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 윤규진의 깨달음 “너무 예민했다”

입력 2016-08-29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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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윤규진. 스포츠동아DB

지난해까지 윤규진(32·사진)은 한화의 필승계투요원으로 통했다. 시속 150km의 빠른 공과 예리하게 꺾이는 포크볼은 짧은 이닝을 틀어막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지난해 막판 어깨뼈를 깎아 올 시즌 중반에야 합류할 것으로 보였지만, 4월17일 대전 LG전부터 1군 마운드에 섰다. 5월21일 수원 kt전부터는 아예 선발투수라는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2009년 6월21일 목동 히어로즈전 이후 2526일 만에 선발등판한 뒤부터 꾸준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윤규진은 올 시즌 선발등판한 15경기에서 4승(4패)을 따냈지만, 방어율은 7.44(65.1이닝 54자책점)로 좋지 않다. 그러나 ‘퀵후크(3실점 이내의 선발투수를 6회 이전에 교체하는 것)’가 일상인 데다 원투펀치도 마땅치 않은 선발진의 사정으로 미뤄봤을 때 윤규진의 역할은 매우 크다. 7경기에서 5이닝 이상 소화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계투진의 부담을 줄여준 것도 빠트려서는 안 되는 요소다.

26일 대전 NC전에서는 5.1이닝 7안타(1홈런) 4볼넷 6삼진 4실점(3자책점)을 기록하며 6승(5패)째를 챙겼다. 직구 최고구속은 146km를 찍었다. 복귀 초기와 견줘 큰 폭으로 올랐다. 또 올 시즌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투구수(116개)를 소화한 부분도 돋보였다. 윤규진은 “(권)혁이 형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이라 내가 더 책임감을 갖고 던져야 했다. 오히려 던지면 던질수록 힘이 붙더라”고 돌아봤다.

불펜이 익숙했던 윤규진은 선발 전환 초기에 시행착오를 겪었다. 윤규진은 “1구, 1안타, 1실점에 너무 예민했다”며 “올해 선발투수로 보직을 바꾼 직후에는 계투로 나설 때와 똑같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확실한 구종으로 짧은 이닝을 틀어막아야 하는 계투와 페이스를 조절하며 긴 이닝을 책임져야 하는 선발투수는 다르다. 계투의 1실점은 경기 흐름이 바뀌는 요소이나, 선발투수의 초반 1∼2실점은 전체의 흐름을 좌우하진 않는다. 윤규진은 “선발투수라면 그럴 필요가 없는데, 무척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지금 가장 크게 깨달은 부분이다”고 밝혔다.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구속보다는 선발투수 본연의 임무에 초점을 맞추고 준비한다. 윤규진은 “지금은 구속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지금은 구속보다 길게 던지는 것과 제구력을 가다듬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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