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이준 “동물의 왕국 발언, 예능이었을 뿐…잊어 달라”

입력 2017-09-05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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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이준 “동물의 왕국 발언, 예능이었을 뿐…잊어 달라”

이준에게선 아이돌 그룹 출신 특유의 ‘튀는’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다. 그가 그룹 엠블랙에서 춤을 췄을 때도, 2014년부터 배우로 전향해 오롯이 연기에 집중하기 시작했을 때도 이준은 이준이었다.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연기를 잘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준 본인은 “감(感)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걱정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데뷔작인 영화 ‘닌자 어쌔신’(2009)을 인생 작품으로 이야기했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잡생각이 들면서 점점 연기를 못하게 되는 느낌이 들어요. 저는 제 출연 작품을 2번 이상 본 적이 없거든요. 많이 아쉽거든요. 그래서 이전보다 조금 더 잘해보자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하죠. 오히려 첫 작품이었던 ‘닌자 어쌔신’ 때 연기가 제일 좋았다고 봐요. 아무것도 모르고 했던 ‘닌자 어쌔신’ 속 연기가 정말 깨끗해 보이거든요.”

이준은 카메라 울렁증이 있음을 고백, “아직도 떨면서 연기한다”고 말했다.

“연극영화를 전공한 게 아니라 연기에 대한 철학을 잘 모릅니다. 앞으로도 모를 수 있어요. 또 제가 카메라 울렁증이 있어서 정말 떨면서 연기를 하죠. 멀리서 저를 잡는 건 괜찮은데 앵글이 다가오면 올수록 떨려 죽겠어요. 제 스태프들에겐 ‘나 연기 하는 거 보지 말라’고 하죠. 시선이 두렵거든요. 평소에 어디선가 ‘찰칵’ 소리만 나도 굉장히 예민해질 때가 있어요. 저는 사생팬도 없고 아무도 저를 신경 쓰지 않는데 괜히 혼자 난리인 거죠. (웃음)”

군입대 전 마지막 작품인 KBS2 주말극 ‘아버지가 이상해’로 인생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호평을 이끌어낸 이준이기에 그의 카메라 울렁증 고백이 이해되지 않았고, 불쑥 “근데 왜 연예인을 하느냐”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버렸다. 이준은 웃음을 터트리며 “음.. 장래 희망이라서?”라고 답했다.

“장래희망이었어요. 어떤 직업이나 일이 되면 힘들잖아요. 어쩌면 제가 지닌 소심한 성격을 깨 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어서 이 일을 계속 하는 거 같아요. 팬들이 주는 편지를 읽다보면 제 연기를 보고 힐링했다는 응원 메시지도 많거든요. ‘이 맛에 하는 구나’ 싶어요.”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연기한 안중희 캐릭터는 발연기로 유명한 아이돌 출신 연기자다. 그는 변한수(김영철) 가족과 얽히면서 가족애를 배워가고 변미영(정소민)과의 사랑을 통해 인간적으로 성숙해지는 인물이다. 안중희는 이준이 만났던 세 번째 연예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준은 “배우 역할만 3번 해봤다. 영화 ‘배우는 배우다’에선 연기 열정이 많은, 영화 ‘럭키’에서는 의욕 없는 배우, ‘아버지가 이상해’에선 아이돌 출신 안하무인 배우”라며 “이번에는 배우라는 특정 직업보다 가족 이야기가 더 중심이었다. 따뜻했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발연기를 연기한다는 건,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었어요. 막연하게 ‘못하면 그만’ 이잖아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이질감이 느껴졌고 초반에는 욕도 먹었어요. 그런데 김해숙 선배님이 ‘재미있다’고 용기를 주셨죠. 안중희의 발연기가 끝나갈 무렵 저는 발연기를 연기하는 데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었어요. ‘아이해’ 드라마 자체가 제 예상보다도 더 따뜻하게 마무리됐거든요. 김영철, 김해숙 선생님들과도 처음에는 사실 무서웠거든요. 그분들이 보시기에 제가 얼마나 연기를 못하겠어요. 그런데 먼저 제 팬이라면서 제가 나온 작품을 다 봤다고 말씀해주시고, 제 감정을 기다려주시고 정말 감사했죠.”

호평 받을수록 팬도 늘었다. ‘아버지가 이상해’ 방송 후 이준의 팬클럽 회원수는 2배 증가했다. 그는 10월 초 입대 전까지 팬미팅 투어를 계획했다. 하지만 여전히 10대 팬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 대해서 “제가 섹시해서 그렇다고 해요”라고 자신의 매력을 철저하게 객관화(?) 했다.

“워낙 사람 많은 곳을 돌아다니지 않아서 인지도를 체감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저희 외할머니가 ‘너 덕분에 동네에서 인기가 많아졌다’고 말씀해주셨거든요. 저로 인해 할머니가 기뻐하시니 (인지도가) 조금 체감되더라고요. 이번에도 정소민과의 관계가 시작된 후부터 팬클럽 회원수가 늘었더라고요. 제 팬들이 2009년 때부터 지금까지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니까 오래돼서 제가 거의 얼굴을 알고 있거든요. 이번에는 처음 본 분인데 오시기도 해서 데뷔 초창기인 줄 알았어요. 근데 저는 10대 팬이 별로 없어요. 팬들 말로는 꽃미남 스타일이 아니고 섹시해서 그렇다고 해요. 진짜 팬들이 말해준 거예요. 진짜 제가 한 말 아니에요.(웃음)”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지만 가족드라마를 선택한 데 대해서도 그만의 독특한 이유를 설명했다. 방송사별로, 장르별로, 제작진별로 다양하게 해보자는 취지였다.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라는 걸 알고 시작했고요. 한 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장르별로, 방송사별로, 감독님별로, 작가님별로. 단막극부터 8부작, 16부작, 24부작, 이번에 52부작까지요. 자신 없는 캐릭터도 덤비고 보자였죠. 제가 지금 드라마는 JTBC 빼고, 영화는 롯데엔터테인먼트 빼고 다 해봤거든요. 그냥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게 즐거워요.”


8년 연예계 생활 동안 논란 한 번 일으키지 않은 이준은 입대까지 잡음이 없어 대중들에게 ‘개념 연예인’으로 불린다. 특히나 연예인들의 열애설이 나올 때마다 소환되곤 한다. 일명 동물의 왕국 발언.

이준은 “그거 굉장히 불편하다. 진짜 예능이기 때문에 웃기려고 한 말일 뿐”이라며 “파장이 이렇게 클지 상상도 못했다. 이 인터뷰를 끝으로 제발 더 이상 소환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누리꾼들에게 부탁했다.

“사생활이 깨끗하고 더러울 게 없지 않나요? 깨끗하고 더러움의 경계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나름대로 재미있게 제 인생을 살고 있을 뿐입니다. 동물의 왕국 발언은 정말 더 이상 소환되지 않았으면 해요. 저도 연예인과 교제한 경험이 있거든요. 물론 그 발언 전이긴 하지만요. 오히려 저는 중학생 때 깊이 있는 연애를 했었어요. 성인이 되면서 식욕과 함께 감정도 줄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굉장히 예민해져서 일을 하기 위해 밥을 먹는 스타일이 됐거든요. 지금은 연애보다는 일이 우선이기도 하고요. 일로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클 뿐이에요.”

마지막으로 이준은 “정말 감사하게 개념돌이라고 해주신다”며 “일로도 성공하고 싶지만 현재로썬 개인적으로 행복해주고 싶은 마음에 입대를 결심했다”고 전역 후 보여줄 새 출발을 기대케 했다.

“악성 댓글이 많으면 예민해질 텐데 다행히 악플이 많이 없더라고요. (웃음) 개념돌이라고 불러주시는 거 보면 후회 없는 삶을 산 거 같아요. 딱히 목표는 없어요. ‘아버지가 이상해’이후 마음만 먹으면 영화든 드라마든 또 찍을 수 있었죠. 그럼에도 군대 가는 게 별로 아쉽지 않아요. 사실 아무 생각이 없어요. 잊혀지면 잊혀지는 대로 활동하면 되잖아요. 저는 스트레스를 안 받고 현재 삶을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만약 전역 후에도 잘 돼 좋은 작품을 만나면 감사한 일인 것이고요. 저 개인적으로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내 삶을 찾아보자’ 싶어서 잠시 쉬어가는 거예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프레인T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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