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예지는 왜 ‘아낙수나문’에 빙의했나

입력 2017-05-31 17: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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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 사진=페이브엔터테인먼트

‘언프리티 랩스타2’의 히로인 예지가 ‘미친개’보다 더 솔직하고 더 강력한 싱글 ‘아낙수나문 (Anck Su Namum)’으로 돌아왔다.

5월 24일 발매된 ‘아낙수나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시 가사다. ‘아낙수나문’에는 화끈함을 넘어 과격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공격적인 가사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일례로 ‘아낙수나문’에 등장하는 ‘아바다케다브라’는 예지에 설명에 따르면 ‘널 죽여버리겠다. 죽어라’라는 의미의 저주의 주문이다.

물론 예지가 아무 이유 없이 이런 공격적인 가사를 써내려간 건 아니다. 예지가 밝힌 ‘아낙수나문’의 탄생 스토리는 ‘과연 그럴만하다’라고 납득할만한 이유가 담겨있었다.

일단 ‘아낙수나문’은 처음부터 신곡으로 준비하던 곡이 아니었다. 당초 예지는 상대적으로 대중적이고 밝은 곡을 발표하고자 준비 중이었다.

예지는 “솔로 1년만인데, 원래 대중적인 노래를 준비를 했다. 그런데 그 노래가 아무리해도 가사가 안 나오더라. 사실 ‘겨울보다 쌀쌀해진 너’ 그런 느낌으로 겨울 발매를 목표로 준비했었다. 훅이 잘 나와서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그 노래를 준비하면서 느낀 게 그때 그때 감정이 아니면 가사가 안나온다는 것이었다. 가사를 딱 네 마디 썼는데 너무 가짜 같더라”라고 입을 열었다.

예지, 사진=페이브엔터테인먼트


이어 그녀는 “‘미친개’때도 그랬고, 사람들이 공감했던 게 분명 나의 진실 된 감정을 느껴서 였을 건데, 나의 이야기를 가지고 나와야 다른 분들도 공감을 할 거 같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뭘까 하다가 ‘아낙수나문’이 나왔다”라고 ‘아낙수나문’이 탄생한 계기를 밝혔다.

예지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아낙수나문’의 주제는 헤이터에 대해 외치는 말들이다.

예지는 “처음 발단은 악플에 대한 대답을 달다가 였는데 (‘아낙수나문’은)악플이라기보다 헤이터들에게 하는 얘기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하는 대답인데, 꼭 악플은 아니고 어딜 가나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지 않나. 그런데 내 앞에서는 아무 말을 못하면서 뒤에서 ‘정이 없다’, ‘잘 됐다고 쌩 깔 거 같다’고 하는 그런 상황에 대한 나의 대답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예지는 “나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나를 싫어하는 건 뭐라고 못한다. 다만, 내 앞에서 물어봤으면 대답을 해줬을 거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오해를 풀었을 건데 앞에서 못하고 뒤에서 하더라. 그렇다고 내가 찾아가서 가서 해명할 일은 또 아니다. 이 노래에 찔리는 사람이 꽤 있을 거 같다. 나도 이런 상황에 대한 대답을 한번쯤 하고 싶었는데 할 이유도 기회도 없어서 안했지만, 지금쯤 할 때가 돼서 했다”라고 말했다.

물론 ‘아낙수나문’이 무작정 누군가를 욕하기 위해 만든 곡은 아니다.

앞서 ‘아바다케다브라’가 죽음을 부르는 주문이라고 했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레파오’는 부활의 주문이다.

예지는 “죽음을 주고 다시 환생을 시키는, 다시 태어나게 만들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런 재미를 위해 주문을 가사에 넣었다”라고 스토리적인 재미를 위해 과격한 의미의 단어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또 3절부터는 말하는 대상도 다르다.

예지는 “1, 2절은 그런 내용이고, 3절은 꼭 헤이터에게만 하는 얘기가 아니다. 3절은 가까운 팬들에게도 하지 못한 얘기다. 이런 내용들을 무겁기만 한 주제여서 내가 4살 때부터 춤을 춰서 지금 24살이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한번쯤은 말해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예지, 사진=페이브엔터테인먼트


그렇다면 왜 ‘아낙수나문’일까. 이란 예지는 악역에서 주제를 찾고자 했다.

예지는 “콘셉트회의 때 말도 안 되는 말을 많이 한다. 아무말 대잔치를 하다가 악역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악역 얘기를 하다가 아낙수나문이 나왔다. 어렸을 때 영화 ‘미이라’ 1, 2를 봤는데 여주인공보다 아낙수나문이 더 기억이 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아낙수나문이 실제 역사에서는 영화와 다르다. 세티와 이모텝, 아낙수나문 모두 다른 세대를 살던 사람들이다. 영화에서 재미를 위해 각색한 거다. 그리고 (영화에서도) 아낙수나문은 악역이었지 악인은 아니었다. 나도 어떻게 보면 방송에 비춰진 모습이 주인공보다 악역에 가깝지 않나 싶었다. 그래서 이런 얘기를 내 얘기로 표현하면 재밌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아낙수나문에 빙의한 이유를 덧붙였다.

사실 ‘언프리티 랩스타2’에서의 ‘미친개’의 임팩트가 컸기에, 또 다시 거친 ‘아낙수나문’을 선보이기엔 부담감이 있을 수도 있고, 사람들이 식상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예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예지는 “‘멘탈 괜찮냐’라고 묻는데 정말 괜찮아서 괜찮다고 한다. 왜 그랬나 생각해보니까 이런 저런 일이 있어서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인생이 불만이냐, 분노조절장애냐 그런 말도 듣는데, 물론 365일 그러면 정신에 이상이 있는 것이겠지만, 나는 나의 권리를 위해 그 정도는 말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얘기는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 게 ‘아낙수나문’이 나온 계기다”라고 말했다.

예지가 말한 ‘이런 저런 일’은 그녀의 인생 전반에 걸쳐 일어난 일을 모두 포함한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그녀의 이런 인격을 형성하는 큰 이유가 됐다.

예지는 “14살 때 춤을 시작 했는데, 내가 강릉 출신이다. 중2 때 홍경민의 백업 댄서로 나간 적이 있다. 그렇게 무대를 하는데, 처음에는 무대에 서는 그 자체가 좋아서 무대 아래를 보지 않았다. 그런데 계속 무대를 하다보니까 관객들 표정이 보이더라. 그걸 보고 이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나를 보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노래연습을 했다. 그걸 싸이월드에서 올렸다가 로엔 연습생 언니가 보고 오디션을 제안해서 16살에 로엔에 들어왔고 지금까지 있는 거다”라고 연예계에 입문한 계기를 밝혔다.

이어 “이렇게 잘하고 예쁜 사람이 많은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조급했는데 데뷔를 하게 됐다. 그리고 아득바득하다가 잘 안되보니까 모든 게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또 그러다보니 나 자신에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던 거 같다. 그래서 난 정말 남에게 관심이 없다. 그래서 그만큼 편할 수밖에 없다. 내가 이 사람을 걱정하든 저 사람을 걱정하든 나만 잘하면 된다. 내가 백날 잘해도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 거 보니까 상황에 최선을 다하자가 인생의 모토가 됐다”라고 지금의 성격의 이유를 밝혔다.

예지, 사진=페이브엔터테인먼트


랩을 쓰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다.

예지는 “2014년 말 정도에 피에스타가 1년의 공백기가 있었는데, 그때 했던 얘기가 ‘우리 총알을 만들어놓자.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총이 오면 다 쏴 죽여버리자’라고 했다. 만약에 총이 쥐어졌는데 총알이 없으면 누구를 탓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랩을 쓰기 시작했다”라며 “내 얘기를 담아보고 싶다는 게 이때쯤이다. 그러다가 ‘언프리티 랩스타’라는 기회가 와서 나가게 됐다. 나가서 잘된다는 보장은 없지 않나. 어떻게 될지 몰랐고 주변에서 많이 말렸다. 내가 랩한 걸 본적도 없고 또 잘 안됐으니까 굳이 나갈 필요가 있냐라고 했는데, 나는 그러니까 잃을게 없으니까 더 나가야지 하는 마음가짐이었다. 그러다보니까 ‘미친개’가 내 독기와 분노가 극에 달했을 때였다. 그다음이 ‘아낙수나문’이다. 잘 되도 안 되도 후회는 안남을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스물 두 살에 ‘미친개’가 나온 건 그때 감정에 솔직한 거고 24살의 ‘아낙수나문’은 또 이시기 감정에 솔직한 거다”라고 말했다.

결론을 내리자면, 예지는 스스로에게 솔직한 가수가 되기 위한 음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말한 ‘겨울송’을 포기한 이유도 스스로에게 솔직하기 위해서이고, ‘아낙수나문’으로 방송 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도 이런 솔직한 마음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대중적인 이별송은 사랑의 이별이 아니라 인간적인 이별이라도 있어야하는데 요새는 너무 평화롭다”라고 웃은 예지는 “가사를 억지로 4마디 썼다고 했는데 진짜 억지로 쓴 거다. 내가 가짜라고 생각하는데, 만약에 잘된다면 계속 가짜로 해야 하나 고민할거고, 안되면 역시 가짜로 하지 말 걸이라고 후회할 거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사적인 부분도 (방송용은)비슷한 의미인데 말하고자하는 정확한 뜻은 아니다. 오해가 있을 까봐 방송은 안하고 대신 뮤직비디오를 찍었다”라고 덧붙였다.

또 예지는 “나는 매사에 생각보다 야망과 욕심이 많지 않다. 작은 목표를 이뤄가면서 만족하면서 사는 편이다. 조금씩 소중한 목표를 이뤄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내 노래에 솔직한 래퍼이자 가수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예지, 사진=페이브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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