루가 더 많이 어렸잖아요. 되돌릴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죠. 하루도 이제 8살이에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답니다. 많이 컸죠?


Q. 부모님 품에서 큰 사회로 나아가는 시기죠. 아이가 엄마 아빠보다 친구를 찾을 때 서운함을 느끼는 부모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A. 없잖아 있어요(웃음). 아주 가끔은 질투나기도 해요. ‘계속 내 품에 계속 안겨 있었으면 좋겠다’ 싶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엄마 아빠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상처와 용기 같은 것은 한정적이에요. 사회생활, 단체생활에서 혹은 개인 관계에서 받은 상처, 용서, 즐거움의 의미는 집에서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하루도 이제는 세상의 친구가 더 많아요. 관계 속에서 앞으로 이기고 극복하고 보듬어가겠죠.


Q. 하루도 많이 컸으니 엄마의 직업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겠군요.

A. 아이 때에는 부정했는데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때부터 엄마에 대한 ‘리스펙’이 생겼어요. 이레가 큰 역할을 했죠.

예전에 제가 애니메이션 ‘빨간 모자의 진실’ 더빙을 한 적 있잖아요. 하루가 저보고 계속 해보래요. 누가 흉내를 내보라고 해도 자존심이 있어서 거절하는데 딸이 하라니까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하루가 ‘잘한다’고 칭찬해주면 또 기뻐요.


Q. 아이에게 잘 맞추는 육아 노하우가 따로 있을까요.

A. 아니요. 그 분(하루)이 제 눈높이를 맞춰주시는 것 같아요. 제가 감사해야죠(웃음). 아이에게 맞춰서 살 수밖에 없어요.


Q. 셋이서 영화도 자주 보나요.

A. 엄마가 영화를 하고 아빠도 영화광이면 아이가 극장을 갈 법도 하잖아요. 그런데 하루가 영화관에 가면 서라운드 스피커 때문에 힘들어하더라고요. 소리가 큰데다 조절할 수 없으니까요. ‘겨울왕국’은 상영 중간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했어요. ‘인사이드 아웃’ 때는 시작 전에 나오는 디즈니 단편 영상이 아이의 눈에서는 잔인하게 보였는지 무서워하더라고요. 그런데 희한하게 콘서트는 가요. 좋아하더라고요.



Q. 육아도 큰 기쁨이지만 본업인 연기 활동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요. 한국 사회에서는 출산과 육아가 ‘경력 단절’로 이어지기도 하니까요.

A. 개인이 성향 차이겠지만 저는 아쉽지 않고 좋아요. 할 수 있다면 아이만 키우면서 살고 싶어요. 하지만 아이의 삶고 있고 제 삶도 있으니까 ‘루시드 드림’처럼 작품을 하는 거죠. 현재로서는 연기도 놓지 말아야 할 인생의 파트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분발하긴 해야겠죠.


Q. 배우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고민이 많은 시점이네요.

A. 어려워요. 어느 방향으로 뻗쳐나갈지가 참 고민이에요. 이건 A 혹은 B의 선택이 아니라 그 앞의 C를 바라보고 가야할 수도 있잖아요. 고민을 지속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나이이기도 하고요.

일에 대한 열망과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열망을 잘 조절해야할 것 같아요.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저에게 주어지는 시간적 여유가 많아지니까 그 시간동안 좀 더 고민해 보려고요. 일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의 문제니까요. 제가 가고 싶은 지점이 어디인지를 찾고 있어요.


Q. 올해 특별한 계획이 있나요. 드라마로 복귀한다든가.

A. 무언가를 또 해야겠죠. 그게 뭐든지 간에 잘 해내야하고요. 아직까지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 오가는 건 없어요. 다만, 배우마다 자신만의 결계가 있는데 어떤 연기 톤, 레벨 등은 열어놓고 생각하려고요. 결계를 경계하려고 해요.

장르도 매체도 다 열어놓고 있어요. 예능에는 자신이 없어요. 예능은 임기응변에 강하거나 순발력에 좋은 분들이 해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에게는 그런 역량이 없는 것 같아요. 미련하게 ‘영화만 하겠다’는 마음은 없어요. EBS부터 기독교 방송까지 다 열어놓고 있답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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