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토크②] 김원해 “배우로서 세월호 참사에 진 빚 꼭 갚을 수 있길”

입력 2017-05-17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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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토크②] 김원해 “배우로서 세월호 참사에 진 빚 꼭 갚을 수 있길”

배우 김원해는 최근 KBS2 수목드라마 ‘김과장’과 JTBC 금토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전혀 다른 성향의 연기를 펼쳐 ‘신 스틸러’의 이름값을 해냈다. 여기에 영화 ‘아수라’에서도 약물 중독자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 내며 그가 반드시 코믹 연기에만 활용할 수 있는 배우가 아님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아직 김원해는 대중에게 보여줄 것이 많다. “내 보따리에는 더 많은 것이 남아있다. 벌써 다 풀어서 보여주면 안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그다.

“제가 학교에서 공부할 때만 해도 배우 될 사람을 한정해 놨어요. ‘인물이 조금 반반하면 탤런트 하면 되겠다’는 말을 하잖아요? 결국 그렇게 생기지 않은 사람은 배우의 꿈을 포기해라는 이야기죠. 실제로 잘 생기고 예쁜 사람에게만 연기를 가르쳐주는 시절도 있었고요.”

그러나 지금은 아주 조금이나마 이런 ‘외모 지상주의’가 약화된 것이 사실이다. ‘생활연기’라는 말과 더불어 ‘발연기’라는 반대의 의미를 지닌 신조어가 탄생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시절이 변하면서 검열이 완화되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리얼리티가 중요시 되는 시점이 있었어요. 좀 더 다양하고 일상적인 연기가 각광받게 되면서 겉모습보다는 진정성 있는 연기가 더 사랑받는 패러다임이 만들어 지게 됐죠. 그 덕에 예전 같으면 배우로 활동 못 했을 사람들이 영화, 드라마에 많이 진출하게 됐죠. 덕분에 우리 문화도 많이 발전했고요. 역시 문화가 융성하려면 간섭을 안해야 한다니까요?”


그의 말대로 지금은 겉모습보다 얼마나 연기를 잘 하는지, 얼마나 실생활에 가까운 표현을 하는지가 중요한 세상이 됐다. 그래서 이런 시절이 오기 전 김원해 역시 자신의 외모에 적잖은 고민을 했었다고.

“정말 일이 안 풀릴 때는 잘 생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개성적인 얼굴도 아니라서 저를 찾지 않는 건가 싶었어요. 이런 고민을 할 때 활동했던 사람들은 정말 잘 생기거나 개성 있는 얼굴들이었거든요. 그런데 결국 이렇게 생긴 얼굴도 다양성 측면에서 쓰일 수 있구나 싶어요. 평범한 얼굴이니까 못생긴 역할을 하면 못생겨 보이고 잘생긴 역할을 하면 나름 괜찮아 보이는 것 같더라고요?”

실제로 그의 평범한 얼굴(?)은 최근 드라마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김원해는 ‘김과장’에서는 자녀들을 유학 보내고 외롭게 살아가는 기러기 아빠를 표현했고 ‘힘쎈여자 도봉순’에서는 여성스러운 말투와 행동을 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도봉순’ 속 오돌뼈 캐릭터는 정말 의상과 메이크업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PD님하고 의상, 메이크업 팀과 상의를 정말 많이 했어요. 그래도 저도 그렇게 꾸며놓으니 좀 괜찮아 보이더라고요. 처음에는 그 역할을 맡게 됐을 때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괜히 성 소수자들을 희화화 하는 건 아닐까 하고요. 그랬는데 홍석천에게서 고맙다고 전화가 왔어요. ‘지금을 옳고 그름을 따질 때가 아니라 드러나는 게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시청자들은 그저 재밌어 하며 지켜본 ‘도봉순’ 속 연기에도 김원해의 고민이 녹아있다. 배우란 자신을 표현하는 직업인 동시에 불특정 다수에게 굉장한 영향을 끼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배우로서 지금의 세상에 대한 일종의 채무 의식이 있어요.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빚은 10년 동안 연극 ‘짬뽕’을 하면서 조금씩 갚아지는 것 같은데 새로운 빚이 생겼어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빚이요. 그 나이대 아이들을 키우는 학부형으로서 마음이 무거워서 이 빚도 갚고 싶은데 방법이 없네요.”

“배우는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을 자기 의지로 못하는 사람들이에요. 누군가 극본을 써주지 않으면 그걸 표현할 수 없으니까요. 그럴 때는 ‘내가 예술 한답시고 위선의 탈을 쓰고 있는 거 아닌가’ 싶어요. 그래도 결국은 신념으로 배우를 하는 수밖에 없어요. 뛰어들면 죽을 걸 알면서도 결국엔 뛰어들고 마는 불나방 처럼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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