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은퇴투어, ML처럼 기억에 남는 선물될까

입력 2017-08-11 05:30:00

‘국민타자’ 이승엽(오른쪽)이 11일 대전 한화전을 시작으로 은퇴투어를 시작한다. 이승엽은 어떤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 받을까.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1. 2013년 7월 3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 미네소타 구단은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뉴욕 양키스)의 마지막 타깃필드 방문 경기에서 깜짝 선물을 했다. 부러진 배트로 만든 흔들의자였다. 미네소타는 이 의자에 ‘산산조각이 난 꿈의 의자’라고 이름을 붙여 리베라에게 존경심을 담았다. 리베라의 주무기는 컷패스트볼(커터).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극심하게 휘어지는 커터에 타자들의 방망이가 자주 부러졌다는 점에 착안해 흔들의자의 팔걸이와 등받이를 부러진 배트로 꾸몄다. 리베라는 2014년 말 한국을 방문해 휘문고 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 ‘가장 인상적인 은퇴 선물이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에 “미네소타에서 받은 흔들의자였다”고 답하기도 했다.

지역 라이벌 뉴욕 메츠는 소방호스 노즐을 비롯한 화재경보장치를 선물했고, LA 다저스는 파나마의 가난한 어부 아들에서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가 된 리베라에게 은퇴 후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라는 의미로 고급 낚싯대와 1만 달러(약 1100만원)를 리베라 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

마리아노 리베라에게 부러진 배트로 만든 흔들의자를 선물한 미네소타 트윈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 2014년 4월 3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미닛메이드파크. 경기 시작 전 마운드 쪽에 놓인 탁자 위에는 2번이 새겨진 카우보이 부츠와 카우보이 모자, 골프 클럽이 놓여 있었다. 바로 뉴욕 양키스의 영원한 2번 데릭 지터를 상징하는 선물이었다. 지터가 그 해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하자 첫 은퇴 투어가 시작된 휴스턴에서 마련한 것이었다. 특히 휴스턴은 199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었지만 지터 대신 필 네빈을 지명한 바 있어 메이저리그 최고 유격수로 활약한 지터의 은퇴가 남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앙숙이자 라이벌 구단인 보스턴은 구단 상징물인 그린 몬스터 일부분에 사인과 함께 ‘RE2PECT’를 새긴 선물을 전달했는데, 존경(RESPECT)과 지터의 등번호 2번을 합성한 아이디어였다. 시카고 컵스는 홈구장 스코어보드에서 숫자 2를 떼어줬고, 뉴욕 메츠는 뉴욕의 지하철 타일을 뜯어 붙인 숫자 ‘2’를 선물해 지하철 시리즈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휴스턴이 데릭 지터를 위해 준비한 선물.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3. 지난해에는 보스턴의 데이비드 오티스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은퇴 투어’를 정중히 거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각 구단들은 그냥 지나치기도 그랬는지 특별한 의미를 담은 작은 선물을 건네고 조촐한 행사를 열었다. 오티스는 “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너무너무 많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은퇴를 발표하지 않았다”고 행복한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함께한 오티스의 은퇴식.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4. 그동안 은퇴 투어는 메이저리그에서나 이루어지는 이벤트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KBO리그에서도 사상 최초로 은퇴 투어가 펼쳐진다. 바로 ‘국민타자’라는 칭호를 듣는 이승엽(41·삼성)의 마지막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KBO와 10개 구단이 한마음이 돼 이승엽의 마지막 원정경기에서 은퇴 투어 행사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이승엽은 화려하거나 시끌벅적한 은퇴 투어 행사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그래서 “경기 전에 간소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오히려 각 구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나치지 않으면서도 의미가 있고 기발한 선물을 마련하는 게 더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11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처음 시작되는 이승엽의 은퇴 투어 때 한화가 어떤 행사를 열고 어떤 선물을 전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른 구단들도 이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오후 5시 30분부터 홍보관에서 이승엽의 등번호인 36번에 착안해 한화키즈클럽 어린이팬 36명을 위한 이승엽 팬 사인회를 연다. 오후 6시부터 10분 동안 이승엽 관련 영상을 전광판에 내보낸 뒤 은퇴 기념 선물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승엽의 첫 타석 때 특별 선수 소개를 준비하고 있다.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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