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이종석 “연기 고민 多…‘브이아이피’는 슬럼프 돌파구”

[DA:인터뷰] 이종석 “연기 고민 多…‘브이아이피’는 슬럼프 돌파구”

이종석은 현명하다. 모델로 시작해 연기자로 전향한 그는 현재 주가 높은 ‘청춘 배우’ 중 한명이다. 이종석은 시작점부터 성공 가도를 달렸다. ‘검사 프린세스’와 ‘시크릿 가든’으로 경험을 쌓은 그는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드라마 ‘학교 2013’ ‘피노키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지난해 ‘더블유’까지 줄줄이 흥행시켰다. ‘더블유’로는 지난해 MBC 연기대상까지 거머쥐었다. 이 모든 것이 연기 데뷔 6년 만에 이뤄낸 성과였다.

영화에서의 행보는 드라마와 결을 달리 했다. 대중성을 따르기 보다는 실험적이고 도전적이었다. 수영 영화 ‘노브레싱’ 농촌 로맨스 ‘피끓는 청춘’ 등이 그러했다. 메인 역할을 고집하지도 않았다. 일반적으로 작은 역할에서 시작해 원톱으로 성장하지만 이종석은 주연&원톱에서 나아가더니 대선배들과 함께하는 멀티캐스팅을 자처했다. ‘관상’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영화 ‘브이아이피’ 또한 이종석이 걸어온 독특한 길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가장 실험적이기도 하다. 대중이 사랑하는 ‘밀크남’ 이미지를 사이코패스 살인마 캐릭터에 덧입혔다. 위험 부담이 큰 선택이었다.

그러나 직접 만난 이종석은 자신 있는 눈빛이었다. 그는 드라마와 영화의 행보에 왜 차별점을 두었는지, 왜 ‘브이아이피’를 선택했는지 A부터 Z까지 털어놨다. 이유 없는 선택은 없었다. 다시 한 번 느꼈다. 이종석은 정말 ‘현명한’ 배우라는 것을.


Q. ‘브이아이피’를 통해 어떤 평을 듣고 싶나요.

A. 이 영화를 선택하고 연기하면서 바란 건 딱 하나예요. ‘이종석이라는 애가 연기 욕심이 있구나. 연기를 좀 하는 애구나’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청불 영화라서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캐릭터에 대한 평가를 좋게 해주신 분들이 많아서 그걸로 됐어요. 뿌듯하고 감사해요.


Q. ‘브이아이피’에 끌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원래 남자 영화를 좋아하고 동경해요. 남자 영화를 해보고 싶었지만 대중이 보는 제 이미지는 그렇지 않죠. 기회가 있어도 제가 엄두를 못 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바라볼지 모르니까요. ‘브이아이피’를 통해서는 내가 가진 것들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사이코패스라도 조금 다르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Q. 밀크남 이미지를 스크린으로 가져간 것은 상당히 도전적이었어요.

A. 음. 도전보다는, 모험이죠.



Q. 그동안 선한 역할을 많이 했잖아요. 악역을 연기하면서 고충은 없었나요.

A. 악역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분노를 일으켜야 하는데 선한 역할을 많이 해왔다 보니까 제가 본능적으로 ‘순화’시키려고 하더라고요. 대사 톤이나 뉘앙스를 좋게 보이려고 하는 지점이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감독님이 잘 잡아주셔서 샛길로 안 빠졌죠.


Q. 프롤로그 속 살해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A. 그 신이 없었다면 김광일이 연약하고 유약해보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할 수도 있었겠죠. 첫 촬영 때 찍은 장면인데 연기적으로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자극적인 장면이다 보니 촬영할 때 속도 안 좋아지고 멍해지더라고요. 기분이 이상했어요.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그만큼 강렬하게 나온 것 같아요.


Q.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데 부작용은 없었나요.

A. 사실 저도 김광일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진 못했어요. 이해하려고 노력했을 뿐 딥하게 빠질 수 없었죠. 바로 다음 작품(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 들어가서 여운을 길게 가지진 않았어요. 현 시점에는 드라마가 방송될 때 영화의 잔상이 나올까봐 걱정되긴 해요.


Q. 이종석에게 ‘브이아이피’는 어떤 의미의 작품인가요.

A. 돌파구 같은 작품이었어요. 예전에 슬럼프가 심하게 온 적 있어요. 제 기본적인 성향과 성격이 캐릭터와 대립하는 순간이 많았어요. 캐릭터를 묘사해서 보여주긴 하지만 속으로는 괴로웠죠. 자꾸 거짓말 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내가 대단한 연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배우도 아닌데 왜 이렇게 힘이 들까 싶었어요. 그래서 ‘브이아이피’처럼 공감할 수도 없고 공감해서도 안 되는 ‘극과 극의 캐릭터’를 하면 극복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Q. 이제는, 슬럼프를 극복했나요.

A. 극복해가는 중이에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YG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