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토크②] ‘아이해’ 이병준 “가볍지 않은 코믹함? 감사한 일”

입력 2017-09-06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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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토크②] ‘아이해’ 이병준 “가볍지 않은 코믹함? 감사한 일”

최근 유행하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은 연출가 입장에서 바꿔 말하면 ‘믿고 쓸 수 있는 배우’로 고칠 수 있을 것이다. 배우 이병준 역시 ‘믿고 쓰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그렇다면 PD와 작가들은 그에게 어떤 역할을 요구할까.

“저에게 작품 제안이 들어오면 PD 분들의 요구는 항상 같아요. ‘우리 작품에 들어와 극의 분위기를 끌어올려 달라’는 거죠. ‘아버지가 이상해’ 때도 그랬어요. 대본상 그 역할은 한 기업의 회장으로서 자부심도 가지고 있고 아들에게 권위적인 아버지였는데 이걸 ‘온 가족이 보는 작품이니 재미있게 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엄격하면서도 재미있게 해달라는 건데 쉬운 부탁은 아니었죠.”

근엄함을 잃지 않고 재미있게. 이것이 바로 이병준표 코믹 연기의 핵심이다. 그는 과거 ‘왕가네 식구들’, ‘드림하이’에서도 이런 연기에 탁월함을 보여왔다. 독보적이라고 할 만하다.


“일단은 목소리 때문에 캐릭터의 직업들이 다 회장, 전무, 상무 이렇단 말이죠. 이런 특성 때문에 제가 코믹 연기를 해도 어느 정도의 근엄함이 유지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거기에 제 연기로 가미된 코믹함을 좋게 봐주시는 거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이제 각종 드라마와 영화 안에서 누군가의 아버지, 한 기업의 회장 캐릭터를 자주 맡는 나이가 됐다. 그리고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늘 이병준에게 극의 활력소가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그럼에도 그는 “내게 작품을 제안해 준 순간 나는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이것 외에 다른 것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비슷한 역만 들어오는 것도 일종의 복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전에 한 번 같이 작업을 했는데 그 배우가 충분한 역량을 보여줬기 때문에 같은 제안이 들어오는 거니까요.”

이병준은 “앞으로도 주어진 것을 철저하게 소화하면서 잊히지 않는 배우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아주 버린 것도 아니다. 그는 한때 강단에서 후배들을 길러냈으며 또한 자신의 손으로 대본을 만들기 위해 국문과 박사 과정도 수료했다. 여전히 도전하는 청년의 마음이다.

“전 요즘 친구들에게도 많이 배워요. 특히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을 때는 제가 월급을 받았지만 오히려 그 친구들로부터 많이 배웠어요. 특히 최근에는 연극 무대 출신 신인 배우들이 자주 눈에 띄던데 그들은 정말 기성 배우들보다 정말 몇 배로 캐릭터 분석을 해서 짧은 신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주거든요. 저 역시 앞으로 더 철저하게 준비하면서 잊혀지지 않는 배우였으면 좋겠네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한아름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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